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30일 추운 날씨에도 아이들이 교회 마당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뉴스앤조이 성낙희 
눈 덮인 산골 마을에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작은 가게도 찾아볼 수 없는 마을(충북 청원군 낭성면 호정리)의 쌍샘자연교회(목사 백영기)였다. 교회 마당에서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공을 차고 노느라 시끌벅적했다. 지난 2009년 <뉴스앤조이>가 '녹색 교회' 특집(관련 기사 : 자연과 더불어 산다면 이들처럼)으로 다뤘지만, 이번에는 쌍샘자연교회가 펼치고 있는 활동을 중심으로 다시 정리했다.

쌍샘교회는 20년 전 충북 청주에서 문을 열고, 10년 뒤인 2002년에 이곳으로 옮겼다. '자연'이란 이름을 덧붙여 쌍샘자연교회가 됐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도시에 살던 열 가정이 교회를 따라 이 마을로 이사 와 살고 있다. 또 세 가정이 올해 안에 들어올 예정이다. 이들은 왜 편한 도시 생활과 큰 교회를 마다하고 시골 마을과 작은 교회를 선택했을까. 쌍샘자연교회가 하는 다양한 활동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 충북 청원군 낭성면에 있는 쌍샘자연교회. 마을로 들어온 지 10년이 된 교회는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뉴스앤조이 성낙희
'민들레학교'와 '사랑방인문학당', '착한살림'… 이웃과 함께

쌍샘자연교회는 이 마을에 들어와 교회당을 짓자마자 공부방 '민들레학교'부터 문을 열었다. 당시 마을에 아이들은 5~6명뿐이었지만, '어린이가 희망'이란 생각에서 발걸음을 내딛었다. 5년 정도 지나며 아이들이 늘고 규모도 커졌다. 아이들은 학교 보충 학습뿐 아니라 인성 교육을 받고 문화 체험으로 공연 관람도 한다. 지금은 11~12명의 아이들이 민들레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

어른들은 '사랑방인문학당'에서 공부한다. 백 목사는 "사람을 만나는 공부"라고 소개했다. 일반인 과정과 청소년 과정으로 나뉘는 학당은 도종환·고진하 시인 등 명사를 초청해 강의를 듣고, 나름의 소신을 갖고 사는 농부·자영업자를 모셔 이야기를 듣는다. 또 교인들끼리 권정생·문익환·안창호 등 인물 평전을 함께 읽고 공부한다. 도시의 강좌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동네에서 수준 높은 공부를 하는 셈이다.

쌍샘자연교회는 주민들이 생산하는 농작물을 유통하는 유기농 매장 '착한살림'과 누구나 쉬어 갈 수 있는 책 읽는 찻집 '사랑방'을 운영하고 있다. 사랑방은 규모는 작지만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곳곳에 책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 조지 프루흐니크의 <침묵의 추구> 등 다양한 책이 있었다. 백 목사는 이러한 활동에 대해 "이웃의 마음을 헤아리고, 감동을 주고, 그들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모습들을 보고 교회에 다니지 않던 가정이 이사 오기도 했다. 신앙생활을 하지 않던 이아름 씨는 출산으로 병원에 있다가 지인에게 쌍샘자연교회 이야기를 듣고 가족 모두가 마을로 이사 왔다.

▲ 책 읽는 찻집 '사랑방'이다. 사랑방 팻말에는 '내가, 네가, 서로, 함께'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쌍샘자연교회 인터넷 카페 갈무리)
교인들은 교회에 자기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매년 연말이 되면 교인들은 설문지를 받아 교회가 한 해 동안 펼친 일 가운데 만족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이야기한다. 교회는 그것을 교회 운영에 반영한다. 지난해까지는 주일 오후에 전체 회의와 오후 예배를 번갈아 했지만 올해는 교인들의 의사를 반영해 오후에 쉬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교인이 어떤 일을 해 보자는 제안을 하면 당회는 반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착한살림'과 '사랑방'도 교인의 제안으로 시작한 것이다.

주민들은 전원생활이 주는 혜택도 마음껏 누리고 있다. 쌍샘자연교회는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단오 즈음이나 가을걷이를 갈무리한 뒤 이웃과 더불어 잔치를 벌인다. 옛날 마을 공동체의 중요한 행사였던 단오와 추석의 의미를 되살리는 듯하다. 생일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자주 옆집 가족을 초대해 마당에서 식사를 함께 한다. 도시의 아파트 생활에서는 꿈도 못 꾸는 삶이다. 서모 군(14)은 도시에서 아토피로 고생을 하다가 이곳으로 이사 온 뒤 깨끗이 나았다.

▲ 쌍샘자연교회 백영기 목사. 백 목사는 교회가 지금까지 오는 데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쌍샘자연교회 인터넷 카페 갈무리) 
쌍샘자연교회가 여기까지 오면서

쌍샘자연교회의 모든 일이 항상 잘된 듯하지만, 그동안 우여곡절도 있었다. 백 목사는 처음 이 마을로 들어올 때 주민들의 심한 반대를 겪어야 했다. 주민들은 "기도원 같은 것을 만들어 시끄럽게 하려는 것 아니냐"고 오해했다. 심지어 공사 업체에 항의하며 교회당 건축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백 목사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걱정하는 일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노력과 정성으로 간신히 허락 받을 수 있었다.

백 목사는 주민들에게, 지시하는 게 익숙한 지도자보다는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귀촌인으로서 다가갔다. 주민들 농사 일손이 모자랄 때는 돕기도 하고 친환경 농법에 대해 이것저것 조언을 구했다. 주민들은 동네 사람처럼 궁금한 것을 스스럼없이 물어보는 백 목사의 모습에서 친근감을 느끼게 됐다.

한 주민은 "우리 마을이 낙후된 지역이었는데 교회가 들어오면서 많이 바뀌었다. 친환경 운동 등에 교회가 앞장서면서 충청북도가 '생태테마마을'로 지정했다. 덕분에 길이 넓어지는 등 혜택을 받았다. 사랑방인문학당으로 주민들 계몽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다들 호감을 많이 갖고 있다"고 했다.

▲ 쌍샘자연교회는 사회·문화위원회를 구성해 사랑방인문학당을 운영하고 있다. 교인들은 사랑방인문학당에서 인문학 강사 등을 초청해 강의를 듣고 공부한다. (쌍샘자연교회 인터넷 카페 갈무리)  
백 목사는 교회가 지금까지 온 것에는 많은 분들의 도움이 컸다고 고백한다. 처음 교회당을 건축할 때 돈 한 푼 없었지만 100여 명의 후원자들이 도움을 줘서 시작할 수 있었다. 민들레학교를 시작할 때는 아이들을 가르칠 교사가 없었지만 민소영(34) 씨가 5년간 대가 없이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지금도 교인들이 틈틈이 시간을 내어 착한살림과 사랑방 등 교회 일을 돌보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지만 백 목사와 교인들은 아직 멈출 생각이 없다. 오히려 더 많은 일을 계획하고 있다. 생태 도서관 건립은 이미 부지를 마련한 상태다. △유기농 재료를 이용한 음식을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밥집 △교인들이 쓴 수필과 시, 교회 자료 등을 펴낼 출판사 △방앗간과 대장간 등을 만들 생각이다. 얼핏 무모해 보이지만 지금까지 해낸 일들을 보면 불가능하지만도 않다.

▲ 아이들이 민들레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 수업 보충 학습과 더불어 공연 관람과 같은 문화 체험도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성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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