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 새벽 노조원들이 파업을 하고 있는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경찰이 노조원 연행 과정에서 일부 여성노조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소문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12일 오전 피해자들이 수감돼있는 송파경찰서와 서초경찰서를 찾았다.

성추행 피해자로 알려진 이해숙 씨(27·여의도성모병원 노조원·간호사)와 곽재숙 씨(32·강남성모병원 노조원·조무사) 인터뷰는 이들이 각각 수감돼있는 송파경찰서와 서초경찰서 면회실에서 이뤄졌다. 10분을 넘길 수 없다는 규칙 때문에 약 8분 정도 인터뷰했다.

▶바지가 완전히 벗겨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일종의 성폭력인데, 정황을 자세히 말해달라.

경찰이 농성장까지 진입하자 스크럼을 짜고 방어했다. 옆에 후배가 있어서 후배를 뒤로 보내고 내가 앞쪽에 섰다. 처음에는 허리띠를 잡았는데 나중에는 바지를 잡고 끌어당겼다. 얼마나 세게 잡아당겼는지 바지고리가 다 끊어지고 단추가 떨어지면서 바지가 벗겨졌다. 바지를 올리고 싶었는데, 여경 두 명이 팔과 다리를 잡고 짐 나르듯이 안고 나갔기 때문에 올릴 수가 없었다. 경찰은 성추행 논란에 휩싸이고 싶지 않아 여경을 투입했다고 하는데 여경이 데리고 나간 것뿐이지 빠져나가는 길 옆쪽으로 남자 경찰들이 수 백 명 몰려 있었다. 어찌나 창피하던지 바지를 올려달라고 울부짖었다. 그런데도 아무 조치도 해주지 않고 있다가 내가 계속해서 소리 지르고 또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항의를 하니까 정문에 와서야 바지를 올려줬다.

▶그 때 심정이 어땠는가.

(눈물을 글썽이며) 죽고 싶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런 봉변을 당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도 창피하다. 구치소에 같이 있는 분들 얼굴 보기도 민망하다.

▶또 다른 성추행 피해자는 없었나.

이곳(송파경찰서 구치소)에는 없다. 연행 과정에서 옷이 찢어지고 멍든 사람은 많다. 새벽에 경찰이 들이닥쳤기 때문에 신발도 못 신고 끌려나온 사람도 있다.

○ 곽재숙 씨

▶한국여성단체연합이 11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정황을 말해달라.

송파경찰서 차에 올라타니 사복 경찰로 보이는 한 남자가 비디오 촬영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왜 비디오 촬영을 하냐고 물으니까 나중에 증거로 남기려고 찍는 것이라고 했다. 소속과 이름을 말해 달라고 요구했더니 반말로 계속 응대를 해 왜 반말을 하냐고 사람들이 따졌다. 말싸움이 나고 시끄러웠다. 나는 그 때 선 채로 창 밖을 보며 남은 사람들에게 잘 싸우자는 의미로 손을 흔들고 있었는데 비디오를 찍던 사람이 와서 밀치면서 앉으라고 말했다. 밀치는 과정에서 가슴에 완전히 손이 닿았다. 가슴을 만졌다는 생각이 들어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소속과 이름을 알고 있나.

계속해서 물어봤는데 말해주지를 않았다.  

▶고의적이었다고 생각하나.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알지 않느냐. 누가 앉으라고 할 때 어깨를 잡으면서 말하지 가슴에 손을 대면서 앉으라고 하겠느냐. 더군다나 상대가 여성이면 가슴 쪽으로 손을 안 닿으려고 노력하는 게 상식 아니냐. 또 그 상황은 서로 밀치거나 몸싸움을 하는 과정도 아니었다. 고의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강하게 항의했는가.

물론이다. 왜 가슴을 밀치냐고 항의했더니 차에서 내려 담배만 피웠다. 차안에 여경이 한 명 있어 여경을 상대로 실제로 재현을 하며 또 항의했다. 같은 여자인데도 내가 가슴에 손을 대며 밀치니까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걸 성추행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거라고 일축해 버렸다.

▶그 여경의 이름과 소속을 알고 있나.

이름은 말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소속은 모르겠다. 서초경찰서는 아닌 것 같다. 이곳에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다른 연행 경찰들은 성추행 주장에 대해 어떻게 말했는가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가해자 소속과 이름을 알아봐 주겠다고 했고, 경찰서에 도착해서 조사할 때 성추행 의혹을 제기하고 고소 고발하라고 말했다.(연행 경찰과 조사 경찰이 달랐음-편집자주) 심지어 절차를 도와주겠다는 말까지 했다. 그래서 고소 고발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데 왜 그러시냐고 오히려 내가 당황해서 말했다.

▶조사를 받을 때 성추행 당했다고 말했는가

그렇다. 송파경찰서에 도착하자마자 차에서 내려, 밀친 경찰에게 왜 가슴은 만지냐고 또 따졌다. 그 경찰이 제일 먼저 내려 비디오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다시 항의를 하니까 고의가 아니라고 말하며 자리를 피했다. 고의가 아니라면 사과를 하면 그만 아니냐. 끝까지 사과를 안 했다.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 조사를 받을 때 성추행이 있었다고 말했는데, 조사 경찰들은 우리가 본 것이 아니라 믿을 수 없다고 발뺌했다. 확인해 보라고 말하니까 전화를 서로 주고받더니 무슨 쪽지가 전해졌다. (쪽지) 내용이 궁금했는데 수사 경찰이 그 쪽지를 읽고 찢어버렸다. 그리고 곧바로 나는 서초경찰서로 옮겨졌다.

▶서초경찰서로 옮기는 이유에 대해 설명이 있었나.

아니다. '곽재숙씨 는 서초로 보내라'고 말하는 소리만 들었다.

▶일부러 격리시킨 것은 아닌가.

그건 모르겠다. 나야 가라면 갈 수밖에 없는 처지 아니냐.

▶나오게 되면 성추행에 대해 문제 삼을 생각인가.

그렇다. 연행한 경찰들이 내 얘기를 들어주고 도와주려는 태도를 보여 인간적으로 미안하기는 하다. 하지만 한 쪽에서는 고소 고발 절차까지 알려준다고 했는데 다른 한 쪽에서는 우리가 본 일이 아니므로 모른다고 일관하니 아무도 못 믿겠다는 생각만 든다. 다 한통속인 것 같다. 꼭 문제삼아 바로 잡을 거다.

▶지금 심정은 어떠한가.

담담하다. 구치소 생활이 처음이다 보니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지금은 차분해졌다고 할까. 다만 자꾸 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사과 한 마디면 됐는데 성추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니 어리석다는 생각도 든다. 더 일을 크게 벌이는 것 아니냐.



한편 경찰은 노조원 연행 과정에서 일부 여성조합원을 성추행했다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서울경찰청은, 경찰이 파업현장에 들어가려는 여성 조합원의 바지를 벗겨 허벅지가 다 드러나게 했다는 여성단체연합의 주장과 관련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정문 앞에서 이 같은 일을 행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며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송파경찰서 연행 과정에서 여성조합원의 가슴을 만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일부 노조원들이 차 안에서 구호를 외치고 욕설을 해 채증을 했는데, '채증하지 말라'고 항의하는 여성노조원을 막는 과정에서 팔꿈치로 가슴을 친 것 뿐"이라며 "여경들도 있는데 가슴을 만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경찰은 성추행 논란을 막기 위해 오늘 연행에 앞서 특별 교양교육을 했고, 여성노조원이라는 신분을 고려해 여경 3개 중대가 2인 1조로 편성해 전담 연행하게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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