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가 9월 9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저동 영락교회에서 개최된 제87회 총회에서 제비뽑기를 원칙적으로 통과시켰으나 실제 시행까지는 변수가 많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통합총회는 12일 부총회장을 제비뽑기로 선출하기로 하고 세부 선거규정은 규칙부에서 1년 동안 연구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내년총회서 규칙부가 상정한 제비뽑기 규정이 통과될 경우 2004년부터 정식으로 제비뽑기가 실시된다. 예장통합의 제비뽑기 결정은 예장합동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러나 제비뽑기가 총대 3분의 2의 찬성을 요하는 규칙개정이라는 점과 교단 지도부 및 정치권이 반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시까지는 상당한 난관을 거쳐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총회장 당선자 최병곤 목사(청주동산교회)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제비뽑기를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 이 같은 우려를 반영했다. 최 목사는 "제비뽑기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장로교 전통이 아니다"며 "장로교 전통은 선거에 있는데, 제비뽑기를 실시하면 장로교의 정체성을 상실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다만 "소위 말하는 타락·불법 선거를 규제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는 정도로 제비뽑기의 장점을 설명했다.

최 총회장의 의견과 관련, 제비뽑기추진위원회 안광덕 사무국장은 "교단 지도부나 정치권 은 대개 제비뽑기를 반대하고 있다"고 언급, 소위 기득권층이 제비뽑기를 달가와하지 않는다고 평했다.

교단 한 관계자는 "일부 기득권층은 현행 선거제도를 통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세력을 형성해 왔다"며 "이들이 제비뽑기를 기피하는 것은 자신들의 영향력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제비뽑기가 내년에 통과되기 위해서는 일부 기득권층의 반대를 누를 수 있는 전 교단적인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와 관련, 제비뽑기추진위측은 "1년 동안의 연구 기간이 주어진 것은 오히려 잘된 일이다"고 말하고 "공청회 등의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칠 만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제비뽑기가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추진위의 예상처럼 매년 반복되는 금권선거 분위기에서 탈피하자는 총대들의 여론이 내년까지 유지된다면 제비뽑기는 2004년부터 실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부총회장 당선자 김순권 목사(경천교회)는 "이번 총회 회기 중 제비뽑기 선거규정을 다루지 못했기 때문에 내년 총회는 일단 현행 선거법을 적용한다"고 말하고 "내년 총회에서 제비뽑기 세부규정이 통과되면 내후년부터는 제비뽑기를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원칙적 견해를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