▲9월은 신주주의가 활짝 꽃피는 총회의 절정기다. 한국교회에서 가장 큰 교세를 자랑하는 장로교단들이 일제히 총회를 개최하기 때문이다. ⓒ뉴스앤조이 김승범

1년 주기로 열리는 각 교단 총회는 '성(聖)'이란 접두어가 항상 따라 붙는다. 각 교단은 은혜와 성령이 충만한 성스러운 총회가 되도록 기도를 아끼지 않는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의 제87회 총회는 성총회에 아주 잘 어울리는 '생명의 성령이여, 삶의 주인이 되소서'(롬14:17)라는 성구를 주제를 내 걸었다.

수많은 목사 장로들이 한 자리에 모여 대표를 뽑고, 교회와 세상을 향해 예언자적 목소리를 높이는 가장 거대한 행사인 총회. 나라의 국회가 법을 제정하듯이 총회는 교회 헌법을 제정하거나 수정하고 공표한다. 또 교단의 수장을 뽑는 선거기능도 갖고 있다.

이외도 사법부와 같이 처벌을 결정할 수 있으며 법의 집행과 처리 등 행정부의 기능까지 행사한다. 교회의 머리가 예수님이지만 눈에 보이는 기능적 측면에서 총회는 하나님을 대신해 3부 기능을 통합하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한다. 신주주의라는 말은 총회의 절대 통치력을 보면 실감난다.

9월은 신주주의가 활짝 꽃피는 총회의 절정기다. 한국교회에서 가장 큰 교세를 자랑하는 장로교단들이 일제히 총회를 개최하기 때문이다. 대개 총회는 3박 4일에서 4박 5일 정도 열린다. 총대들의 수는 각 교단마다 차이가 있지만 수 백 명에서 1500명 정도. 감리교의 경우는 총대가 무려 3000명에 이른다.  

▲각 교단 총회일정표

총회 장소는 대개 다음 회기 총회장 내정자가 담임하는 교회에서 개최되는게 통상적인 관례다. 그러나 총대 수가 불어나면서 건물이 큰 교회에서 하거나 아니면 신학교 강당 등에서 개최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특히 가장 대표수가 많은 감리교는 교단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금란교회(김홍도)나 광림교회(김정석) 외에는 인원을 수용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 총회 장소 선정에 애를 먹기도 한다. 총대 수가 1500명에 달하는 예장통합 역시 올해 총회 장소를 서울 영락교회로 결정했다. 통합도 몇 년 전부터 명성. 소망 등 서울의 대형교회를 주로 총회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총회 장소는 수백에서 1천명이 넘는 인원이 몰리기 때문에 며칠 동안 북새통을 이룬다. 총대 뿐 아니라 동행인과 참관인 및 진행요원 등 총대 수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총회 때문에 동원된다. 식당은 식사 때마다 붐비고 여관이나 호텔도 만원 사례를 빚는다. 총회가 열리는 곳은 '성총회'로 인해 때아닌 호경기를 맞는 셈이다.

장로교단 총회 역사는 올해로 87년을 맞는다. 양대 장로교단 중 예장합동에서 수 많은 갈래로 분열한 교단들도 대개 정통성을 잇기 위해 총회 역사를 그대로 승계한다. 성결교단은 개신교 교파 중 가장 긴 96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기독교침례회는 그 다음으로 92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각 교단들이 이 긴 역사 동안 성총회를 정말 성스럽게 치룬 것만은 아니다. 1938년 장로교 총회는 치욕스런 신사참배 결의를 했고, 예장통합과 합동의 분열은 1969년 대전중앙교회 총회에서 이뤄진 것이다.

교단의 분열은 항상 총회에서 시작한다. 또 총회 결정이나 임원선거에 불만이 있을 경우, 총회가 난장판이 돼버리는 경우도 존재한다. 1992년 예장합동 총회서 한 총대가 강단으로 뛰어 올라 회의를 진행하는 총회장을 밀쳐버리는 등 마치 세속적 국회처럼 형편없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발생한다.

또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 총회현장에서 돈봉투가 오고가는 모습은 이제 심심찮은 풍경이 되고 말았다. 예장합동이 금권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제비를 뽑는 모습은 우리 총회가 안고 있는 이율배반적 모습을 상징한다.

2002년 한국교회는 또 성총회를 열고 총회장을 뽑거나 교단 대소사를 처리한다. 각 교단들은 '성령'이 임재하는 총회가 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과연 얼마나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인지는 총회가 끝난 후 판가름 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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