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6일 저녁 7시 30분, 보라색 리본을 목에 두른 사람들이 서울 강남구 서울영동교회로 속속 모였다. 평일 저녁임에도 100여 명이 예배당을 찾았다. 목에 두른 보라색 리본의 의미는 참회. 이들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 이동원 목사)이 주최한 한국교회 갱신을 위한 기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였다.

▲ 김형국 목사는 예수님이 경계했던 모습을 한국교회가 모두 가지고 있다고 했다. 또 한국교회가 드러낸 죄악은 우리 안에도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예수님께서는 두 가지 누룩을 경계하라 하셨습니다. 바로 돈과 권력의 누룩과 자신의 진리를 확신한 나머지 더는 진리를 추구하지 않는 교만과 위선의 누룩입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두 가지 누룩을 모두 보여 줍니다. 진리는 묻지 않고, 돈과 권력을 나를 위해서 쓰겠다고 합니다."

김형국 목사(나들목교회)가 고백한 한국교회의 모습은 부끄러웠다. 손봉호 교수(고신대)도 "한국교회의 도덕적 민감성이 죽어 버렸다"며 개탄했다. 두 사람은 이 죄는 우리에게도 있다고 했다. 따라서 우리 모두 스스로 돌아보고 회개해야 한다고 했다.

아프고 암담한 현실이지만, 희망은 있었다. 김형국 목사는 하나님나라의 누룩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절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누룩을 받아들인 사람은 하나님의 통치를 즐겁게 받아들이고, 이 땅에서 하나님나라를 실현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하나님나라의 누룩을 받아들이고 변화되길 기대하자고 했다.

▲ 이동원 목사는 "지난 주일 세 교회가 분쟁으로 예배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입니다"며 안타까워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내가 한기총이고, 내가 한국교회입니다. 내가 물질을 탐하고 권력을 추구했습니다. 내가 부끄러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내가 회개해야 할 사람입니다. 하나님께 나를 좀 용서해 달라고, 나를 깨끗이 해 달라고, 나를 불쌍히 여겨 달라고 기도합시다."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는 한국교회와 한기총의 잘못이 곧 나의 잘못이라며 참회 기도를 하자고 했다. 이 목사와 같이 기도 인도를 맡은 조성돈 교수(실천신대원)는 돈과 권력이 한국교회를 대표하지 않길 기도하자고 했다.

목회자가 앞으로 나와 회개 기도를 하는 시간도 있었다. 이동원 목사는 목사 안수를 받은 사람은 강단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으라고 했다. 한국교회가 병든 일차적 책임은 자신과 같은 목회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목회자들이 앞에 나와 눈물을 쏟으며 회개 기도하는 동안, 뒤에 앉아 있는 교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하늘로 뻗어 목회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교인들도 회개 기도했다. 이동원 목사는 당회와 제직, 청년이 바르게 설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했다. 교인들은 자리에 앉아 기도했고, 앞에 나온 목회자들은 교인들을 위해 기도했다. 참석자들은 서로를 위해 기도하면서 때론 가슴을 치기도 하고, 소리 내어 울기도 했다.

이동원 목사는 선조들이 참회하며 불렀던 찬송 '천부여 의지 없어서'를 함께 부르자고 했다. 참석자 전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찬송을 불렀다. 찬송을 마친 뒤 마지막으로 한기총 해체 운동의 미래를 위해 기도했다. 한기총 해체 운동을 통해 한국교회가 회복하게 해 달라고 빌었다.

▲ 기도회 인도자들은 "오늘날 한국교회가 병든 책임은 모두 우리에게 있습니다. 우리가 먼저 회개해야 합니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가슴에 손을 올리고 자신을 회개하는 기도를 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 목회자와 교인은 서로를 위해 기도했다. 목회자는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회개 기도했고, 교인은 그들을 위해 손을 들어 기도했다. 교인이 회개 기도할 때는 목회자가 교인을 위해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한쪽에서 한기총 때문에 눈물을 쏟으며 회개 기도하는 동안 한기총은 기념행사를 열었다. 한기총은 같은 날 저녁 6시, 서울 여의도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한국교회의 밤'을 개최했다.

"한기총은 하나님 은혜의 선물입니다. 저는 어떤 이유나 어떤 사람 때문에 한기총의 정체성과 연합에 금이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기총 이름이 훼손당해도 안 됩니다."

환영사를 맡은 박종순 목사는 한기총 존재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한국교회의 밤에 참석한 사람들은 한국교회 부흥을 위해 기도하고, 떡을 자르며 잔치를 즐겼다.

▲참석자들은 공동 기도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기도문을 통해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고, 정결히 다시 설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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