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앞에 앉아서 프로그램을 시청할 여유를 잘 찾지 못하는 내가 그런대로 꾸준하게 보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것은 SBS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고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ABC 방송의 Super Nanny 프로그램을 본떠 만든 것이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실패한 케이스는 방송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문제를 가진 아이라 할지라도 이 프로그램이 그 집안으로 들어가면, 신기하게도 문제아가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나도 행복하다. 가만두었으면 망가질 수 있고 나중에 더욱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데, 달라진 모습의 아이가 되고 또한 그렇게 달라진 아이를 행복하게 만나는 가정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기상천외한 불륜의 관계에 눈물 짜내기 급급한 천박한 드라마에 비하면 이런 프로그램은 정말 뛰어난 것이다.

오늘 본 프로그램에서는 정말 놀라운 아이가 등장했다.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비범한 아이인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아이는 여러 가지 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천재적인 아이였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사회성이 없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친구들을 사귀지 못하고 심하게 욕을 하고 화를 내는 아이였다. 그렇게 안하무인이고 화를 잘 낼 뿐만 아니라 폭력을 일삼고 침을 뱉는 그 아이는 친구를 사귈 수 없었다. 그 아이는 선생님에게도 욕을 하고 폭력을 쓰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얼마 동안 관찰을 하던 전문가는 그 반 선생님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그 아이가 수업 시간에 문제를 일으키면, 앞에서 두 팔을 잡고 제압하려 하지 말고, 옆에 서서 어깨에 손을 얹고 이야기를 해 보세요. 그리고 그 아이가 어느 정도 말할 수 있는 시간을 주세요. 그리고 필요하다면, 조용히 귓속말로 그 아이에게 말을 해 보세요."

드디어 그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자, 담임선생님은 전문가가 일러 준대로 그 아이에게 다가가 옆에 서서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조용히 이야기를 하고, 그 아이가 왜 분노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하도록 여유를 가지고 기다렸다. 그리고 귓속말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러자 잠시 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평소 같으면 선생님을 향해서도 욕을 하고 침을 뱉고 손을 잡으면, 이로 물어뜯던 바로 그 아이가 선생님의 목을 손으로 감싸 안으면서 조용하게 귓속말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가?

그 아이는 지적인 능력에 있어서는 아주 뛰어난 아이였지만 사회성의 발달은 아주 저조해서 어떻게 친구들에게 다가가야 할 줄 몰랐던 아이였던 것이다. 그래서 마음은 친구들에게 다가가고 싶은데 방법이 미숙해서 오히려 친구들로부터 외면을 당했던 것이다. 그것 때문에 더 상처받아서 더 폭력적인 아이로 돌변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옆에서 그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을 갖게 했을 때 그 아이는 조금씩 사회성이 개발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아이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다. 문제가 있어 보이는 사람은 그만큼 다른 사람들이 받아 주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변해 나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때마다 우리는 쉽게 피해 버렸거나 또는 충고의 말을 거침없이 해 댔을 것이다. 그런 반응이 오히려 더 상태를 악화시켰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때문에 더욱 더 많은 상처를 받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교회는 완벽하고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아니다. 성경의 가르침은 우리가 하나님 앞에 설 그 때에야 완전히 변화된 모습으로 서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때가 되기 전까지는 여러 가지로 부족하고 더 나아가 여러 가지로 흠이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 아픔을 겪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같은 성도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서툴렀는지도 모르겠다. 열정은 많았지만 그 열정을 멋있게 담아 낼 방법을 잘 몰랐었는지도 모른다. 이젠 앞에서 제압하기보다는 옆으로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고 들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하나님께서는 각 사람들을 걸작으로 만드셨다고 성경은 기록한다(엡 2:10). 시원찮게 만드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아주 요긴하고도 쓸모 있게 만드신 것이며 최고의 가치를 가진 존재로 만드신 것이다. 그 가치는 성도의 공동체가 서로를 도우면서 세워 줄 때 빛이 날 수 있는 것이다.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무시하고 외면해 버리면 편하긴 하겠지만 그 사람을 잃게 될 것이다. 힘들고 어려워도 사랑으로 옆으로 다가가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우리는 놀라운 동역자들을 얻게 될 것이다. 성경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교회는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교회가 아니고 성도를 향해서 서로가 서로를 향해 신앙 성숙의 책임을 공동으로 짊어지기 때문에 교회이다(엡 4:11~16).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방송 끝 부분에서 달라진 모습의 아이가 밝게 웃으며 아이 때문에 시름을 앓던 부모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같이 기쁘다. TV에서만 보는 모습이 아니라 '교회'라는 공동체 속에서 회복해야 할 모습이다.

우리가 잘못된 길로 나갔을 때 하나님은 앞에서 그냥 책망하시는 것으로 끝내지 않으셨다. 오히려 하나님은 이 땅에 내려오셨다. 인간의 몸으로 오셨다. 마치 우리와 어깨동무하며 우리와 대화하기를 원하시는 것처럼. 주님은 우리와 함께 인생을 사셨고 우리가 당하는 고난을 그대로 당하셨고 우리를 살리기 위해서 십자가를 지셨다. 그리고 우리를 향해서 귓속말로 속삭이신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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