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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길, 늦봄 곁에 눕다
자주 통일 어머니 고 박용길 장로 장례 예배
  • 문혜미 (moon9550@newsnjoy.or.kr)
  • 승인 2011.09.29 11:57

   
▲ 9월 28일 고 박용길 장로의 장례 예배가 인수동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예배당에서 있었다. 총 300여 명이 참석해 박 장로의 마지막을 지켰다. ⓒ 뉴스앤조이 문혜미

문익환 목사의 호는 '늦봄', 박용길 장로의 호는 '봄길'. 생전에 문익환 목사는 아내를 늦봄인 자신을 이끌어 준 봄길이라며 고마움을 표하곤 했다. 문 목사와 박 장로는 민족의 평화통일이라는 염원을 안고 북한을 방문, 통일 운동에 매진했다. 문 목사가 세상을 뜨고도 박 장로는 문 목사의 모습 그대로 90 평생 이어 갔다. 그런 그녀가 지난 25일 문 목사를 만나러 떠났다.

9월 28일 오전 9시 30분, 고 박용길 장로의 장례 예배가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예배당에서 있었다. 통일의 봄길 박용길 장로 겨레장에는 각계각층 인사들과 늦봄문익환학교 학생 80여 명을 포함, 300여 명이 함께했다.

박 장로의 평생 삶을 반추하듯 장례 예배 시작 전부터 통일을 주제로 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마지막 길을 지키려 모인 이들은 차분하고 엄숙하게 예배에 임했다. 김상근 6·15공동회의 남측 대표, 이해동 행동하는양심 이사장, 한명숙 전 국무총리,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권오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전 공동의장 등이 장례식 순서를 맡았다. 이외에도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권영길 의원,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등이 참석해 박 장로를 애도했다.

   

   
▲ 고인이 된 박용길 장로를 위해 참석자들과 유가족이 마음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 뉴스앤조이 문혜미

봄길 박용길 장로는 생전에 늦봄 문익환 목사의 건강이 나빠 박 장로 집안에서 결혼을 반대하자 "반년만 같이 살아도 좋다"며 결혼했다. 이해동 목사는 이런 박 장로가 문 목사와 반년 이후로 함께 한 삶을 덤이자 축복으로 생각하고 문 목사의 꿈을 이어 민족의 평화통일 운동에 자신의 삶을 아끼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 고 문익환 목사의 동생 문동환 목사가 유족을 대표해 인사했다. ⓒ 뉴스앤조이 문혜미

문익환 목사의 시 '꿈을 비는 마음'을 박 장로의 육성으로 낭독한 영상물이 상영됐다. 박 장로의 목소리가 예배당 가득 울리자 여기저기서 참석자들이 눈물을 훔쳤다. 고인의 시동생인 문동환 목사는 유족을 대표해 "문익환 목사와 박용길 장로에게 민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 없었다면 아파하지도, 통일의 꿈도 꾸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박용길 장로를 어머님으로 부르며, 박 장로가 살아온 삶 전부를 닮고 싶다고 조사했다. 그녀는 민족사에 바쳐진 박 장로의 삶이 이 나라에 민주주의를 열매 맺게 하고 민족 화해와 평화의 길을 가까워지게 했다고 말했다. 박 장로가 걸었고 만든 그 길 끝에서 우리가 또 다른 길을 이어 놓겠다며 고인의 뜻을 기렸다.

권오헌 민가협 전 공동의장은 박 장로가 이끌었던 민가협은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었다고 회고했다. 박 장로가 염원하던 국가보안법 철폐, 양심수 없는 세상, 분단의 철조망을 걷고 통일되는 세상을 보지 못한 채 떠나신 것을 안타까워하며 못 다한 일은 남은 이들이 할 것이라고 조사했다.

해외에서도 많은 동포들이 박 장로를 애도하며 조문을 보내왔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조전을 직접 작성해 유가족들에게 보냈다. 김 위원장은 조전에서 "박용길 여사는 그토록 바라던 통일의 봄을 보지 못하고 애석하게 떠났지만 그가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위해 바친 삶은 북과 남, 해외 그리고 온 겨레의 마음속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조의를 표했다.

   

   
▲ 장례 행렬은 박 장로와 문 목사의 추억이 깃든 수유동 통일의집으로 향했다. 박 장로의 영정은 집안을 돌며 마지막 인사를 마쳤다. ⓒ뉴스앤조이 문혜미

장례 예배를 마치고 운구 행렬이 이어졌다. 운구는 한신대 교정에 있는 문 목사의 시비 앞에 잠시 머물렀다가 박 장로와 문 목사의 추억이 깃든 수유동 '통일의집'으로 갔다. 집에 들어서자 통일 기념박물관을 연상케 하는 부부의 유품들과 사진들이 가득했다. 박 장로의 영정이 집안을 천천히 돌며 마지막 인사를 마쳤다. 하관식을 위해 운구는 조문객 200여 명과 함께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 공원묘지로 향했다.

   

   
▲ 장례 행렬은 하관식을 위해 마석 모란 공원묘지로 도착했다. 문 목사의 묘로 향하는 길가를 따라 늦봄학교 학생들이 국화를 들고 박 장로를 맞았다. ⓒ뉴스앤조이 문혜미

오후 1시 공원 입구에 장례 행렬이 도착했다. 산비탈을 따라 올라가는 길가에는 양옆으로 80여 명의 늦봄학교 학생들이 국화 한 송이씩을 들고 서 박 장로를 맞았다. 문 목사의 묘에 박 장로의 운구가 내려졌다. 침묵으로 기도하던 아들 문성근 씨가 참았던 눈물을 쏟아 냈다. 함께한 참석자들도 눈물을 흘렸다.

정진우 목사(서울제일교회)는 "1970년대 말 처음 박 장로를 뵈었을 때 온화하고 인자한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박 장로를 거리에서 다시 뵐 때 늘 머리에 띠를 두르고 싸우는 모습을 보며 항상 남모를 열정 같은 것이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설교가 끝나고 유족과 조문객들이 차례로 흙을 떠 관 위에 뿌렸다. 하얀 국화 꽃잎이 날리고 관 위에 눈처럼 덮였다. 박용길 장로는 한뜻을 품은 동지이며 사랑하는 남편 문익환 목사 바로 곁에서 깊은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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