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학교(총신대)의 직원 인사 뇌물 수수 사건과 관련해 학내 단체들이 김영우 재단이사장, 정일웅 총장, 김길성 부총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관련 기사 : 총신대, 직원 인사 뇌물 수수) 이런 가운데 재단이사회가 올해 12월 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김영우 목사(이사장)를 이사로 재선출해 논란이 예상된다.
신학대학원 원우회, 대학교수협의회, 신학대학원교수협회, 전국대학노동조합 총신대지부 등 학내 4개 단체는 지난 11월 2일 공동 명의로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학교 운영의 책임자들은 직원 인사를 투명하게 진행하지 못하여 사태를 이 지경까지 악화시키고 학교 명예를 크게 실추시킨 점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또 학내 단체들은 사건 관계자들의 해명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사장, 총장, 부총장, 모 직원은 이번 사태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면, 총신대의 모든 구성원은 보도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고 했다. 이들은 양지캠퍼스와 사당캠퍼스에 "직원 인사 뇌물 수수 관계자는 해명하라"는 플래카드도 걸었다.
학내 단체들은 11월 4일 재단이사 선출을 위한 운영이사회와 재단이사회를 앞두고 이사회 장소인 사당캠퍼스 종합관 2층에서 시위했다. 양관모 노조 지부장은 "작년부터 인사와 관련된 문제가 있었는데 (뇌물 수수 사건) 뉴스를 보고 놀랐다. 전국 최고의 신학교로 불리는 총신대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고 했다. 이밖에도 시위 참석자들은 송전탑 이전 작업이 지연되고 교수 충원이 미뤄지면서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조치를 요구했다. 신대원생, 신대원 교수, 노조 관계자 등 100여 명은 회의장에 입장하는 이사들을 향해 "총신의 정의를 보여 달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운영이사회는 뇌물 사건과 관련해 아무런 논의도 하지 않았다. 운영이사회는 재단이사 후보 8명을 투표로 선출하고 회의를 마쳤다. 총신대 정관은 총회가 파송하는 운영이사들이 재단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재단이사회가 이를 승인하는 방법으로 재단이사를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방이사는 총회와 총신대가 선정한 이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추천한다.
재단이사회는 운영이사회가 추천한 8명의 이사와 함께 개방이사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8명 중에서 김영우 이사장, 정준모 목사, 유병근 목사, 한기승 목사를 개방이사로 선출했다. 결국 학내 단체들이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김 이사장은 이사와 이사장직을 유지하게 됐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학내 단체들과 논의한 후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할 예정이다"고 했다.
다음은 학내 4개 단체가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우리는 지난주 한 인터넷 신문 보도를 접하고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그 기사의 내용은 총신대학교의 재단이사장, 총장, 신학대학원장이 직원 인사와 관련하여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었다는 것이었다. 이에 우리는 관계자의 책임 있는 해명을 요구하며 총신대학교 사당, 양지캠퍼스에 현수막을 게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일주일이 다 지나도록 어느 누구도 이 사태에 대해 책임 있는 해명을 내어놓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가 공동체 구성원을 넘어서 한국교회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사건으로 번져 가는 상황에서 그냥 방관하는 것이 책임 있는 공동체 구성원이 자세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총신대학교 신대원우회, 대학교수협의회, 신대원교수협의회, 직원 노동조합은 한목소리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1. 언론에 보도된 관계자들의 성의 있는 즉각적인 답변을 요구한다. 언론 보도에서 거명된 재단이사장, 총장, 신학대학원장, 모 직원은 즉각 이 사태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 만일 관계자들이 진실을 명백하게 밝히려는 노력과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총신대학의 모든 구성원은 언론 보도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밝힌다. 2. 관련자들은 사실 여부를 떠나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도의적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 우리는 아직 사건의 실체를 정확하게 잘 모르지만 인터넷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너무도 충격적이고 구체적이어서 무엇인가 불편한 진실을 연상하게 만든다. 게다가, 사법기관의 내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까지 언론을 통해 드러나게 되었다. 결국 이번 언론 보도로 인해 우리는 목회자를 길러 내는 신학교 공동체위 구성원이라는 자존감에 많은 상처를 입게 되었다. 언론 보도의 사실 여부는 경찰 조사와 법원의 판단을 통해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불러일으킨 학교 운영의 책임자들은 직원 인사를 투명하게 진행하지 못하여 사태를 이 지경까지 악화시키고, 학교 명예를 크게 실추시킨 점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학교 운영의 최고 책임자들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불거진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자신의 직을 내려놓는 것이 공동체를 위한 진정한 리더의 자세가 아닐까? 3. 이번 계기로 각종 선거의 근본적인 개혁 조치를 요청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러한 가슴 아픈 문제의 시작이 금권 선거와 같은 구조적인 모순에서 비롯했다고 판단한다. 사실 여부를 떠나 총장 선임을 위해, 이사 선임을 위해 금품을 살포하는 관행들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다른 곳은 몰라도 미래의 목회자를 길러 내는 신학교만큼은 이런 의혹에서 제발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금권 선거는 우리 모두의 신앙 인격을 파괴하는 마귀적 요소를 지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를 죄로 여겨 고민하고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분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신학교의 총장과 이사는 최고의 도덕적 품격을 지닌 자들이어야 한다. 그래야 공동체 구성원 전체의 존경을 받게 될 것이고 또한 그런 분들만이 진정한 지도자로 리더십과 권위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근본적 조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총신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모든 사람들 앞에 분명하게 천명하는 바이다. 이제 곧 대학, 신대원, 각 대학원의 신입생 모집이 다가오고 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하나님의 학교 총신의 명예로운 이름이 더 이상 외부 언론에 의해 더럽혀지지 않도록, 그리고 총신을 바라보는 학우들과 그들을 보낸 전국 교회 성도들의 마음에 더 이상 상처가 되지 않도록 관계자들이 신속한 용단을 내려 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2011년 11월 2일
총신대 사태에 대한 성명서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원우회, 대학교수협의회, 신학대학원교수협의회, 전국대학노동조합 총신대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