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8월 29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주최로 열린 목요신학마당에서는 '종교의 폭력성과 평화'에 대한 토론의 장이 열렸다. 특별히 이번 신학마당은 9·11 테러 1주년을 맞아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성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담겨 의미를 더했다.

이날 김경재 목사(크리스찬아카데미 원장)는 종교 내에 잠재하고 있는 폭력성과 종교간의 폭력성에 대해 '자기 붓대롱으로 본 하늘만이 진짜 하늘이요, 자기만이 하늘을 모두 본 자'라는 표현을 들어 종교의 배타적 독선을 지적하고, "이웃종교의 참 모습과 진리의 가르침에 대해 열려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또 "종교의 본래 모습은 흐르는 물, 바람의 자유와 같은 것인데 역사과정 속에서 굳어진 교리와 교학, 교직제도를 갖게 됐다"고 말하고, "종교 내, 종교간의 폭력성은 거룩과 진리, 신성, 인류구원 등을 빙자한 종교집단의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에 기인한다"고 규정했다. 또한 '자기 부정을 통한 새로운 존재에로의 재탄생'이라는 종교의 통과제의를 거치지 않은 사이비 종교인이 종교의 폭력성을 부른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전제들을 바탕으로 김경재 목사는 평화와 자유, 평등, 상호성숙을 이루어가는 종교를 위해 "사람의 모든 지식과 이해가 상대적임을 알고, 진리 역시 역사적·언어적 틀 속에서 이해되고 표현 전승됨을 알아가는 해석학적 참회가 일어나야 한다"고 말하며, 이웃종교에 대해 배우는 겸허한 마음을 요청했다.

또 "어느 종교가 더 좋은 진리담론체계를 가졌는가의 '정교경쟁'이 아니라 어느 종교가 자유, 정의, 평화, 봉사운동에 복무하는가의 '정행경쟁'이 이뤄져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이어 "종교가 물신숭배시대, 성장신화, 찬양시대 속에서 시류에 편승하지 말고 인간성의 자기정화, 고양, 승화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종교문제로 발생하는 폭력도 폭력"이라며 "종교의 폭력성은 법률의 엄정한 제약을 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현각 스님은 1년 전 미 뉴욕 JFK공항 착륙전 접한 테러사건의 기억에 대한 언급을 시작으로 종교의 폭력성에 대해 강연했다.

현각 스님은 "9·11테러를 일으킨 사람들은 미국 측에서 보면 살인자지만 반면에 아프간의 입장에서 볼 때는 애국자요 순교자"라며 종교간 폭력에 대한 입장 차이를 설명했다. 또한 각각 "신이 우리를 도울 것이다"라고 말한 조지 부시와 빈 라덴의 말 속에서 자신의 종교만이 진리라고 믿는 종교의 배타성을 지적하며 "이러한 배타성 자체가 종교의 폭력성을 나타내준다"고 말했다.

현각 스님은 이어 "가톨릭 신자였던 내가 수많은 책을 접하고 참선을 통해 알게 된 진리는 기독교가 말하는 진리와 불교가 말하는 진리가 다르지 않다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기독교타임즈> 제257호, 2002년 9월 7일, 9면, 김혜은 기자)

2.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서 그들이 주관하는 목요신학마당에서 위와 같은 주제로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신학자와 스님이 종교간의 평화를 위하여 자신의 의견을 내놓아 평신도들로 하여금 그들의 입장을 가감 없이 듣게 하였다는데 큰 의미가 있겠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지구가 돈다고 말했을 때 그 당시 많은 신학자와 목회자들이 분노하고 그를 이단자로 정죄하는 아픔이 있었듯이, 오늘 종교간의 대화를 시도하는 분들 또한 갈릴레이 시대 못지 않게 보수적인 목회자들을 분노하게 하고 마음 아프게 하는 일일 게다.

허나 지구가 돌지 않는다고 우격다짐으로 생떼를 부려도 여전히 지구는 돌듯이 종교간의 대화를 거부하고 기독교만이 진리라고 아무리 주장한다 하더라도 이미 여러 종교가 함께 공존하고 있는 다종교사회에서 종교간의 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구도자들로서 이 불가피한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독단적인 자기 주장으로 이웃 종교인들과 싸움을 시도해야 할까, 아니면 평화를 위하여 대화를 해야 할까.

개인의 신앙이 종교라는 형식적 틀을 짜고 앉아 있으면 그는 보편적 인간사를 위해 해로운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모든 신앙인들은 종교라는 형식적 틀을 깨고 겸손한 마음으로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바라볼 수 있어야겠다. 진리와 자유를 위하여 마음을 열고 내 눈에 보이는 세계에만 머무르지 말고 보이지 않는 영적 세계를 위하여 영적 주파수를 맞출 때 하늘에서 들려오는 평화의 계시의 음성을 듣게 될 것이 아닌가.

종교학이나 문화인류학에 입문이 안된 분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을 가져올 수 있는 말이겠으나 종교간의 대화를 말하는 신학자나 목회자는 하나님의 역사를 방해하는 배신자가 아니요, 더 하나님을 잘 증거하기 위하여 몸부림치는 변화된 새로운 시대의 순교자적 정신이 있음을 보아야겠다. 아날로그 시대는 가고 디지털 시대가 오는데 언제까지 아날로그 방식으로 하나님과 통화하려 하는가. 빨리 디지털 기기로 하나님과 통화를 시도해야 되지 않을까.

신자가 가장 관심 가져야 하는 점은 정치적이거나 종교적인 이념 논쟁으로 체력을 소모하기보다는 이 지구촌의 평화를 깨뜨리는 사단의 세력을 무너뜨리기 위하여 마음을 합하여 평화를 이루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 그들이 하나님의 자녀라고 불릴 것이다." (마 5:9, 표준새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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