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신대 신학대학원 원우회가 현 재단 이사진의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 11월 22일 수업 거부에 돌입했다. 11월 23일에 찾은 양지캠퍼스 강의실은 적막했다. 원우회는 김영우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들이 송전탑 이전이 지연되고 뇌물 수수 사건이 일어난 것에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백정훈
총신대학교(총신대)가 소란하다. 학생들은 현 재단 이사진의 사퇴를 요구하며 수업과 기말 시험을 거부하고 있다. 신학대학원 교수들은 정일웅 총장과 김영우 재단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여기에 더해 인사권자에게 뇌물을 건넨 이에게 허위 진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재단 감사가 뇌물 사건을 조사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됐다.

문제 당사자가 뇌물 사건 조사?

재단 이사회는 지난 11월 18일 회의를 열어 직원 인사 과정에서 일어난 뇌물 수수 사건에 대해 특별 감사를 하기로 결의했다. 그런데 감사 시작 전부터 구설에 올랐다. 조사에 참여하는 재단 감사인 박영종 장로 때문이다. 인사권자에게 금품을 건넨 ㄱ 씨는 "박영종 장로가 김영우 이사장에게 건넨 수표를 분실신고하라고 종용하고 허위 진술을 요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ㄱ 씨는 재단 이사회의 감사를 거부한다는 입장이다. ㄱ 씨에게 금품을 받았다가 돌려준 정일웅 총장은, 11월 21일 ㄱ 씨에게 공문을 보내 특별 감사를 위한 회의에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ㄱ 씨는 11월 22일 예정된 모임에 출석하지 않았다. ㄱ 씨는 "박영종 장로가 나를 회유하려 했다. 정일웅 총장은 사건 당사자다. 결국 자신들이 연루된 일을 직접 조사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신학대학원교수협의회 관계자도 재단 이사회의 조사가 비상식적이라고 했다. 그는 "ㄱ 씨가 폭로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박영종 장로가 감사를 받아야 한다. 뇌물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는 문제의 인물이 사건을 조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신학대학원(신대원) 원우회는 지난 11월 22일 수업 거부에 돌입했다. 원우회는 수업에 복귀하는 조건으로 현 재단 이사진의 퇴진을 내걸었다. 학내에서 불거지는 문제의 근원에 현 이사들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원우회 관계자는 "이사회는 학교 현안을 해결할 의지가 없다. 수업 거부는 이사들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고 했다.

신대원 학생들과 원우회는 송전탑 이전이 지연되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한국전력이 양지캠퍼스 뒷산에 76만 5,000볼트용 송전탑을 세우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초다. 학교와 한국전력은 협상 끝에 타협안을 마련했다. 학교가 송전탑을 이전할 수 있는 부지를 매입해 한국전력에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체 부지를 매입하는 것은 2년째 진행되지 않고 있다. 소병군 원우회장은 "땅 주인과 협상 중이라는 이사회 측의 해명을 듣는 것에 지쳤다"고 했다.

교수 충원도 학생들에게 민감한 현안이다. 원우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신대원 교수 1명이 담당하는 평균 학생 수는 71.7명이다. 원우회 관계자는 "교육부가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이 교수 1인당 학생 42명이다. 다른 학교들에 비해서도 교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교육의 질이 낮아지고 있다"고 했다.

송전탑 이전, 교수 충원 문제와 함께 최근 김영우 재단 이사장과 정일웅 총장이 연루된 직원 인사 뇌물 사건이 학생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소병군 원우회장은 "학생들이 더 이상 현 이사진을 신뢰하지 않는다. 학교 현안도 해결하지 않는 상황에서 비리 사건까지 터졌다. 법적 책임을 논하기 전에 도덕적인 책임이라도 져야 한다"고 했다.

수업 거부에 대한 학생들의 호응은 뜨겁다. 1,600여 명의 학생 중 수업에 참석하는 이들은 100여 명이다. 원우회 관계자는 "강의동을 폐쇄하지 않았는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수업 거부에 동참해서 놀랐다"고 했다. 그는 "2008년에도 송전탑 문제 때문에 교수들의 주도로 수업 거부를 한 적이 있었지만 참여율이 지금에 못 미쳤다"고 했다.

원우회에 따르면, 수업 거부에 동참하는 이들이 많은 것은 학생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방증이다. 학생들은 지난 10월 예장합동 총회에서 학내 현안을 해결해 달라고 시위했다. 11월 4일 총신대 재단 이사회와 운영 이사회 때도 송전탑 이전과 교수 충원이 지연되고 있다며 운영 이사와 재단 이사에게 조속한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원우회는 이사진 퇴진이라는 요구 조건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2012년 새 학기 등록 거부를 검토하고 있다.

김영우 이사장은 학생들의 수업 거부가 명분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기독신문>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송전탑 (이전)과 교수 충원은 현재 추진 중이며, 재단 이사 선출이나 뇌물 수수 의혹은 국가기관에서 판단할 일이다. 학생들과의 만남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이들이 오히려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총신 운영 이사회, "조사 위원회 구성해 사태 수습"

원우회는 수업을 거부한 데 이어 11월 29일 오전에는 사당캠퍼스 종합관 1층에서 연좌시위를 벌였다. 100여 명의 학생들은 송전탑 이전과 교수 충원, 뇌물 사건에 대한 의혹 해소 등을 위해 큰소리로 기도했다. 이들은 "학교 옆에 고압 선로 송전탑이 웬 말이냐", "교수 인원 확충하여 공부다운 공부하자", "불법 선거 인사 비리 이사장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도 외쳤다.

직원 인사 과정의 뇌물 사건과 관련해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정일웅 총장도 시위에 참석했다. 정 총장은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교수 회의에서 송전탑 이전에 대해 해결 방법을 찾기로 뜻을 모았다. 학생, 교직원들과 이야기하면서 학내 문제를 해결해야 했는데 의사소통하는 내 능력이 부족했다. 이사회에 학생들의 의견을 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 총장은 퇴진 요구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기자가 정 총장에게 입장을 물었으나 정 총장은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원우회 임원들은 법인 사무실을 방문해 학생들의 요구 사항을 담은 공문을 재단 측에 전달했다. 원우회는 공문에서 △송전탑 이전 지연 △교수 충원 지연 △직원 인사 뇌물 사건 등을 책임지고 현 재단 이사진이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우회의 한 임원은 "이사장은 학생들이 대화를 회피하며 수업을 거부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이사회는 2년 동안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 이사진을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원우회는 12월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예장합동 총회 회관도 항의 방문했다. 학생 70여 명은 총회 회관의 5층 회의실에 집결했다. 이들은 학내 현안이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큰소리로 기도했다. 학생들은 회의실 벽에 "이사장·이사회는 책임지고 내려오라", "우리는 거부한다! 재단이사 재신임을!", "문제 있는 이사회! 송전탑 못 옮긴다!"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걸었다. 소병군 원우회장은 "총회가 학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신학대학원 교수 8명도 시위에 참석해 학생들을 응원했다.

총회 총무인 황규철 목사는 학생들의 요구를 총회 임원회와 실행위원회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황 목사는 "송전탑 이전과 교수 충원을 교단 차원의 의제로 삼아 해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뇌물 수수 사건에 대한 의혹 제기는 주의를 당부했다. 황 목사는 "송전탑 이전과 교수 충원은 명분이 있는 요구다. 그러나 금품 수수 논란과 김영우 재단 이사장에 대한 퇴진 요구는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각 사안을 분리해서 지혜롭게 싸워야 한다"고 했다.

학생들의 수업 거부, 시위와 함께 신학대학원교수협의회(교수협)도 김영우 이사장과 정일웅 총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교수협은 11월 23일 발표한 성명에서 "총장과 이사장은 최근 불거진 학내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동반 퇴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는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교수협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합동)의 유일한 목회자 양성 기관인 총신의 자부심과 명예가 심각하게 실추됐다. 총장과 이사장의 동반 퇴진 없이는 명예를 회복할 수 없다"고 했다.

학내가 소란하자 총신대 운영 이사회는 학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운영 이사회 임원회는 지난 11월 30일 회의를 열어 학내 현안을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를 꾸렸다. 또 운영 이사회 임원들은 같은 날 원우회 임원들을 만나 학생들의 요구 사항을 들었다. 원우회 임원들은 운영 이사들에게 현 재단 이사진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원우회 측은 "재단 이사들이 학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 몇 년 동안 약속을 믿고 기다렸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운영 이사장인 남태섭 목사는 "학생들의 요구를 100% 수용하지는 못한다. 문제가 있는 부분은 바로잡겠다"고 했다.

운영 이사회 측은 학생들이 수업에 복귀해야 한다고 했다. 남태섭 목사는 "아버지가 잘못해도 아들이 아버지의 자리를 침범하면 안 된다. 각자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원우회의 한 임원은 "대화하는 자리인 줄 알고 참석했는데 일방적으로 자기 이야기만 해서 실망했다. 학생들의 고충을 듣기보다 수업 거부를 철회하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자리였던 것 같다. 아직도 운영 이사들은 시위하는 학생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 원우회는 수업 거부에 이어 12월 1일에는 예장합동 총회 회관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총회가 총신대의 현안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원우회 목소리 무시하는 재단 이사장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뉴스앤조이 백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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