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총이 WEA(세계복음주의연맹) 한국 유치 감사예배를 11월 14일(월) JW메리어트호텔에서 진행키로 했다. JW메리어트호텔은 통일교 측 비영리 기구(NGO)인 UCI(구 통일교회 세계재단)의 산하에 있다. (사진 제공 <교회와신앙>)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길자연 목사)의 이단 대처가 여전히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한기총이 WEA(세계복음주의연맹) 한국 유치 감사 예배를 11월 14일(월) JW메리어트호텔에서 진행키로 해 충격을 주고 있다. 한기총의 JW 메리어트호텔 감사 예배는 이단 문제에 대한 경계심과 의식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극명하게 보여 준 사례라는 지적이다.

서울 강남에 있는 JW메리어트호텔은 당초 몰몬교 신도로 알려진 메리어트 회장의 소유로 알려져 왔었다. 그러나 현재는 통일교 측 재단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좀더 자세히 말하면 JW메리어트호텔은 통일교 교주 문선명 씨의 3남 문현진 씨가 장악하고 있는 통일교 측 비영리 기구(NGO)인 UCI(구 통일교회 세계재단)의 산하에 있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UCI는 문 교주가 1977년 설립한 곳으로, 전 세계에 설립·운영되고 있는 통일교회의 활동에 대한 지원, 자문, 조정 및 지도를 하는 국제 조직이다(<교회와신앙> 2010년 08월 16일 자 "문선명 교주 死前에 통일교 분열되나?" 보도 참고). UCI가 서울 JW메리어트호텔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저널>(2011년 5월 8일 자)은 물론 미국 포브스지 등 유수의 언론에서도 보도한 바 있다.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한기총이 이단 옹호·해제 논란을 겪다가 이젠 아예 통일교 측이 소유하고 있는 JW메리어트호텔에서 WEA 한국 유치 감사 예배를 드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한 이단 문제 전문가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JW메리어트호텔이 통일교 측 소유라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며 "한기총이 통일교 측 소유 호텔에서 행사를 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기총의 WEA 총회 실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기자가 "JW메리어트호텔이 통일교 소속인 줄 알고도 그곳에서 하는 건가?"라고 묻자 "전화상으로 말하기 힘들다"며 "장소는 바뀌지 않고 그대로 진행된다"고만 답했다. 통일교 측 호텔인 줄 알면서도 감사 예배 장소를 바꿀 수는 없다는 한기총 관계자의 말에서 표류하는 이단 대처의 단면을 보여 주는 것만 같았다. 

▲ WEA 한국총회 유치 감사 예배를 알리는 한기총 홈페이지. (사진-한기총 홈페이지에서 갈무리)
WEA 총회는 2014년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WEA에는 재림주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 <크리스천투데이> 설립자 장재형 목사가 북미 이사로 있다. 장재형 목사는 통일교 측에서 20년간을 골수 신도로 지내다가 이탈한 사람이다. 현재 장 목사는 한국·일본·홍콩 등에서 그를 재림주로 믿었다는 이탈 신도들의 증언이 나와 '재림주 의혹'을 받아 왔다.

장재형 목사에 대해 예장통합은 2009년 통일교 핵심 인물 출신에 재림주 의혹이 있다며 예의 주시 대상으로 결정했다. 예장합신에서는 2009년 이단 요소가 있다며 경계·교류 금지 규정을 했다.

▲ WEA뉴욕본부에서 기념 촬영한 한기총과 WEA관계자들(좌측부터 박중선 목사, 이광선 한기총 직전 대표회장, WEA 대표, 길자연 한기총 대표회장, 장재형 목사 WEA 북미 이사, 홍재철 목사). (WEA홈페이지 갈무리)

홍재철 목사 "통일교 측 건물 사용? 우린 그런 거 몰라"

한기총 차기 대표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홍재철 목사(예장 합동)의 무감각한 이단 개념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홍 목사는 오는 2011년 11월 14일(월) WEA(세계복음주의연맹) 유치 감사 예배를 통일교 측 건물에서 드리는 것에 대해 문제될 게 없다는 식으로 기자에게 답변했다. 예장합동 측 차기 대표회장 후보로 선출된 홍 목사는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와의 전화 통화에서 "JW메리어트호텔은 통일교 측이 인수한 건물이다"고 기자가 말하자 "우린 그런 거 모른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에서 밥 먹는데 통일교인지, 그런 걸 어떻게 다 알고 들어가나?"라고 반문했다. 몰랐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식이며, 또한 지금 알았어도 어쩔 수 없다는 태도다.

홍 목사는 논란이 되고 있는 JW메리어트호텔에서 WEA 대회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내년 5월까지 호텔들이 다 마감이었다"며 "(메리어트호텔의)어떤 행사가 취소되는 바람에 우리가 그 장소에서 할 수 있게 됐다. 그것도 아니면 자리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메리어트호텔의 장소 결정은 자신이 아닌 이광선 목사(2014년 WEA 총회준비위원장)가 했다고 주장했다.

"주변에서 이에 대해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기자가 물어보려 했으나 홍 목사는 '주변'이라는 말까지만 듣고 "아, 주변이란 것이 어떤 놈이요? 주변이 어떤 놈인지 말하라 이거야. 주변이! 그 놈이 누군지 말하라 이거야. 주변, 누가 말합니까?"라고 분에 찬 듯 말했다. 그는 기자가 더 질문을 하려 하자 "됐다!"며 전화를 끊었다.

홍 목사 외에 WEA 유치 감사 예배에 대한 입장을 길자연 목사(WEA총회준비위원회 대회장)와 이광선 목사에게 듣고자 했으나 각각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통일교재단은 2004년 JW메리어트호텔의 대표로 신달순 씨를 선임한 바 있다. 신 씨는 통일교 재단 사무총장, <세계일보> 세무고문, 통일교 측 용평리조트 대표이사를 지낸 통일교 측 인사다.

예장합동 측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통일교 측과 관계있는 호텔에서 한기총이 WEA 유치 감사 예배를 드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지금이라도 취소하고 더 이상 한기총이 논란에 휩싸이는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통일교 측 건물에서 한기총이 감사 예배를 드리게 된 이번 사태는 현 한기총 관계자들의 이단에 대한 인식의 현주소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윤석 / <교회와신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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