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상 전 이화여대 총장이 총리로 지명되었을 때 헌정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와 환영의 목소리가 각계에서 흘러 나왔습니다. 특히 여성계의 기쁨이 매우 컸습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처음 시도된 국회인사청문회의 벽을 뛰어 넘지 못하고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이번 인사청문회의 결과에 대해 형평성을 상실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적지 않은 듯싶습니다. 그녀의 개인적 도덕성만 따졌지 정작 중요한 국정수행 능력에 대한 평가가 적었다든지, 그녀가 총리 자격이 없다면 이회창 대통령 후보는 더더구나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볼멘 소리도 들립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러한 반응들에 일리가 있음을 수긍하고 첫 여성 총리의 꿈이 사라진 것을 아쉬워하면서도 대체적으로 그녀의 낙방을 받아들였습니다. 총리로서의 도덕성과 신뢰성에 큰 의문을 던진 것입니다. 이 현실은 특히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또 하나의 깊은 비애를 안겨주었습니다. 그녀는 신학자로서 총리로 지명될 때 한국의 대표적 교육기관 중에 하나요 기독교대학인 이화여자대학교의 총장이었고, 부군 역시 연세대학교 부총장을 역임한 신학자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장 상씨는 청문회 석상에서 '이 세상을 위해 유용하게 쓰이는 하나님의 참된 도구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를 주저 없이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그녀의 낙마를 바라보는 그리스도인의 마음은 참담해지는 것입니다.

그녀는 자주 국민들의 지탄을 받아온 파렴치한 일들과 관련해서 의혹을 받았습니다. 아들의 미국 국적 유지를 위한 한국 국적 포기와 병역기피 의혹, 위장 전입을 통한 부동산투기 의혹, 학력표기 조작 의혹 그리고 재산증식 의혹 등이었습니다. 이러한 의혹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하나님과 본인만이 알 것입니다. 정치적 공세를 감안할 때 그녀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의혹들에 대한 장 상씨의 대답과 태도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했다는 점입니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한국 기독교계와 교육계의 현주소를 예리하게 풍자해주는 한 편의 만평 같은 생각이 듭니다. 과연 어떤 인물이 기독교계와 교육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위치에 올라갈 수 있는가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가르쳐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실망시킨 그녀의 발언들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녀는 아들의 국적 문제에 의혹이 일자 "만일 내가 총리가 될 줄 알았다면 아들의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그녀의 인품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대한 단초를 제공했습니다. 그녀는 결정적인 대목에서는 시어머니, 비서 등에게 책임을 돌렸습니다. 결국 궁지에 몰리자 "60 평생을 살며 신앙심과 도덕성, 성실성에 관해 하나님 앞에서는 부끄러움이 있지만, 사람 앞에서는 범법 같은 것은 없었다고 믿는다"라고 답했습니다. 언뜻 보면 매우 겸손해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에 찬 발언입니다. 그러한 속내는 이어지는 그녀의 직언에 잘 담겨 있습니다. 이렇게 '몰아붙인다면 여기 앉은 누구도 결백할 수 없다'는 그녀의 판단은 진실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후 중앙청사 현관을 나서면서 도열한 총리실 간부들에게 "공부도 많이 했는데 1%가 모자랐다"는 뼈있는 소회를 남겼습니다.

그녀의 억울한 심정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러나 도덕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아야 하는 기독교계와 교육계에서 조직을 성공적으로 꾸려나가는 실리주의적 정치력과 행정력이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대접받고 있는 현실이 우리를 한없이 슬프게 만듭니다. 그러나 마냥 슬퍼하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더욱 하나님을 의지하고 과감히 일어나 개혁의 깃발을 높이 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2주년을 맞는 <뉴스앤조이>의 다짐입니다.

편집인  박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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