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지인한테서 문의가 들어왔다. 순대나 선짓국, 미디움보다 덜 익힌 고기 등을 먹는 게 크리스천으로서 옳은 것인지 말이다. 이런 질문이 이제 갓 예수를 믿게 되고 성경을 막 읽기 시작한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신앙생활을 했던 분의 질문이라는 게 놀라웠다. 그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미 알고 계시는데 확인하기 위해서 질문을 던진 것이라 스스로 세뇌하면서. 다음은 내가 보낸 답장이다.

"구약에서는 율법에서 피를 먹는 것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약에서 율법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성취되었으므로, 이제는 더 이상 율법을 지켜야 구원을 얻는다고 말할 수 없고, 오직 예수님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구약의 율법은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의식법, 시민법, 도덕법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가운데 의식법은 구약의 제사와 종교적인 의식과 관련된 율법으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써 그 의미를 온전히 성취하셨으므로, 이제는 더 이상 의식법이 신약의 성도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민법은 구약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께서 다스리시는 신정국가이기 때문에 적용되는 법률로서, 오늘날에는 신정국가 개념이 없으므로 역시 신약의 성도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신약의 성도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은 영원한 성격을 가진 도덕법입니다. 피를 먹는 문제는 도덕법의 범주에 들지 않는 것으로, 이제는 신약의 성도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하지만 사도행전에서 이방인으로서 크리스천이 된 사람들에게 '피를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행 15:20, 29, 21:25). 어떤 주석가는 이것은 피를 먹는 것이 아니라, 살인을 금하라는 권고라 해석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해석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좀 무리입니다. 이방인 크리스천들에게 피를 먹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권고는 신약의 성도들에게 반드시 적용되는 '율법'의 문제이기 때문에 주어진 것이라기보다는, 유대인 크리스천들과의 교제를 방해받지 않기 위하여 '사랑'의 방식으로 피를 금할 것을 권고하는 것입니다. 이제 막 예수를 그리스도로 영접한 이방인 크리스천들이 유대인들과 하나의 신앙 공동체를 이룰 때, 유대인들이 극도로 혐오하는 것을 아무런 생각 없이 함으로써 하나 됨을 깨트리지 말라는 사랑의 권고인 것입니다.

신약의 성도들에게 성경적인 가르침은 "(무엇을) 먹든지 (무엇을)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 10:31)"는 것입니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않을까가 중요한 질문이 아니라, 지금 내가 먹는 것을 통해 혹은 먹지 않는 것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돌릴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인 것입니다.

골로새서 2장 13~16절에서 이렇게 선언합니다. '또 너희의 범죄와 육체의 무할례로 죽었던 너희를 하나님이 그와 함께 살리시고 우리에게 모든 죄를 사하시고, 우리를 거스르고 우리를 대적하는 의문에 쓴 증서를 도말하시고 제하여 버리사 십자가에 못 박으시고, 정사와 권세를 벗어 버려 밝히 드러내시고 십자가로 승리하셨느니라. 그러므로 먹고 마시는 것과 절기나 월삭이나 안식일을 인하여 누구든지 너희를 폄론하지 못하게 하라.'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로 승리하셨는데, 먹는 문제 혹은 안식일 문제 같은 것으로 걸고넘어질 게 아닙니다. 무엇을 먹느냐, 어떤 날을 쉬어야 하는가 문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십자가의 은혜가 나의 삶 속에 드러나는가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있는가 입니다."

크리스천들이 순대나 선지를 먹지 못할 이유는 없다. 토요일만이 진짜 안식일이라고 우길 이유가 없다. 성경이 그렇게 가르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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