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신대 신대원 원우회가 재단 이사진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 11월 22일부터 수업 거부를 하고 있다. 23일에 찾은 양지캠퍼스 강의동에는 수업 시간임에도 빈 강의실이 많았다. ⓒ뉴스앤조이 백정훈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신대원) 원우회가 지난 11월 22일 수업 거부에 돌입했다. 11월 23일 신대원이 있는 양지캠퍼스의 강의동은 적막했다. 평상시 같으면 한창 수업을 하고 있을 시간임에도 빈 강의실이 많았다. 강의가 진행되는 교실도 있었지만 한두 명이 앉아 있을 뿐이었다.

원우회는 수업에 복귀하는 조건으로 현 재단 이사진의 퇴진을 내걸었다. 학내에서 불거지는 문제의 근원에 현 이사들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원우회 관계자는 "이사회는 학교 현안을 해결할 의지가 없다. 수업 거부는 이사들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고 했다.

신대원 학생들과 원우회는 송전탑 이전이 지연되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한국전력이 양지캠퍼스 뒷산에 76만 5,000볼트용 송전탑을 세우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초다. 학교와 한국전력은 협상 끝에 타협안을 마련했다. 학교가 송전탑을 이전할 수 있는 부지를 매입해 한국전력에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체 부지를 매입하는 것은 2년째 진행되지 않고 있다. 소병군 원우회장은 "땅 주인과 협상 중이라는 이사회 측의 해명을 듣는 것에 지쳤다"고 했다.

교수 충원도 학생들에게 민감한 현안이다. 원우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신대원 교수 1명이 담당하는 평균 학생 수는 71.7명이다. 원우회 관계자는 "교육부가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이 교수 1인당 학생 42명이다. 다른 학교들에 비해서도 교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교육의 질이 낮아지고 있다"고 했다.

▲ 신대원생들은 이사회가 송전탑 이전과 교수 충원 문제 등 학내 현안을 해결할 의지가 없다며 비판했다. 양지캠퍼스 곳곳에는 송전탑의 위험성을 알리고 뇌물 사건 관련자의 해명을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붙었다. ⓒ뉴스앤조이 백정훈
송전탑 이전, 교수 충원 문제와 함께 최근 김영우 재단 이사장과 정일웅 총장이 연루된 직원 인사 뇌물 사건이 학생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소병군 원우회장은 "학생들이 더 이상 현 이사진을 신뢰하지 않는다. 학교 현안도 해결하지 않는 상황에서 비리 사건까지 터졌다. 법적 책임을 논하기 전에 도덕적인 책임이라도 져야 한다"고 했다.

수업 거부에 대한 학생들의 호응은 뜨겁다. 1,600여 명의 학생 중 수업에 참석하는 이들은 100여 명이다. 원우회 관계자는 "강의동을 폐쇄하지 않았는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수업 거부에 동참해서 놀랐다"고 했다. 그는 "2008년에도 송전탑 문제 때문에 교수들의 주도로 수업 거부를 한 적이 있었지만 참여율이 지금에 못 미쳤다"고 했다.

원우회에 따르면, 수업 거부에 동참하는 이들이 많은 것은 학생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방증이다. 학생들은 지난 10월 예장합동 총회에서 학내 현안을 해결해 달라고 시위했다. 11월 4일 총신대 재단 이사회와 운영 이사회 때도 송전탑 이전과 교수 충원이 지연되고 있다며 운영 이사와 재단 이사에게 조속한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원우회는 이사진 퇴진이라는 요구 조건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2012년 새 학기 등록 거부를 검토하고 있다.

김영우 이사장은 학생들의 수업 거부가 명분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기독신문>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송전탑 (이전)과 교수 충원은 현재 추진 중이며, 재단 이사 선출이나 뇌물 수수 의혹은 국가기관에서 판단할 일이다. 학생들과의 만남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이들이 오히려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