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5일 열린 운영이사회에서 이경원 목사가 화합수습조사확인위원회 활동 내용을
보고하고 있다. 왼쪽에 보이는 이가 확인위원장 김동권 목사이고, 오른쪽에 보이는
이가 화합수습위원장 김도빈 목사이다.ⓒ뉴스앤조이 김종희

총신대가 수시로 심한 감기 몸살을 앓고 있는데는 재단이사회와 운영이사회라는 이중구조도 한몫하고 있다.

재단이사회는 학교법인의 주체로 교육부와의 법적인 관계에 있어서 기득권을 갖고 있다. 반면 운영이사회는 교단직영 목회자 양성기관의 주체로 총회와의 관계에 있어서 기득권을 갖고 있다. 각 노회 대표들로 구성된 운영이사회가 재단이사들을 추천할 수 있고 총장을 인준할 수 있어 실권(實權)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재단이사회가 교육부 법을 내세워 운영이사회와 대립할 경우 학교가 어지러워진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가 바로 그것을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양 이사회의 대립과 충돌로 학교가 어려운 경우를 겪은 경우는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김의환 전 총장 시절 운영이사회가 김 총장에 대해서 우호적인데 반해서 재단이사회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했다. 불법적인 교수임용 및 승진, 교수들간의 분열 현상 증폭, 독단적인 리더십 등을 재단이사들은 마땅찮아 했다. 결국 그의 미국신학교 이중직(二重職)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재단이사회는 김 전 총장을 재임시키지 않았다. 이때 운영이사회가 크게 반발했고, 그 앙금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지금 몇몇 신대원 교수들이 곤경에 처해 있는 것도 그 당시 사건과 직결돼 있다.

지금은 재단이사회와 운영이사회의 역할(?)이 180도 바뀌었다. 운영이사회가 학교를 총회 뜻에 따라 만들어나가려고 하는데, 재단이사회가 교육부 법을 내세워 총회의 결정사항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재단이사회로부터 물먹었던 사람들이 지금 재단이사로 들어가서는 앙갚음을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사회를 하나로 묶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윤배 전 재단이사장은 "전국의 신학교들을 알아보니 우리처럼 양 이사회 체제를 갖고 있는 곳이 없더라"면서 단일화 의지를 밝힌 적이 있다.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도 2000년 8월 "이사회의 이원화 구조가 제도적 모순이 근원"이라면서 이사회 단일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그러나 지금 총신대의 상황에서 이사회 일원화는 오히려 이사회의 전횡과 독주를 보장하는 위험 요소가 될 수도 있다. 학교에 대한 건강한 의식보다는 정치적인 이권싸움에 연연하는 퇴행적 의식이 계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9월 23일 교단 제87회 총회 첫날 열리는 총신대학교 운영이사회는 운영이사장을 뽑는다. 그런데 올해 선거에 유난히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2년에 한 번씩 치르는 이사장 선거가 유난히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 동안 서기행 목사가 세 차례에 걸쳐 6년간 운영이사장을 맡아왔고, 누구도 그 아성에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2000년 총회 때 '양 이사회 전원 사퇴' 결정 이후 열린 11월 이사회에서 서기행 목사는 또 다시 후보로 올랐다. 그러나 최기채 목사가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그때부터 바뀌기 시작한 운영이사회 분위기를 계속 끌고 갈 것이냐, 과거로 회귀할 것이냐 하는 판가름이 이번 선거에서 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운영이사장 후보 물망에 오르는 사람은 둘이다. 한 사람은 작년 부총회장 선거 때 후보로 나섰다가 제비뽑기에서 떨어진 황승기 목사이고, 상대방은 98년 제83회 총회 때 총회장을 역임한 길자연 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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