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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생명윤리"
정부, 배아복제 허용쪽 가닥 잡아...종교계 입장 반영 안돼
  • 이승균 (seunglee@newsnjoy.or.kr)
  • 승인 2000.10.27 18:18
미 다국적 기업의 국내 인간유전자복제 회사 설립 사실이 알려지면서 생명윤리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한 가운데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부 등이 잇달아 이와 관련된  법률시안을 발표하고 있으나 기독교를 포함한 종교계의 기본 입장은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두 부처가 최근 발표한 생명윤리 및 인간복제금지 법률시안은 인간개체복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나 그동안 생명윤리법 제정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배아복제 연구에 대해 금지조항을 명문화하지 않아 사실상 배아복제 허용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경우 수정후 14일 이전의 배아를 질병의 예방과 진단 치료 등을 위한 연구 시술 목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과학기술부 역시 불임시술 후 냉동잉여배아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연구 허용 및 배아복제 및 이종간 교잡 등의 배아줄기세포연구는 국무총리 직속으로 신설되는 ‘생명과학윤리안전위원회’에서 결정키로 해 배아복제를 사회적 합의에 따라 언제든지 허용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그러나 기독교와 천주교 생명윤리위원회는 지난해 5월 발표한 공동선언문에서 "14일 이전의 배아 역시 인간생명이라는 점에서 어떠한 명목의 복제 및 실험대상이 되서는 안된다"는 기본 입장을 명백하게 천명한바 있다.

기독교 생명윤리위원회 맹용길 위원장(전 장신대 교수)은 "인간의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는 순간부터 한 인간 생명이 탄생했다고 봐야 한다"고 전제하고 "치료 목적일지라도 인간배아를 대상으로 한 조작 및 실험 행위는 결국 인간생명을 도구화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따라서 정부 두 부처의 사실상 배아 복제 제한적 허용 방침에 대해 생명공학계가 환영입장을 밝힌다 할지라도 기독교 등 종교계는 근본적인 반대 입장을 개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계는 생명윤리위원회에 가입된 생명운동 단체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연합단체 대표들간의 구체적인 토론과 분석절차를 거쳐 조만간 정부 두 부처의 법률시안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할 방침이다.

맹 위원장은 "인간배아 연구가 불임 및 암과 에이즈 등 불치병 치료라는 불가피한 목적을 동반하기 때문에 기독교계의 반대 입장 개진 역시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유전자 공학 등 기술적 부분을 충분히 검토한 후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7월 22일 단독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인간 배아 복제는 창조주로부터 부여된 생명의 신성함과 온전한 보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두 부처가 마련한 법률시안을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기총은 이 성명에서 "근간 국내에서 법제의 미비를 틈타 사람의 난소를 쥐에 이식하여 난자를 배란시키는 '사람도 쥐도 아닌' 이종간 교잡 연구가 시행되고, 한 신흥종교가 배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기업에 의해 복제인간이 곧 태어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는 마당에 당국이 이 같은 법안의 제정을 추진하는 저의가 대단히 의심스럽다"고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비해 과학기술부가 마련한 법률시안은 체세포복제와 종간 교잡 연구 등이 생명공학 발전에 끼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감안해 윤리적 문제로 금지하기보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입법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점에서 종교계 기본 입장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복지부는 인간과 동물간의 종간교잡을 금지한 반면 과기부는 국무총리 직속의 '생명과학윤리안전위원회'에서 결정키로 한다는 유연한 방침을 설정한 것. 두 부처의 입장이 서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복지부가 유전자 복제 금지 법률에 '생명윤리'라는 포괄적 윤리규정을 담으려고데 반해 과기부는 불치병 치료와 생명공학 발전 등 기술적 측면을 중시하고 윤리적 부분은 우선 사회적 합의가 급한 부분만 법률화하는 방안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기부 입장은 부처의 특성인 '기술 우선주의'를 그대로 반영하고 대신 '윤리'와 '생명의 존엄성'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종교계의 더 큰 우려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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