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관예배는 아들 대영복 신부(53)와 안예단 신부가 공동으로 집례했고, 유족과 예수
원 가족 및 추모객 등 4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이승균

8월 7일 고 대천덕 신부의 입관을 지켜보는 유족들과 예수원 공동체 식구들은 그와의 헤어짐이 못내 아쉬워 나직하게 울먹였다.

"거짓말 같아요. 돌아가셨다는게 정말 믿어지지 않아요."

예수원 가족인 전채리티 자매는 눈시울을 붉게 물든 채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고 대천덕 신부의 유가족. 현재인 사모, 엔시토리, 버니토리(좌측부터)
ⓒ뉴스앤조이 이승균

지난 5월 19일 불의의 사고로 쓰러진 뒤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긴 잠에 들었던 대천덕 신부. 그는 이제 많은 이들의 아쉬움을 뒤로 한채 80여일간의 긴 잠에서 깨어나 그렇게 사모하던 영원한 나라에 들었다.

▲현재인 사모가 조문객과 환담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승균

현재인 사모(82)는 "남편의 치유를 위해 기도했지만 우리가 원했던 방법이 아닌 하나님께서 원하는 방법으로 치료해 주셨습니다"는 말로 남편을 잃은 슬픔을 신앙으로 승화시켰다.

남편과 헤어짐을 '하나님의 치료'라고 믿는 숭고한 믿음은 고인의 높은 신앙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이다.

▲버니토리 ⓒ뉴스앤조이 이승균
1남 2녀 중 막내딸인 버니토리(35)도 "아버지가 안 계셔서 힘들고 텅 빈 것 같다"면서도 "막상 돌아가신 후 아버님이 지금 무척 행복하시다는 것이 느껴져서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고 말한다.

예수원 설립자이자 원장인 대 신부의 별세로 앞으로 예수원 운영이 걱정스런 과제지만 어느누구도 우려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현재인 사모는 "남편은 돌아가실 것이란 생각을 못해 유언은 남기지 못했습니다"며 "하지만  예수원은 오랫동안 그 누구도 아닌 성령님이 운영하셨습니다"고 말한다. 즉 예수원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 공동체 회원들이 잘 일궈 나갈 것이라는 얘기.

향후 예수원 운영과 관련, 권요셉 장로의 말도 역시 현 사모와 같다.

"예수원은 원장은 없습니다. 대 신부님께서도 '자신은 설립자일 뿐이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머리되신 예수님의 뜻을 따라 장로와 목회위원 그리고 정회원들이 공동으로 운영해 나가는 것입니다."

▲대영복 신부와 안예단 신부가 입관예배를 집례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승균

한편 이날 입관예배는 아들 대영복 신부(53)와 안예단 신부가 공동으로 집례했고, 유족과 예수원 가족 및 추모객 등 4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 이만신 목사(중앙성결교회 원로)는 추모객을 대표해 "고인의 높은 신앙의 열매가 많이 맺기를 바란다"고 기도했다.

고인의 토지관에 깊게 감명받아 성경적 토지정의 실천 운동에 뛰어들었던 고왕인 박사(전 헨리조지협회 회장)도 이날 입관예배 현장을 찾아 고인의 높은 뜻을 기렸다. 고 박사는 "대 신부님은 토지 문제를 사회운동 차원이 아닌 성령운동을 통해 이룩하길 원하셨습니다"고 말하고 "따라서 대 신부님 주위에선 항상 투쟁이나 대립이 아닌 감화와 설복이 따라다니곤 했습니다"고 회상했다.    

대신부는 평소 입버릇처럼 '하나님의 토지법이 모든 불평등을 없앨 수 있는 인간의 기본법'이라고 했던 것처럼 이 세상을 떠나면서 단 한평의 땅도 차지하지 않았다. 고인의 유해는 10일 성공회 대성당 장례식 후 화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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