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4일 WEA 총회 유치 감사 예배가 열렸다. 최근 한기총이 회원 교단과 갈등을 빚은 탓인지 예배 순서를 맡은 참석자들의 불참이 눈에 띄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11월 14일, 세계복음주의연맹(World Evangelical Alliance·WEA) 2014년 총회 유치 감사 예배가 열렸다. WEA 총회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길자연 대표회장)가 홍보에 힘을 쏟고 있는 행사다. 감사 예배 1부 사회는 홍재철 목사, 2부 사회는 엄신형 목사가 맡았다. 찬양은 길자연 목사와 관련된 사람들이 했다. 왕성교회 할렐루야 찬양대가 찬송하고, 길 목사 딸인 길한나 교수는 축가를 했다. 홍재철·엄신형·길자연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는 감사 예배에 1,000만 원 이상씩 후원했다. 이외에도 여의도순복음교회가 2,000만 원, 신일교회는 1,550만 원, 제자교회는 1,000만 원을 지원했다.

큰돈을 들여 화려하게 준비한 행사였지만 시작 전부터 구설에 올랐다. 감사 예배 장소인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이 통일교 소유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최근 한기총이 회원 교단과 갈등을 빚어서 인지 예배 순서를 맡은 참석자들의 불참도 눈에 띄었다. 예장통합이 감사 예배 불참을 선언하면서 예장통합 소속인 이광선 목사가 오지 않았다. 이 목사는 WEA 총회 준비위원장으로서 인사말을 할 예정이었다. 한기총 행사 참여를 유보한 예장고신 소속인 임종수 한기총 감사도 오지 않았다. 축시를 맡았던 예장합동 이기창 총회장도 오지 않았다. 이 총회장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WEA 총회 개최를 둘러싼 상황이 납득이 가지 않아 참석을 망설였다"고 했다. 축시를 맡은 박종구 목사, 내빈 소개를 맡았던 황규철 목사도 오지 않았다.

한기총은 WEA 총회 유치부터 감사 예배까지 속전속결로 진행했다. 2009년 6월 9일 WEA에 가입하고, 다음 해 7월 이광선 당시 한기총 대표회장이 뉴욕에서 WEA 대표 제프 터니클리프를 만나 서울 개최를 확정했다. WEA 총회 개최지는 보통 1년 전에 정하는데 한국은 4년 전에 확정한 것이다. 길자연 목사는 대표회장직에 복귀하자마자 뉴욕 WEA 본부를 방문해 총회 일정을 결정했다. 세계적인 행사의 논의와 진행이 단기간에 신속하게 이루어진 셈이다.

▲한기총 대표단과 WEA 관계자들이 지난 9월 미국 WEA 본부에서 만났다. 이때 이단 혐의가 있는 장재형 목사가 동행한 것을 확인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장재형 목사다. (WEA 홈페이지 갈무리)

그런데 이 과정에 이단 혐의를 받고 있는 장재형 목사가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장 목사는 2007년부터 WEA 북미협의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한기총 인사들이 9월에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동행했다고 알려졌다. 한기총에서 WEA 실무를 맡은 사람들도 모두 장 목사와 연관이 있다. 현재 WEA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이종원·윤원진 목사가 한기총으로 출근하고 있다. WEA 동아시아 본부 대표인 이종원 목사는 2004년 장 목사가 설립한 한국복음주의대학생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다. 윤원진 목사도 장 목사가 설립한 예수청년회 대표로 알려졌다. WEA 총회 관련 업무는 모두 이 두 사람이 맡고 있고, 다른 한기총 직원들은 WEA 총회 진행 상황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단 개입설이 터지면서 회원 교단들은 반발했다. 예장통합·고신·합신 등 9개 교단은 "장재형 목사와 관련한 인사는 즉시 퇴진하라"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했다. (관련 기사 : 한기총, 회원 교단과 갈등 증폭) 한기총 역시 이단 논란이 부담스러운 듯 16일에 열기로 했던 터니클리프 대표 기자회견을 전날 밤에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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