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장협의회 전체 모습ⓒ뉴스앤조이 이승균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통합과 합동, 기독교대한감리회 등 이른바 빅3 교단을 포함한 23개 주요 교단의 정부 총회장 및 총무 등으로 구성된 <한국교회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교단장협)>는 양대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하나로 묶는 통합연합기구 출범을 목표로 구성된 한시적 조직이다.

교단장협은 지난 7월 26일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통합 연합기구' 출범을 위한 선결요건인 각 교단 총회 헌의안 통과 여부를 점검하는 전체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이 헌의안 내용은 교단장협 창립취지와 동일하다. 즉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통일된 연합체 구성에 교단의 뜻을 모아 달라는 것.

오는 9월과 10월 각 교단 총회에서 이 헌의안이 순조롭게 통과될 경우, 통합 연합기구 구성 작업이 공식화되고 실제적인 탄력을 받게되는 것은 물론이다. 또 교단 최고 직위인 총회장급 인사로 구성되었지만 교단의 공식 뒷받침이 없어 개인친목 성격을 못 벗어났던 교단장협도 통합 연합기구 출범까지 준공식기관으로 위상이 승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과정은 헌의안이 23개 회원 교단 전체에서 고르게 통과되어야만 현실로 드러난다. 즉 일부 교단에서만 통과될 경우 통합 연합기구 구성은 중론이 아닌 각론으로 치부돼, 지금까지 그래왔듯 조만간 사그러들 가능성이 높다.

교단장협 이날 전체 연석회의는 빅3 교단 중 통합과 합동의 정부 교단장과 총무, 해외체류 중인 감리교 장광영 감독회장 대신 정태준 목사(감독회장 비서실장)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외 한국기독교장로회 고신 성결교 등 대부분 교단의 총회장급 인사 및 교단장협의 산파 역할을 했던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 옥한흠 목사(사랑의교회)도 참석, 다루는 안건만큼이나 중량감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교단장협 상임회장을 맡고 있는 빅3 교단 인사들 중 합동을 제외한 통합과 감리교측이 헌의안 통과 문제에 선명하지 않은 태도를 보여 통합 연합기구 구성을 위한 첫단추를 꿰는 작업이 그다지 만만치 않음을 예고했다.

만약 빅3 교단 중 올해 어느 한 교단이라도 헌의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경우, 통합 연합기구 출범을 위한 제반 준비활동은 1년 혹은 그 이상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KNCC와 한기총 통합 작업은 진보와 보수 그룹간의 견해 차이 및 통합에 따른 세부적 방법론을 둘러싼 수많은 의견충돌이 예상되는 만큼 모든 교단이 찬성한다 해도 실제 어느만큼의 기간이 걸릴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교단장협 구성과 더불어 싹트기 시작한 통합 연합기구 대세론이 무르익고 있는 시점인 올해 안에 전 교단적 동의 도출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앞으로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현재 통합 연합기구 헌의안 통과 여부가 가장 불투명한 교단으로는 단연 감리교가 꼽힌다. 이날 연석회의에 참석한 정태준 목사는 단지 '논의 중'이라고 짤막하게 밝혔을 뿐 교단의 실제 속내는 내비치지 않았다.

그러나 감리교 내에선 통합 연합기구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엄연히 존재한다. 감리교 교단 한 핵심인사는 "진보와 보수로 분명하게 나눠진 한국교회 내에서 통합 연합기구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느냐"며 "차라리 제대로 안될 바에야 지금처럼 KNCC와 한기총이 각자 역할에 충실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이같은 감리교 내의 정서는 장광영 감독회장의 강력한 통합론 주장에 못지 않게 상당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오는 10월 말 열릴 예정인 감리교 의회에서 헌의안 통과를 놓고 상당한 논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왼쪽부터 최병두 목사(통합 총회장) 예종탁 목사(합동 총회장) 장효희 목사(합동정통 총회장) ⓒ뉴스앤조이 이승균

감리교에 비해 통합측의 고민은 좀 색다르다. 빅3 교단 중 유일하게 KNCC와 한기총 양 기구에 가입된 통합은 KNCC와 한기총 대표급에 포진한 교단 인사들의 자리안배 문제 때문이다. 이날 연석회의 석상에서는 최병곤 부총회장이, 3일 후인 29일 '연합을 위한 공청회' 자리에서는 최병두 총회장이 각각 이같은 속사정을 피력했다.

현재 통합측 원로인 김기수 목사(안동교회)가 올초 최대 2년 임기가 보장된 한기총 대표회장에 취임했고, 교단 중진급으로 부상한 백도웅 목사는 적어도 4년에서 8년 동안 자리가 보장된 KNCC 총무에 선출됐다. 또 한기총 핵심직위인 사무총장직 역시 통합측 정연택 장로(자양교회)가 장기간 맡고 있다. 그러나 통합 연합기구 출범이 가시화될 경우 이 세 사람의 자리를 어느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통합측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그러나 감리교에 비해 통합측의 고민이 다소 지엽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 헌의안 통과가 무난할 것이란 예상도 대두되고 있다. 29일 열린 연합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한 통합측 인사 대부분은 통합 연합기구 출범을 위해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공청회 발제자인 예장합동 부총회장 한명수 목사(창훈대교회)가 "합동측은 헌의안 통과  후 (교단장협)이 한기총을 탈퇴하라면 즉시 탈퇴하겠다"며 "통합측이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거듭 통합측의 결단을 촉구한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청회 통합측 발제자인 손인웅 목사(덕수교회)는 행사 직후 "통합측의 헌의안 통과는 낙관적이다"는 견해를 피력,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진화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따라서 빅3 교단의 헌의안 통과 가능성은 26일 교단장협 연석회의와 29일 통합측 공청회 등에서 나타난 분위기를 종합하면 △합동- 맑음 △통합-흐린 뒤 갬 △감리교-흐림 등의 기상 분포도로 분석할 수 있다.

한편 빅3 교단 외에 각각 진보와 보수그룹의 한축을 형성하는 기장과 고신의 소극적인 태도도 통합 연합기구 출범을 어둡게 하는 변수로 대두되고 있다. 26일 연석회의 결과 기장은 지난해 헌의안이 부결돼 올해 재상정을 준비 중에 있으며, 고신은 총회 상정을 놓고 논의중이지만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장의 시각은 대체적으로 감리교와 비슷한 것으로 보이며, 가장 보수적인 교단으로 꼽히는 고신은 세계교회협의회(WCC)에 대한 해묵은 앙금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빅3 교단이 통합 연합기구 결성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지만 기장과 고신의 비중 역시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이 두 교단의 태도 또한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교단장협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국교회를 하나로 이루겠다는 이상주의적 가치관에 따라 <통합 연합기구> 조직을 서두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진보와 보수 그룹간의 갈등과 알력 및 기득권 다툼 등을 효과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선 넘을 장벽을 아직 더 남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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