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장합동 직영 신학교인 총신대의 직원 인사 과정에서 뇌물 수수 사건이 일어났다. 사진은 총신대 사당캠퍼스 모습. ⓒ뉴스앤조이 백정훈
예장합동 직영 신학교인 총신대학교에서 직원 인사 관련 뇌물 수수 사건이 벌어졌다. 이 대학 일반직 직원인 ㄱ 씨는 김영우 재단이사장, 정일웅 총장, 김길성 신대원 부총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일웅 총장과 김길성 부총장은 돈이나 그림을 받은 것은 시인했으나, "인사와 무관한 것이며, 곧 돌려주었다"고 해명했다. 김영우 재단이사장은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ㄱ 씨는 1980년대 초에 입사했다. 입사 동기들이 과장, 부장으로 승진하는 동안 ㄱ 씨는 여러 차례 진급에서 누락됐다. 학교 관계자는 "ㄱ 씨가 동료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업무 능력도 부족해 승진 기준에 미달됐다"고 했다. 올해 8월 인사 발령이 났는데, ㄱ 씨는 계장에서 과장 대우로 보직이 변경됐다.

ㄱ 씨는 2010년 10월에 예정됐던 직원 인사 평가를 앞두고 청탁했다. 대상은 직원 인사를 최종 결재하는 김영우 이사장과 인사 추천권을 가진 정일웅 총장이었다. ㄱ 씨는 평가 한 달 전인 9월 중순 서울 상계동에 있는 김영우 이사장의 집을 방문, 국민은행에서 발행한 100만 원권 수표 5장을 김 이사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에는 서울 상도동에 있는 정일웅 총장 사택을 찾아가 국민은행에서 발행한 100만 원권 수표 3장을 줬다. 수표와 함께 100만 원짜리 한의원 상품권도 건넸다. 상품권을 발행한 한의원 관계자는 "올해 초 ㄱ 씨가 정 총장에게 선물한다며 상품권을 부탁했다"고 확인해 주었다.

ㄱ 씨의 로비는 이번뿐이 아니었다. 정일웅 총장과 김영우 이사장에게 미술계 원로 동양화가의 작품을 각각 2009년 12월과 2010년 2월에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ㄱ 씨는 정일웅 교수와 김영우 목사가 각각 총장과 이사장으로 취임하는 시점에 맞춰 그림을 준 것이다. ㄱ 씨는 자신이 속한 부서 책임자였던 김길성 교수에게도 같은 화가의 그림을 건넸다.

ㄱ 씨는 그림 선물은 인사 청탁과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ㄱ 씨는 "그림을 준 시기는 인사 기간이 아니다. 승진을 바라고 준 것이 아니다. 총장과 이사장 취임을 축하하는 뜻으로 준 것이다. 또 마지막 한 학기 남은 대학원 수업을 들을 수 있게 근무 편의를 봐 달라는 뜻이었다"고 했다.

이와 같은 내용은 올해 봄부터 학내에 퍼져 나갔다. 여름에는 검찰이 내사하고 있다는 소문도 번졌다. 이 사건은 지금 경찰이 맡아 조사하고 있다. 이미 어느 정도 내사를 마친 경찰은 10월 중순 ㄱ 씨의 집을 방문해 조사했다. 경찰은 돈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이들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정일웅 총장은 인사 발령을 앞둔 올해 7월, ㄱ 씨에게 받았던 돈과 상품권을 돌려줬다. 그러나 ㄱ 씨에게 받았던 100만 원권 수표를 사용했고, 10만 원권 수표 30장으로 되돌려줬다. 그림과 상품권도 돌려주었다고 했다. 정 총장은 금품과 ㄱ 씨의 승진은 무관하다고 부인했다. 정 총장은 "ㄱ 씨가 찾아와서 무엇인가를 던져 놓고 갔다. 다른 일을 하다가 잊어버리고 있었다"고 했다. ㄱ 씨가 준 수표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급하게 돈을 줘야 하는 일이 있어서 썼다. 잊고 있다가 생각이 나서 돌려줬다"고 말했다. ㄱ 씨를 승진 대상자로 이사장에게 추천한 것에 대해서는 "ㄱ 씨가 오랫동안 승진하지 못했다. 인간적으로 그런 면을 고려해서 천거했다"고 설명했다.

김길성 교수 역시 ㄱ 씨에게 그림을 받은 것은 인사 청탁과 무관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나는 인사권이 없다. 인사 과정에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그림을 주기에 받았다. (ㄱ 씨가 준) 그림의 값도 모른다.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기자와 인터뷰할 때에는 "ㄱ 씨에게 받은 그림을 협동 목사로 일하고 있는 교회의 교인에게 주었다"고 해명했다가 "그림을 받고 나서 며칠 뒤에 김 씨에게 돌려주었다"고 말을 바꿨다.

김영우 이사장은 ㄱ 씨에게 금품과 그림을 받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김 이사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사장을 하면서 교수나 직원들의 돈이나 뇌물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김 씨를 승진시킨 것에 대해서는 "정 총장이 ㄱ 씨를 추천했다. 그가 어려운 중에서도 대학원을 다니며 열심히 공부했다. 그런 점을 감안했다. 승진이라고 하지만 그냥 '과장 대우'다"고 설명했다.

돈과 그림과 상품권을 건넨 ㄱ 씨는 인사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건넨 것에 대해서 확인을 거부했다. ㄱ 씨는 "총장과 이사장은 나를 '(과장) 대우'라도 시켜 줬다. 총장과 이사장은 내 아픔을 이해했다. 내 입으로 그런 내용을 이야기하면 총장과 이사장의 뒤통수를 치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내가 총신대 직원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는 등 부당하게 대우받은 것이다"고 했다.

총신대 관계자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작년 10월 직원 인사가 시작된 이후부터 일부 직원과 인사 관계자들이 특정인을 승진시키기 위해 담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인사와 관련해 금품이 오간다는 소문이 직원들 사이에 무성했다"고 주장했다. 총신대 노동조합은 인사가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정일웅 총장과 김영우 이사장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올해 5월 김 이사장은 인사 문제에 대한 직원 간담회를 열고, 인사 과정에서 직원들 간에 특정인을 밀어주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총신대의 직원 인사는 2010년 10월에 시작해 올해 8월에 마무리됐다. 학교 관계자는 "직원 인사로 이렇게 오랜 시간을 끈 것은 드문 일이다"고 했다. 그는 "총신대의 직원 인사를 둘러싼 논란은 오래된 일이다. ㄱ 씨의 인사 청탁 사건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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