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커지면 자연히 헌금이 많이 걷히게 된다. 이렇게 교회가 돈이 많아지면 자연히 직업꾼들이 종교인의 탈을 쓰고 들어오게 되는데 한국교회는 그동안 대교회들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직업꾼들이 많지 않았다.

왜 이렇게 종교 직업꾼들이 많아진 것일까? 필자가 어릴 적만 해도 교회라면 순수함 그 자체였었다. 그런 교회가 왜 이렇게 변한 것일까? 사실은 한국교회의 불행은 한국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시작된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미국은 자본주의의 나라다. 미국식 자본주의란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돈이 많아야 대우도 받을 수 있다. 돌쌍놈도 돈만 벌면 양반이 될 수 있고, 장사꾼도 돈만 많으면 정치적인 영향력도 행사할 수 있다.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 모순보다도 개인의 재산을 더 우선시한다. 정치경제학적인 비판도 하고 싶지만, 그쪽은 학자들의 몫이고 하여튼 돈이 최고인 나라다.

1955년 '로버트 슐러'라는 목사가 수정교회를 설립했다. 슐러 목사는 기존의 신학을 뒤집어 복음을 성공주의로 변모시켰다. 슐러 목사는 성공한 기업가, 정치가, 운동선수 등을 출연시켜 예수를 믿으면 이렇게 사회적 성공을 할 수 있다는 간증을 하게 하였고, 설교의 내용도 긍정적 사고방식과 적극적 사고방식으로 자신의 야망을 이루라고 했다. 예수의 구원 도리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변질시킨 것이다. 예수는 그저 자신들에게 기업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대상에 불과하였다. 돈이 최고인 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밖에 없어 순식간에 대형 교회가 되었다.

한국에도 수정교회의 짝퉁이 생겼다. 한국은 수정교회보다 한 가지가 더 추가된 것이 있었는데 신의 힘으로 병을 고친다는 신유(神癒)다. 이 무속적인 신유(神癒)는 칠성당 신앙부터 오랜 세월을 거쳐 한국인의 정서에 뿌리 박혀 있다. 예수를 믿으면 돈도 벌 수 있고 병도 고칠 수 있다는 슬로건은 미국보다도 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들은 공공연히 이렇게 외쳤다.

"예수 믿고 3년 안에 부자 못 된 사람은 예수를 잘못 믿은 것이다!"

기존 신자들의 복음적인 믿음을 모조리 부정해 버렸다. 가난한 사람들은 졸지에 예수를 잘못 믿은 사람이 되었고, 자신의 부족한 믿음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물신 앞에 무릎을 꿇고 회개(?)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목사도 가난한 목사는 아예 목사 취급도 안 해 주고, 병 못 고치는 목사는 은혜 없는 목사라고 비웃음을 당하니 신자들도 올 턱이 없다. 아름답고 거룩했던 강대상이 순식간에 물신(物神)의 유혹으로 물들어 버린 것이다.

여기저기 종교 직업꾼들이 몰려들고 직업꾼들은 교회를 키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아 교인을 데려오기 위해 버스를 동원하여 교인을 실어 나르고, 작은 교회 앞에서 기다리다가 교인을 낚아채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신유를 위해서는 군중심리를 이용한 최면술, 초혼술, 거짓 병자들도 동원했고, 돈을 거두기 위해서는 가지각색의 명목으로 집회를 열어 돈을 뜯어내었다. 기도만 하면 어떤 소원도 이룰 수 있고, 많이 바치면 많이 받는다는 소리에 돈에 눈이 먼 귀머거리와 장님들은 집을 팔아서라도 교회로 뛰어갔다. 집 한 채가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한 채 바치면 하나님이 열 채를 돌려준다고 장담했고, 바치지 않는 사람은 믿음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평생 가난을 면치 못하게 된다고 협박했다.

이렇게 몰려든 신자들로 교회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 우선 위임 목사직을 임명받아 평생직장을 보장받아 놓고, 다음에는 성지순례라는 명목으로 국외로 나가 콧바람을 쐰 후 조금 더 커지면 국외로 자녀 유학부터 보내고, 더 커지면 가지각색의 명목으로 사업에도 손을 뻗치고, 아주 커지면 자식에게 교회를 물려주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종교 직업꾼들의 정해진 패턴이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스스로 장님과 귀머거리가 되어 복음을 외면하고 있을까?

이유는 자신의 탐욕 때문에 복음이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복음은 세상 모든 사람에게 주신 소식도 아니고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도 아니다. 복음은 들을 수 있는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하늘의 소식이다.

"또 이르시되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 하시니라(막 4:9)."

교회는 하늘의 복음을 전하는 곳이지 사업체가 아니다. 예수 믿고 부자 되고 싶은 사람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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