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길자연 대표회장)와 이단 사이가 심상치 않다. 한기총은 복수의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하거나 예의주시하고 있는 세력을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기존에 이단 연구를 했던 사람은 이단으로 몰고 있다.

장재형 목사와 다락방에 우호적 태도

근래 한기총과 가장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곳은 장재형 목사 측이다. 장 목사는 이런저런 형태로 세계복음주의연맹(World Evangelical Alliance·WEA) 한국 총회 유치부터 준비 과정에 개입하고 있다. (관련 기사 : 수상한 WEA 2014 한국 총회)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회원 교단들은 "장 목사 관련 인사들은 즉각 퇴진하라"고 했다. 이에 한기총은 "장 목사는 이단성이 전혀 없다"는 말로 거절했다.

한기총은 2010년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의 보고를 근거로 장 목사가 이단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당시 이대위는 장재형 목사와 변승우 목사(큰믿음교회)에 대해 이단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대위의 결론에 많은 교단이 반발했고, 결국 그해 12월에 열린 실행위원회에서 이대위는 해체됐다. 같은 실행위원회에서 대표회장으로 당선된 길자연 목사는 "장재형·변승우 목사의 이단성 문제와 이대위에 대한 논의는 나에게 맡겨 달라"며, "이단 문제는 합리적이고 신앙적으로 처리하려고 한다"고 했다. 한기총과 길자연 대표회장은 약속했던 조사나 연구를 하지 않고, 해체한 이대위 보고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 한기총이 2004년 발간한 <이단 사이비 연구 종합 자료>에는 다락방이 포함되어 있다. 발간 당시 대표회장 역시 길자연 목사였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반면, 회원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다락방전도총회(다락방)는 다시 조사하고 있다. 한기총 질서확립대책위원회(질서위)는 지난 11월 22일 예장개혁의 다락방 영입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예장개혁과 예장개혁(다락방)을 불러 조사했다. 한기총은 "한기총 회원인 예장개혁이 다락방을 영입했고, 이를 조사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기 때문에 조사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조사가 얼마나 공정하게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기총은 이미 9월 22일 예장개혁(다락방)에 회원 증명서를 발급했고, 10월 28일 열린 실행위원회에 예장개혁(다락방)만을 참석하게 했다. 김용호 직무대행이 소집한 특별 총회에 양측이 모두 총대로 참여한 것과 대조된다.

다락방은 예장고신·통합·합동·합신·개혁·고려, 기독교대한성결교,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한국침례회 등 9개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2004년 한기총이단사이비문제상담소가 발간한 <이단 사이비 연구 종합 자료>에 다락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당시에도 대표회장이었던 길자연 목사는 자료집 인사말에서 "국가와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이단 사이비들의 척결을 위해 조사·연구에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 최삼경 목사는 한기총이 조사를 마치기도 전에 자신을 이단으로 발표했다고 항의했다. 최 목사는 질서위 조사가 끝난 후 기자회견을 열고 한기총을 성토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이단 연구가 최삼경 목사는 질서위가 이단으로 규정

한기총은 이단 의혹 세력과 가까이 지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단 연구가를 이단으로 몰고 있다. 11월 21일 한기총 질서위는 최삼경 목사를 소환해 이단성을 조사했다. 질서위는 김창수(보수합동), 김동락(성합 측), 김병근(합동총신 측), 김명식(순복음), 최영학(기감연합), 강세창(합동동신), 최충하(예장대신) 등 7개 교단 전·현직 총무의 요청으로 최 목사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기총은 최 목사를 소환하기 전, "최삼경 목사의 글과 강의 내용 등 모든 자료를 입수해 조사한 결과, 심각한 이단이자 신성모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는 내용을 성명에 실어 발표했다. 조사를 마치기도 전에 최 목사가 이단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질서위는 11월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조사한 결과 최삼경 목사는 이단"이라고 주장했다. 최 목사는 "이단 문제는 가장 어려운 일로서 신뢰 있는 이단 전문 연구가와 학자들이 충분히 연구해야 할 일인데, 질서위가 자신을 이단으로 규정한 것은 문제"라고 했다. 질서위가 이 문제를 조사한 이유 중 하나는 한기총이 시간 부족을 이유로 이대위를 구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 목사는 "이대위는 시간이 없어 할 수 없는 일을 질서위는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회원 교단과 이단 연구 단체 반발

최삼경 목사 소속 교단인 예장통합은 발끈했다. 최 목사는 현재 예장통합의 이대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예장통합은 11월 25일 성명을 내고 "한기총이 본 교단의 이대위 위원장을 자세한 검증과 토론 없이 이단으로 규정했다면, 이는 한기총이 교회 연합 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한 행태"이자, "최 목사 개인에게는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했다. 예장통합은 한기총이 이번 보고서 발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 발표 과정의 문제도 지적했다. 예장통합은 한기총이 이단을 규정할 때 이대위가 조사하여 임원회에 보고하고, 실행위원회와 총회에서 결의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최삼경 목사를 조사할 때는 이런 과정이 없었다고 했다. 따라서 한기총이 질서위 보고서의 공식적 채택을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 세이연은 11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기총의 이단 대처 방식을 비판했다. 이들은 한기총 내 친이단 인사들도 조사를 받으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한기총의 이단 옹호가 노골화되자 이단 전문가들도 집단행동에 나섰다. 세계한인기독교이단대책연합회(세이연)는 11월 23일 성명을 내고 한기총의 이단 대처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세이연은 국내외 이단 연구가들이 모여 만든 순수 연구 단체다. 세이연은 성명에서 "9개 교단이 이단이라고 발표한 단체를 재조사하고 청문회를 열려는 것은 이단 해제를 위한 절차로 보인다"고 했다. 또 최삼경 목사에 대해서도 소속 교단(예장통합)과 예장합동이 조사해 이단이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결론을 내렸고, 예장통합은 최 목사 건을 재론하지 말라고 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세이연은 "한기총 질서위가 각 교단의 공식 발표를 뒤집을 수 있는 재판 기관이냐"고 따졌다.

2010년 장재형 목사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한기총 이대위의 조사 과정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세이연은 한기총이 최삼경·박형택 목사 등 그동안 장 목사를 조사했던 인사를 배제하고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가 하면, 구체적인 조사도 없이 장 목사가 이단성이 없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장재형 목사가 설립한 크리스천투데이(크투)를 한기총에 출입하지 못하게 하라는 요구도 했다. 세이연은 예장통합과 예장합신이 크투를 이단 옹호 언론으로 규정했다며, "한기총이 신실한 교단 연합 기관이라면 친이단 신문의 출입부터 금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세이연은 한기총 소속인 친이단 인사들도 조사를 받으라고 했다. 이들은 한기총이 조사할 권한이 있다면 우리도 조사할 권리가 있다며, 한기총 내 친이단 인사들도 국내 이단 연구 단체에 나와서 청문회를 하고 조사받을 준비를 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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