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4일 '나는 꼼수다'는 방송에서 찬송가 '내 주를 가까이'를 개사해 불렀다. 이에 찬송가 개사를 두고 여기저기서 개신교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발했고 이 의견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교회언론회)
내곡동 일대를 사려 함은 십자가 짐 같은 그린벨트
내 인생 소원은 재테크 하면서 재벌이 되기를 원합니다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나꼼수)'는 10월 24일 방송에서 찬송가 '내 주를 가까이'를 개사해 내보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구입 의혹을 풍자한 가사에 누리꾼들은 즐거워했다. 제목을 '내곡동 가까이'라 짓고 이명박 대통령 747 공약을 패러디한 번호 747장을 붙여 악보를 만드는가 하면, 아카펠라 버전으로 녹음하기도 했다.

보수 개신교는 찬송가 개사가 개신교에 대한 모독이라며 발끈했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김승동 목사)는 10월 26일 "정신 나간 정치 발언, 종교를 모독하다니"란 제목으로 논평을 냈다. 이들은 논평에서 찬송가 패러디를 '기독교에 대한 모독, 모욕', '얼빠진 행위'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기독교에서 간절한 신앙고백을 담아 부르는 찬송가를 한낱 '희희'하는 잡담거리로 삼았다는 것이다. 당사자는 사과하고 한국교회는 나꼼수 출연진을 책망해야 한다고 했다. 보수 언론도 가세했다. <조선일보>는 10월 25일 찬송가 패러디를 보도하면서 나꼼수 출연자들을 좌파 지지자로 규정하고, 여권 공격에 찬송가를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찬송가 개사를 개신교에 대한 모독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김규호 목사(기독교사회책임 사무총장)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회가 공통으로 존중해야 할 종교적인 부분을 정치적으로 희화화하는 행위는 매우 저급한 행동"이라고 했다. 또 만약 정치 지도자가 찬송가 패러디를 했다면 지도자로서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일이라고 했다.

비록 찬송가를 패러디했지만 기독교에 관한 내용이 아니므로 괜찮다는 의견도 있다. 양희송 대표(청어람아카데미)는 "종교적 상징을 어느 정도 풍자의 대상으로 삼느냐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편차가 크다. 그런 면에서 조심할 필요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번 패러디는 명백하게 풍자적 효과를 노리고 한 것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 나꼼수뿐 아니라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도 찬송가 패러디를 많이 한다. 일희일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문화 평론가 박준용 교수(한양대)는 찬송가 개사를 기독교 모독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문화적 맥락에서 패러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나온 반응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패러디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어야 가능하다. 패러디가 된다는 것 자체가 큰 권위가 있다는 것이다. 가사는 기독교 모독이 아니라 정확히 이명박 대통령 의혹에 맞춰져 있다. 이번 일을 기독교 모독으로 보는 것 자체가 신성모독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내곡동 가까이'를 만든 김용민 시사 평론가도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종교를 비판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 아니다"며, 한국교회언론회의 논평에 대해 '그러거나 말거나 전혀 관심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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