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몇몇 교수들이 학교에서 쫓겨날 때 원우회도 잠시 주춤하다가 원우들의 힘을
입어 일어섰다. 교수들의 보복성 조치가 두려울 수밖에 없다. ⓒ뉴스앤조이

9월 12일 오전 총신대 신대원은 긴급 임시총회를 열었다. 이날 총회에는 1, 2학년 중심으로 900명 가량의 신대원생들이 양지캠퍼스에 모였다. 원생들은 전날 교수들이 대자보를 통해 대학부 신학과·신대원 통합 중심의 현행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내용으로 발표한 호소문에 지지의사를 밝히고, 모든 원생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하고 이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했다.

신대원 교수들이 줄줄이 쫓겨나는 동안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원생들이 구조조정 문제에는 순발력 있게 움직인 것이다. 이유는 뭘까. 구조조정 문제는 신대원 교수 전체의 과제이기 때문에 원생들이 힘을 실어주어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지만, 신대원 교수끼리 극한 대립을 보이는 상황에서 특정 교수 문제를 제기했다가 상대편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판단의 근거가 될 만한 사건을 추적해보자.

2000년 총신대 신대원 원우회 회장·부회장, <총신원보> 국장·부국장을 역임했던 네 명은 지금 신대원 4학년생이다. 작년 또는 올해 졸업했어야 할 이들이 아직도 학교에 나오고 있다. 어떤 이는 학점을 받지 못한 과목을 듣고 있으며, 어떤 이는 졸업을 위한 종합고사를 두 번이나 통과하지 못해서 대신 논문지도를 받고 있다.

학점이 나쁘거나 종합고사를 통과 못했으면 졸업을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총장 선임 문제로 학교가 어려움을 겪던 재작년 신대원 원우회와 신문사의 최고 책임자들이었다는 점이다. 당시 원우회는 총장 후보에 오른 어느 교수에 대해, 과거에 졸업을 앞둔 학생에게서 자가용을 선물로 받아 물의를 빚은 사건을 상기시키면서 총장 후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원생 중 한 명이 몇몇 교수들의 이름을 갖고 삼행시를 지어서 인터넷에 올린 것이 문제가 되어서 거명된 세 명의 교수들에게서 학점을 받지 못했다가 <기독신문>에 사과문을 낸 뒤 구제됐다. <총신원보>는 "교수들이 치사하다"고 비난하는 기사를 썼다. 이들은 이런 까닭에 "괘씸죄에 걸렸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 중에는 이 사건이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 이도 있다. 당시 원우회 임원 내지 신문사 책임자로서 학내에서 벌어진 초미의 관심사에서 분명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나중에 치명적인 보복을 당했고 2년간 시간적·금전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자신들의 신상 문제가 더 이상 거론되는 것이 부담스런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학생들에 대한 보복성 조치는 이전에도 있었다. 98년 <총신원보>가 교수임용 부정사건을 다루자 총장이 2학기 내내 제작비와 발송비를 주지 않아 애를 먹은 적이 있다. 해마다 졸업식 때 기독신문사 사장 명의로 <총신원보> 국장에게 주던 공로상 제도가 사라졌다. 99년 <총신원보> 국장은 해임됐다가 복직되기도 했다.

작년에 일부 교수들이 줄줄이 징계를 받았을 때 원우회는 한때 주춤했다. 그러다 학생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원우회도 나선 형국이었다. 교수들은 당시 일반대학원생들에게도 압력을 가했다. 이런 면에서 올해 원우회의 행보를 이해할 수 있다. 몇몇 교수들이 학점·졸업·진로라는 무기를 갖고 원생들의 양심과 소신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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