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길자연 대표회장)가 자신을 비판하는 회원 교단과 언론까지 적으로 만들면서 자기 길을 가고 있다. 한기총은 11월 18일 임시 임원회를 열고, 9개 교단이 낸 성명에 반박하는 성명을 작성했다. (관련 기사 :한기총, 회원 교단과 갈등 증폭) 한기총은 성명서에서 명분 없는 정관 개정, 재정 유용 의혹, 이단 연루설을 모두 부인하고, 문제를 제기한 9개 교단을 비난했다.

한기총은 최근 자신을 향한 비판을 모두 '음해와 중상모략'이라고 했다. 특히 예장통합 측 일부 인사들이 한기총을 공격한다며, 한기총에 대한 비판을 정치적 싸움으로 축소했다. 한기총은 10월 28일 실행위원회에서 정관과 운영 세칙, 선거 관리 규정이 통과된 것은 개정의 필요성을 보여 준 일이라고 했다. 이를 예장통합만이 예상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WEA의 유치와 준비 과정에 대한 비판은 논리적 반박 대신 "WCC 준비는 제대로 했느냐"는 식으로 받아쳤다. 부당 해고 논란을 일으킨 한기총 사무국 직원 해임 문제도 예장통합 소속인 이광선 직전 대표회장이 강하게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이단 연루설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고,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을 공격했다. 한기총은 장재형 목사에 대해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가 조사한 결과 혐의가 없었다고 했다. 또 최삼경, 박형택 목사가 장 목사의 이단성에 대한 혐의는 찾지 못한 채, 장 목사가 통일교 아니면 재림주라고 의혹을 제기했다며, 도리어 조사 활동에 잘못이 있는 것처럼 표현했다. 다락방전도운동(다락방·조삼경 목사)을 영입한 예장개혁을 회원으로 받아들인 것에 대해서도, 예장개혁이 처음 문제가 생겼을 때 한기총에 자문하지 않고 이제 와 한기총을 탓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락방과 장재형 목사가 이단이라고 주장하는 최삼경 목사야말로 신앙관에 문제가 있으니, 예장통합은 최 목사를 예장통합 이단대책사이비위원회 위원장에서 해직하라고 했다.

한기총의 이런 행태는 개혁을 바라던 단체의 외면을 불러왔다. 한기총 해체 목소리가 높았을 때에도 한기총의 자정과 개혁을 바랐던 미래목회포럼(대표 정성진 목사)이 17일 "한기총, 개혁하지 못한다면 해체해야 합니다"라는 성명을 냈다. 미래목회포럼은 "교계 연합 기관이 정치꾼들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비도덕적 행위로 지탄받는다면 교회 지도자들의 역할과 기관의 사명은 이미 없어진 것"이라며, 개혁이 불가능하다면 "해체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했다.

한기총은 개신교계 언론들도 적으로 만드는 악수를 두었다. 한기총은 <국민일보>, <기독신문>, <기독교보>에 한기총 출입 기자를 교체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국민일보>에는 한기총 대표회장과 공동회장이 직접 찾아가 기사 내용에 항의하고, <기독신문>에는 교체할 출입 기자까지 지명했다. 크리스천기자협회(이현주 회장)는 이런 행태를 "교계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던 인사권과 편집권 침해"로 규정했다. 또 언론에 계속 물리적 탄압을 가하면 한기총의 언론 탄압을 공론화하고 한기총을 비민주적 단체로 규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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