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대일 제자 양육' 등으로 유명한 네비게이토선교회. 최근 네비게이토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네비게이토가 탈퇴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논란이 되고 있다. (네비게이토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 대표적인 선교 단체 중 하나인 네비게이토선교회(네비게이토·윤용섭 대표)가 네비게이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탈퇴자들을 고소해 논란이 되고 있다. 고소당한 이들은 네비게이토에 대한 비판을 막기 위한 '입막음'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탈퇴자를 중심으로 네비게이토에 대한 비판 일어

네비게이토는 1930년대 미국의 도슨 트로트맨이 창설한 선교 단체로, 현재 세계 120여 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 네비게이토는 1966년에 설립됐다. 2009년을 기준으로 전국에 37개의 지부가 있다. 회원 수는 5,000여 명으로, 대표적인 캠퍼스 선교 단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탈퇴자들을 중심으로 네비게이토에 대한 비판이 일어났다. 탈퇴자들은 △리더가 조원의 결혼 상대자를 지정한다 △리더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한다 △청년들을 교회·사회와 멀어지게 한다며 네비게이토의 개혁을 요구했다. (관련 기사 : "진정한 비판" vs. "허위 사실 유포" ) 이런 요구는 12년 동안 네비게이토에서 사역했던 간현준 씨가 2007년 인터넷에 개설한 '선교회 개혁을 원하는 작은 모임'(선교회개혁)이라는 카페를 통해 주로 이뤄졌다. 카페가 개설된 이후 네비게이토에서 탈퇴한 이들의 경험담과 개혁을 바라는 이들의 글이 줄을 이었다. 현재 카페의 회원 수는 1,700여 명에 이른다.

▲ <중대신문>은 2009년 11월 6개의 꼭지에 걸쳐 네비게이토의 문제점을 보도했다. 기사가 나간 직후 네비게이토 측의 항의 방문과 신문 회수 요구로 신문사는 곤욕을 치뤘다. (<중대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그 와중에 2009년 11월 중앙대 학보사인 <중대신문>이 네비게이토의 문제점을 집중 보도했다. <중대신문>은 '네비게이토의 과도한 포교 활동에 중앙대를 비롯한 많은 대학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취재 결과, 조직 내부 체계도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중대신문>은 탈퇴자들의 사례를 열거하며, 네비게이토가 학생들을 사회와 단절시키는 폐쇄적인 조직 운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도 때문에 중앙대에 소란이 일었다. 중앙대 네비게이토 측과 본부 측 30여 명이 신문사를 방문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네비게이토 측은 신문을 회수하고 반론 보도문을 게재하라고 요구했다. 취재 기자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도 했다. 결국 <중대신문>이 네비게이토의 반론문을 싣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됐다.

네비게이토는 반론문에서 <중대신문>이 (네비게이토) 안티 사이트의 내용을 그대로 보도했다며, 선교회개혁 카페와 카페 운영자를 문제의 당사자로 지목했다. 네비게이토는 장경동 목사(대전중문교회), 박찬호 교수(백석대 신학과) 등 교계 지도자들의 말을 인용해 네비게이토가 한국교회 성장에 기여해 온 건강한 단체라고 주장했다. 또 탈퇴자들이 비판하는 정략결혼과 사회생활 단절 등은 호도된 내용이라고 했다.

이에 간현준 씨 등 4명은 중앙대 학내에 네비게이토의 비판에 대한 반박문을 대자보로 붙였다. 이들은 탈퇴자들의 네비게이토에 대한 비판이 사실에 근거했다고 주장했다. 대자보에는 네비게이토 전 대표인 하진승 씨가 '구원파'에 연류됐다는 이영호 목사(사이비종교피해대책연맹 사무총장)의 의혹 제기도 함께 실렸다.

본부 측, "고소는 중대신문 사건에만 국한된 것 아니다"

그런데 '중대신문 사건'이 일어난 지 2년 뒤인 올해 6월, 네비게이토 본부 측이 간현준 씨 등 6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6월 28일 경찰에 소환되어 조사 받은 간현준 씨는 "경찰 설명에 따르면, 중앙대에 붙인 대자보 내용이 문제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이와 함께 중앙대 네비게이토 측도 선교회개혁 카페에 네비게이토를 비판하는 글을 쓴 최 아무개 씨와 유 아무개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두 사람 모두 중앙대 네비게이토에서 활동하다 탈퇴한 이들이다.

이에 대해 김광우 총무(네비게이토)는 간현준 씨 등 6명에 대한 고소가 중대신문 사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카페를 통해 네비게이토가 이단이라는 등 허위 사실이 유포됐다. 몇 번이나 운영자에게 주의를 주었지만 도를 넘었다고 판단해 고소했다"고 했다. 김 총무는 본부 측과 중대 네비게이토 측이 제기한 고소는 별개라고 했다.

▲ '선교회개혁' 카페 운영자인 간현준 씨는 네비게이토의 고소에 항의하는 의미로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백정훈
고소당한 이들은 기꺼이 경찰 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간현준 씨는 "오랫동안 네비게이토에 몸담으며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네비게이토가 상식적인 공동체로 개혁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비판했다. 경찰 조사에 당당하게 임하겠다"고 했다. 중앙대 네비게이토 측에 고소당한 최 아무개 씨도 "공익을 위한 비판이기 때문에 게시된 글을 삭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현재 간현준 씨는 네비게이토의 고소에 항의하는 의미로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17일째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그는 "네비게이토가 세상 법을 이용해 비판을 잠재우려 한다"며, "네비게이토가 개혁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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