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 한기총은 용역 직원을 동원해 실행위 출입을 통제했다. 출입을 저지 당한 실행위원을 비롯한 일부 실행위원은 용역 직원을 밀어붙여 회의장 문 앞까지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 예장통합 사무총장인 조성기 목사는 실행위원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이 삭제됐다며 한기총의 해명을 요구했다. 조 목사는 회의실에 입장하지 못하고 밖에서 몇 십 분 동안 입씨름을 했다. 조 목사의 목소리가 커지자 박중선 목사(사진 왼쪽)가 나서 조 목사를 달래려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 일부 실행위원이 회의실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동안 회의실에 있는 실행위원은 예배를 했다. 밖에서 용역 직원과 싸우는 목사들의 목소리가 회의실 안에도 들렸지만, 예배는 계속됐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12월 27일 열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길자연 대표회장) 실행위원회(실행위)는 엉망진창이었다. 회원 교단과 합의도 없이 일부 실행위원을 명단에서 삭제하고, 명단을 삭제한 실행위원은 자격이 없다며 회의장 밖으로 끌어냈다. 회의는 실행위원 의사를 무시하고 진행했다. 안건 찬성 여부를 물었을 때 "아니오" 소리가 압도적으로 컸음에도 가결됐다며 의사봉을 두드리는 식이었다.

한기총은 용역 직원 십여 명을 동원해 회의장 출입을 통제했다. 한기총은 이름표가 없는 실행위원은 입장할 수 없다고 했다. 기자 출입도 막았다. 이 과정에서 예장통합 사무총장 조성기 목사와 같은 교단 소속인 최삼경 목사가 회의실에 입장하지 못했다. 조성기 목사는 "우리 교단이 제출한 실행위원 명단에 내가 포함되어 있는데, 현장에 있는 실행위원 명단에 내 이름이 없었다"고 항의했다.

밖에서 항의하던 실행위원들은 회의장 진입을 시도했다. 이들은 진입을 막는 용역 직원과 말다툼, 약간의 몸싸움을 벌인 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회의를 진행하던 길자연 목사가 "실행위원이 아닌 사람은 나가라"고 했고, 조성기·최삼경 목사는 밖으로 끌려 나갔다. 예장통합 소속 실행위원들이 앞으로 나와 강하게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 길자연 목사와 김용도 목사가 조성기, 최삼경 목사는 실행위원이 아니라고 주장하자, 일부 실행위원이 단상 위로 올라가 길자연 목사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 길자연 목사의 "나가라"는 요구에 항의하던 조성기 목사가 흠석사찰에 의해 끌려 나가고 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의사 진행은 위법하게 진행됐다. 실행위원들의 항의가 계속됐지만, 길자연 목사는 일방적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한 실행위원이 "상정된 안건에 대해 보고서 그대로 받기로 동의한다"고 하자, 바로 표결에 부쳤다. 자리에 앉아 있던 실행위원 다수가 "아니오"를 크게 외쳤지만 무시하고 안건을 통과했다.

회의장 분위기는 살벌했다. 회의장 밖은 용역 직원이 버티고 있었고, 안에는 흠석사찰이 바쁘게 움직이며 위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흠석사찰은 조성기·최삼경 목사를 붙잡아 밖으로 쫓아내는 것은 물론, 발언하려는 실행위원을 물리력으로 막았다.

▲ 회의가 끝난 후 박위근 예장통합 총회장은 "이번 회의는 무효"라고 선언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회의가 끝난 후 예장통합은 "이번 실행위 결의는 모두 무효"라고 선언했다. 박위근 총회장과 조성기 사무총장은 △흠석사찰이 임명도 되기 전에 실행위원 출입을 막은 것 △교단에서 파송한 실행위원을 절차도 밟지 않고 출입을 제한한 것 등을 지적했다. 박위근 총회장은 "이번 실행위 행태는 신사참배 결의보다 심한 일"이라고 규탄했다.

한편, 그동안 회원 단체라고 주장했던 북한옥수수심기범국민운동본부(북한옥수수심기)는 갑자기 한기총에서 사라졌다. 2층에 앉은 방청객들이 "홍재철 목사는 실행위원 자격이 없다"고 외치자, 홍 목사는 "나는 예장합동 실행위원"이라고 주장했다. 홍 목사는 그동안 북한옥수수심기 대표 자격으로 각종 회의에 참석했다. 그런데 이번 실행위에 보고한 한기총 단체 현황에는 북한옥수수심기가 빠져 있었다. 북한옥수수심기의 회원 자격에 논란이 일자 태도를 바꾼 것이다.

한기총이 무리하게 실행위를 진행한 것은 10월 28일 실행위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이 신청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 총대 10인, 한기총 실행위 개최 금지 신청) 이날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서둘러 통과한 보고서에는 10월 28일 개정한 정관·운영 세칙·선거 관리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효력 정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더라도 개정한 선거 관리 규정으로 선거를 치르기 위해 다시 절차를 밟으려는 것이다. 현 대표회장의 임기가 1월 말에 끝나기 때문에 차기 대표회장 선거는 1월 중으로 치러야 한다. 10월 28일 실행위 개정안의 효력이 정지되면 7월 7일 특별 총회 정관에 따라 선거를 치러야 한다.

10월 28일 실행위 결의 보고를 받는 것이 이번 실행위의 주목적이었기 때문에 다른 안건에 대해서는 논의라 할 만한 것이 이뤄지지 않았다. 안건이 쓰인 유인물에도 다른 설명 없이 △인사위원회 보고의 건(정관·운영 세칙·선거 관리 규정 개정 및 보완) △질서확립대책위원회 보고의 건 △기타 안건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다만, 한기총이 나눠 준 정관·운영 세칙 개정안을 살펴봤을 때, 인사위원회 보고의 건은 사무처 직제 개편이었음을 알 수 있다. 개편의 골자는 국장직을 폐지하고 팀장직을 신설하는 것과 대표회장, 인사위원회의 인사권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관 개정은 총회가 승인해야 효력이 생기므로 한기총이 이번 실행위의 합법성을 주장한다고 해도 바로 직제를 개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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