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대들이 빠져나간 총회 현장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지난 9월 9일 시작한 제 87회 예장통합 총회가 오늘로 끝이 납니다. 정말 가기 싫었습니다. 정치, 더군다나 교회 정치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 탓이기도 하지만, 안 그래도 점점 약해지는 믿음이 총회에 가면 더 약해질까 두려워서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교계 신문 기자라면 좋은 곳이나 나쁜 곳이나 가야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총회 장소인 영락교회로 향했습니다.

걱정했던 대로 총회가 시작되는 월요일부터 험한 장면에 끼여들어야 했습니다. 다행히 유사한 사태를 예상하고 머리에 힘 좀 넣고 수염도 길렀습니다. 평소에는 잘 입지 않는 검은 양복도 꺼내 입었습니다. 준비(?)를 하면서도 웬만하면 완력을 쓸 일이 없기를 바랬는데, 결국 목소리를 높여야 할 일이 생기고 만 것입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잠실교회 교인들에게 끌려가는 최덕기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급한 호출을 받고 영락 교회 계단을 내려가니 <뉴스앤조이> 동영상에 나오는 것처럼 기자들이 최덕기 목사 주위에 모여있었습니다. 고성이 오가고 최 목사 허리춤을 잡고 늘어지는 괴한(?) 때문에 제대로 된 기자회견을 도저히 할 수 없었습니다. 이해할 수 없었던 점은, 거의 폭력에 가까운 태도로 최 목사를 위협하는 사람들 앞에서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한 발 물러서 있었다는 점입니다. 당황해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괴한들의 기세가 하도 당당해서 겁을 먹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양정지건 기자 ⓒ뉴스앤조이 신철민
저 역시 '저러다 말겠지'하는 심정으로 하는 짓들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좋은 말로 해서는 안될 사람들이더군요. 드디어 분장(?)의 위력을 발휘할 때가 온 것입니다. 저는 우선 이 사람들을 떼어놓는 것이 급선무라 판단하고 험한 행동을 좀 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행동들이 유재무 님 눈에는 '썩은 고기를 만난 하이에나와 같이 최목사의 신앙과 진실을 왜곡하며 기사 거리를 사냥하느라 제 사명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나 봅니다. 처음 유재무 님의 글을 예장통합 총회 홈페이지(http://www.pck.or.kr) 게시판에서 읽었을 때는 솔직히 말하면 기분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님의 글을 다시 읽었습니다. 글의 요지가 앞부분에 잘 나타나 있더군요. 인용을 하겠습니다.

"또 최 목사는 이제 사사로운 논쟁을 하지말고 침묵하시기를 바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다시 재론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그게 주변의 사람들과 우리 총회를 위하는 일이요. 최 목사를 이용하려는 세력들에게 더 이상 빌미를 주지 마세요…."

유재무님 말씀을 한 마디로 하자면 "이제 그만하고 더 이상 거론하지 말자"인 것 같습니다. 물론 교단을 아끼시는 충정은 이해가 됩니다. 교단에 속하신 목회자의 몸으로 이 문제가 더 이상 불거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겁니다. 하지만 님의 말씀대로 최 목사님의 신앙과 진실을 왜곡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건의 전말을 분명히 밝혀야 옳지 않겠습니까?

▲최덕기 목사에게 강력하게 항의하는 잠실교회 교인 ⓒ뉴스앤조이 신철민

최 목사를 이용하려는 세력이 누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님의 글에 등장하는 '썩은 고기를 만난 하이에나처럼 기사 거리를 사냥하는 기자들'을 놓고 말씀하시는 것이겠죠? 최 목사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이 문제를 단순히 흥미로운 기사 거리로 생각해서가 아닙니다. 유재무 님은 '내 우물에 침 뱉기 격인 일에 소일하지 말자'고 하셨지만, 저는 그 우물에 가래침이라도 뱉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렇게라도 하고 싶은 것은, 제가 그 우물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저 역시 그 우물을 다른 누구보다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 우물에서 물을 먹어야 하는 입장으로서 우물이 깨끗해지기를 바라고 있거든요. 다만 '이미 썩어버린 물을 어떻게 깨끗이 하냐'라는 방법론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것이겠지요. 님은 물론 우물이 썩었다고 생각하지 않으시겠지만요.

최 목사님 사건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먹음직스러운 고기감이 되지는 않는가 봅니다. 그 자리에 수많은 교계 신문 기자들이 있었지만 정작 기사가 나온 매체는 많지 않더라구요. 통합 측 신문이라는 <한국기독공보> 역시 총회를 다룬 특집호에서 최 목사에 대해 한 마디 언급도 하지 않은 것을 보고 사실 기운이 좀 빠졌습니다. 최 목사의 양심 선언이 그렇게 먹음직스럽게 보이지 않았나봐요. 아니면 하이에나가 아니든지. <한국기독공보> 역시 우물에 침을 뱉는 것이 두려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자회견 모습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화요일에 있었던 기자회견 자리 역시 참 슬픈 자리였습니다. 각종 신문 기자들이 다 모인 공식적인 자리여서 그런지 분위기는 상당히 세련되었습니다. 저는 명색이 기자회견이니까 금권 선거에 대한 질문이 하나 정도는 나올 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전날 최 목사님 사건도 있고 해서요. 그런데 그 자리에 모인 어느 누구도 질문을 하지 않더군요. '또 <뉴스앤조이>가 쓸 데 없는 질문을 하는구나'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다른 사람이 질문하기를 기다렸는데, 결국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제가 질문을 했습니다.

▲<한국기독공보> 기사
"부총회장님은 선거 비용으로 얼마를 쓰셨나요? 최덕기 목사의 양심 선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고 양심선언이 이번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십니까?"

마음 속으로 여러 번 정리를 하고 던진 질문이라 간단했습니다. 바로 그 때, 어느 기자인가가 피식하고 웃더군요. 전 그 자리에서는 그 웃음의 의미를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9월 12일자 <한국기독공보>를 보니 조금 짐작이 갑니다. <한국기독공보>의 안홍철 기자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 "'선거 비용을 얼마나 사용했느냐'는 질문을 받은 김 부회장은 '이번 선거를 통해 총대들의 의식이 많이 성숙해졌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우문현답식으로 응수"라고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안 기자가 보기에는 선거 비용을 묻는 것은 우문(愚問)이었고 김순권 목사의 답은 현답(賢答)이었던 것이죠. 어차피 묻는다고 해도 정확한 진실을 말하지는 않을 것이니 우문은 우문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만일 대선 후보에게 선거 비용을 얼마나 썼냐고 물었다면 이 역시 우문이었을까요? 일반 사회에서는 가능한 질문이 왜 교계에서는 우문이 되는지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전 김 목사의 대답을 들으며 화가 좀 났습니다. 사실을 교묘히 비껴 가는 답이었으니 현답이라면 현답이겠죠. 그러나 최덕기 목사의 양심 선언을 두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이해해 달라고 말하실 땐, 정말 화가 났습니다.

유재무 님 역시 김순권 목사님과 비슷한 인식을 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차비와 식사비 명목으로 돈을 건네는 것이 당연하다는 님의 글을 읽으면서 '아니 그러면 이 분은 일반 선거에서도 그렇게 돈을 받으시나?'라는 의문마저 들었습니다. 차비와 밥값으로 20만원을 주었다는 것 자체가 저는 이해가 되지 않을뿐더러 그 자리에 있지도 않은 사람의 차비와 식대는 또 무엇입니까? 목회자 세계의 도덕 수준이 그 정도라는 사실에 저는 하이에나를 떠올릴 뿐입니다.

▲박금호 목사가 제출한 시인서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일이 있습니다. 광주 광천교회의 박금호 목사와 최덕기 목사 중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두 사람 중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최덕기 목사는 잘못하면 교단에서 매장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을 무릅쓰고 말한 것이고, 박금호 목사 역시 총회 고소·고발 위원회에 최덕기 목사의 고발이 사실이 아니다라는 내용으로 시인서를 작성하셨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한 그 시인서에는 박 목사님의 자필 서명이 있었구요. 두 분의 진술이 정확하게 어긋나는 것입니다.

하긴 별로 놀랍지는 않습니다. 하도 목사님들의 거짓말을 많이 들어서 이제는 저도 어느 정도 단련이 되었거든요. 제가 잊지 말아야한다고 한 것은 두 분 중 어느 한 분이 하고 있는 거짓말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일 최덕기 목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명예훼손으로 고발을 당할 만한 일이고, 박금호 목사가 거짓을 말했다면 이 역시 위증죄에 해당하는 심각한 사안입니다. 총회의 공식 기구인 고소·고발 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자필 서명을 한 시인서가 사실이 아니라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죠. 이번에는 제발 은혜로(?) 넘기지 마시고 진실을 밝혀 주시기 바랄 뿐입니다.

이제 오늘 오후면 말 많고 탈 많던 총회가 끝납니다. 총회 취재를 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총회 참관을 권유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직접 눈으로 보면 한국 교회의 실상이 눈에 잘 들어올 것입니다. 보고 나면 우물에 침을 뱉을지, 아니면 뚜껑을 덮어두고 쉬쉬할지 입장 정리가 되겠지요. 저는 침을 뱉기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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