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평신도' 용어의 사용 실태

요즈음 교계에 널리 사랑받는 '평신도'의 사용 실태를 먼저 살펴 보겠습니다.

평신도사역자, 평신도선교사 등 평신도 지도자가 있고, 평신도대학, 평신도신학원, 평신도지도자대학원 등 평신도 교육기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평신도선교협의회, 평신도단체협의회, 평신도위원회, 평신도세계협의회 등 기관이 있으며, 평신도영성훈련, 평신도지도자수련회, 평신도강좌 등 평신도 사역훈련이 있습니다.
책으로도  <평신도계급폐지론>,<참으로 해방된 평신도>,<평신도를 깨운다>,<다시 쓰는 평신도를 깨운다>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며, 나아가 평신도주일, 평신도의 날까지 정하여 평신도의 역할을 회복시키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회에는 1%의 교역자와 99%의 평신도가 존재합니다.","평신도는 하나님의 선택 받은 백성이고 교회의 주체이다.","21세기는 목회자 중심에서 평신도 중심으로 사역의 페러다임이 바뀔 것이다."라고 평신도 사역자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쉴사이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1만개가 넘는 웹페이지가 검색되고 있습니다. 가히 '평신도' 홍수시대 입니다. '평신도'가 만병통치의 영약 입니다. '평신도'가 주인공인 시대 입니다.

2. '평신도'라는 용어의 의미와 유래

그렇다면 '평신도'가 누구이기에 이렇게 이구동성으로 뜨겁게 말하고 있을까요?

'평신도'의 의미를 사전에서는 '교직을 가지지 않은 일반 신자'(국어사전).'성직자가 아닌 일반 교인을 일컫는 말'(야후 백과사전) 또는 '성직자와 구별된 사람들'(웹스터사전)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영어로 layman(평신도)이란 특별한 신도(성직자)에 대한 상대적 개념입니다.

'평신도'는 헬라어 '라이코스'(laikos)로  '라오스'(laos:백성)에서 파생된 단어로 '일반 백성'을 의미하였으나, 주후 95년 로마의 클레멘트가 고린도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처음으로 대제사장,제사장 그리고 레위인과 구별되는 '직분 없는 자들'을 가리키는 말로 '평신도'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도 성직자와 평신도의 혼인에 대하여 언급하는 부분에서 사제와 대조시켜 '평신도'라는 뜻으로 이 단어를 사용하였습니다.그 후 로마 카톨릭에 의해 성직계급과 평신도로 나누는 행위가 교리화 되었고, 1950년대 카톨릭 신학자 핸드릭 그래머,반 룰러, 이반 콩가르가 '평신도 신학'을 주창해 '평신도' 개념을 고착화 시켰다는 것이 주된 흐름입니다.

3. '평신도'라는 용어의 문제점

1) 성경에 나오는 용어가 아닙니다.
'평신도'(라이코스)라는 말은 신약성경에 나오지 않는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초대교회는 직분 중심의 교회가 아니라 은사 중심의 교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든지 하나님이 주신 은사를 가지고 하나님의 사역을 수행하는 동역자들이었습니다.(고린도전서12장) '성직자'와 '평신도'에 대한 개념이 성경적으로 전혀 지지할 만한 근거가 없습니다.

2) '하나님의 백성'에서 '낮은 신분'으로 구별 되었습니다.
히브리 성경을 번역한 그리스어 판본 성경에서 '라오스'(laos)라는 말은 그 당시 다른 이방인들과 대비되는 '선택된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초창기 그리스도교 문헌을 보면 이 단어는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말로 교회 공동체를 일컬을 때 사용하였습니다.

또 '사도', '형제자매' 등의 말과 자주 혼용해서 사용하였습니다. 이렇듯 교회가 생긴 초창기에  하나님이 택하신 사람 전체(성직자 포함)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평신도'(laikos)라는 말은 이 '라오스'(laos)의 부정적인 의미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교회 안에서 '평신도'라는 용어는 지위가 '낮은 신분'으로 구별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머리로한 모든 지체는 하나의 몸을 구성합니다. 따라서 더 귀한 자도 없고 더 낮은 자도 없이 모두 평등합니다.(고전12:24,25)

3) 교회를 분리하고 있습니다.
목회자,장로,집사 모두 교회의 직분자이며 또한 성도입니다. 목회자,장로,집사 할 것 없이 거듭난 그리스도인 모두가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 된 지체요, 형제이며,기름부음을 받은 제사장 입니다.(벧전2:5,9) 그런데도 교회 안에 으뜸되기를 좋아하는 디오드레베(요삼1:9)가 있어 '목회자'와 '평신도'라는 이분법으로 교회를 분리하고 있습니다. 목회자와 장로,집사를 구별하는 용어로 '평신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은혜의 신약시대에 구약에서의 제사장들처럼 자신들을 특별한 사제직인 위치에 올려놓고, '평신도' 위에 군림하기를 원하는 목회자도 있습니다.

"떡이 하나요 많은 우리가 한 몸이니 이는 우리가 다 한 떡에 참예함이라."(고전10:17) 이 말씀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생명을 유지하며, 서로의 기능을 수행함으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세우고 유지합니다. 따라서 기능상의 구별은 존재하지만 신분상의 구별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4) '평신도'를 무슨 말로 바꿀까요?
"오래 전부터  '평신도'라는 말이 교회의 계급을 전제로 하는 부정적인 뜻을 지닌 말이라 하여 주교회의에 개정 건의가 올라와 검토 했으나 마땅한 용어를 찾지 못했다."며, 주교회의 용어위원이 대체용어의 공개 모집(?)에 나서 눈길을 끌었습니다.(사목,2001.7.15). 논의 주제와 관련된 신자들의 의견과 위원의 입장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제 2차 바티간공의회를 통해 평신도 또한 사제,수도자들과 동등한 직무를 받았기 때문에 '평'자는 적절치 않다."는 입장에 대해 "그렇다고 '신자'라고 하면 교황님부터 평신도까지 모두 포함되기 때문에 교계제도 안에서 신분의 구별과 개념상의 명확한 구분이 필요할 때 '평신도'를 그대로 쓴다."고 밝혔습니다. 또 "개신교 용어처럼 들리기는 하지만 희랍어 성서 원문에 충실한 '성도'(거룩한 무리)라고 부르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성서에 나오는 '성도'라는 말에는 사도,원로,장로,일꾼(보조자,봉사자,부제)들이 다 포함된다."며 이 또한 '평신도'보다 나을 것이 없는 용어라고 밝혔습니다.  

4.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1) '평신도'라는 이름을 쓰지 말자!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평신도'라는 이름은 계급제도라는 종교적 형태를 교회에 뿌리박게 하였다. 교회는 목회자 중심의 교회로 여겨졌고, '평신도'는 교회의 부속으로,이차적인 위치로 생각되거나 취급되는 경향이 되었습니다. 유기체로서의 교회의 진리는 인간 조직의 계급제도 안으로 실종되었다는 자성의 소리가 들립니다.

15세기, 루터는 종교개혁을 통해 계층적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모든 그리스도인의 보편적 제사장직을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21세기에 "15세기 이전으로 되돌아가는것이 아닐까?"하는 우려를 하게 됩니다. 요즈음 '평신도'라는 이름이 달린 각종 교육, 훈련,기관 등이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평신도를 본질적으로 위함일까?"란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계층적 권위를 그대로 둔 모든 활동은 위선이라는,교만이라는 대접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맡기운 자들에게 주장하는 자세를 하지말고 오직 양 무리의 본이 되라."(벧전5:3)는 베드로의 경고를 기억한다면, 성경적이 아니고 권위의 산물인 '평신도'라는 이름부터 쓰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2) '성도'라는 이름을 되찾아 쓰자!
"교역자가 무엇보다 먼저 할 일은 평신도의 성경적인 위치와 역할을 회복시키는 것이다."라고 ㅇ목사가 주장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먼저 성경적인 위치를 찾아야 합니다. 평신도 제자리 찾기 운동은 용어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용어는 신앙을 결정하는 길잡이가 되기 때문입니다.

성경에 '믿음으로 의롭게 된 모든 자'를 가리키는 용어로 '성도'가 있습니다. 성경에 적힌 사례의 일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히브리어 '게도오시임'은 거룩하게 구별된 이스라엘을 지칭하고 있습니다.(신33:3,시16:3,34:9)'하시딤'은 경건한자,율법에 충실한 자를 말하고 있습니다.(시30:4,31:23,37:28,50:5,52:9) 헬라어 '하기오이'는 신약에 62회 기록되어 있으며,거룩한자,깨끗하게 구별된 자,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을 가리키고 있습니다.(행9:13,41,26:10,롬1:7,고후1:1,13:12엡1:1,3:8) 헬라어로 '성도'(saint)라는 단어는 그 어원상 '거룩한'(holy)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그리스도의 십자가 사역이 우리를 옛 생활방식을 떨쳐버리고, 하나님의 방식에 따라 살게 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평신도'라는 이름은 버리고, 성경적이고 교회 일치를 위해 '성도'라는 본래의 이름을 쓰자고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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