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입장을 대변할 단체가 필요하다."

해체 요구에 대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길자연 대표회장)의 항변이다. 그러나 최근 한기총 모습을 보면 이런 주장을 하기도 듣기도 민망하다. 한기총을 비판하거나 반대한다는 이유로 회원 교단은 징계하고, 목사는 이단으로 몰고 있다. 연합 기관으로서 개신교 전체 이익을 도모하기보다, 한기총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현재 한기총을 장악한 일부 인사의 기득권 수호에 몰두하고 있다. 12월 15일 열린 임원회는 한기총의 이런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결의를 쏟아냈다.

한기총의 언론 통제로 임원회 결과를 알 수 있었던 매체는 <국민일보>와 <크리스천투데이> 뿐이다. 두 매체 기사를 보면 한기총은 △일부 회원 교단의 행정 보류 및 경고 처분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이단 관련 여부 조사 △개교회 재정과 관련된 고소·고발에 대해 한기총 차원의 대책 강구 등을 결의했다.

이번 임원회 결의의 가장 큰 특징은 '보복'이다. 한기총 비판 성명을 냈던 교단 중 4개 교단(예장대신·고신·합신, 예성)을 행정 보류하고 나머지 교단에는 항의하는 성명을 보내기로 했다. 행정 보류는 한기총 내부 반대표를 없애는 효과도 있다. 행정 보류를 당한 교단은 회원권을 행사할 수 없어 앞으로 열릴 실행위와 총회에 총대를 파견할 수 없다.

껄끄러운 인사는 이단 규정을 사용해 제거하려고 한다. 과거 한국 군사 독재 정부가 '빨갱이', '좌파' 딱지를 정치적으로 사용했던 것처럼 이단을 이용하는 것이다. 임원회는 한기총 해체 운동의 선봉에 선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원로목사)를 이단설이 있다며 조사하겠다고 했다. 한기총의 이단 옹호 행보에 걸림돌인 최삼경 목사는 아예 이단으로 규정하는 보고서를 통과시켰다.

언론 통제 조치도 했다. 한기총을 비판하는 보도를 해 온 <뉴스앤조이>를 비롯한 4개 언론사의 한기총 출입 금지를 결의했다. 12월 15일 열린 임원회에서는 CTS와 <국민일보>만 취재를 허락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자기 사람 보호를 위해 한기총을 동원하기도 한다. 한기총 이름으로 개 교회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임원회에서도 재정 문제와 관련한 개 교회 고소·고발에 대해 한기총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그 구체적 사례로 제자교회를 언급했다. 32억 원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정삼지 목사는 길자연 목사와 친밀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한기총은 임원회 결의를 바탕으로 오는 27일 실행위원회를 열려고 한다. 실행위원회에서는 임원회 결의를 밀어 붙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기총의 시도가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정족수 부족으로 임원회 결의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12월 21일에는 총대 10명이 실행위원회 개최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관련 기사 : 총대 10인, 한기총 실행위 개최 금지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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