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el for the Technical University in Otaniemi, 1957
자연과 인공, 내부와 외부가 하나로 통합된 교회당
▲예배실 전경. |
핀란드 건축가들인 시렌 형제(Kaija and Heikki Siren)에 의해 설계된 이 오타니에미 공과대학 채플은 대학 캠퍼스 안의 언덕 숲속에 매우 독특한 아이디어에 의해 설계되었다.
이 예배당에 사용된 건축 재료는 나무와 벽돌 그리고 철재 후레임과 유리이다. 이 나무와 벽돌은 자연의 소재이며, 철제 후레임과 유리는 공업기술의 발전을 통해 만들어진 산업혁명의 산물이었다. 시렌은 나무와 벽돌을 통해 교회당을 주위의 숲에 잘 어울리게 만들었고, 기술의 산물인 철재는 유리 설치를 위한 최소한의 지지물로 사용하여 넓고 투명한 판유리를 통해 내부에 자연의 빛을 최대한 유입시키고 내부와 외부의 공간을 상호 관입시켰다.
따라서 교회당은 캠퍼스 언덕의 숲속에 자연과 하나로 통합되었고 그 형태와 재료는 그대로 자연의 일부가 되었다. 또한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은 하나로 통합되어 예배당은 자연으로 확장되었고 빛으로 충만한 공간이 되었다.
한편 그들은 예배에 참여하기 위해 교회로 오는 사람들이 예배실까지 들어가는 진입 과정에서 하나님을 묵상하고 느끼도록 공간의 전개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교회 앞마당 전경. |
이는 건축가가 이미 그 시대에 친환경적이며 자연보호적인 생태건축을 생각하였음을 말해주며, 또한 자신의 작품을 드러내기보다는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을 원래대로 보존하고자 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예배당의 입구에 들어서면 예배실로 들어가는 좁고 낮은 통로가 나타나는데, 이 통로를 거쳐 나타나는 예배실의 모습은 전혀 예기치 못했던 광경이다. 좁고 낮고 어두운 통로에 반해, 넓고 높고 그리고 회중석 뒤 상부의 넓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드리워진 예배실 공간은 하나의 극적인 공간 연출이다. 더욱이 강단의 뒷벽은 그 전체가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고 그 너머 숲을 배경으로 십자가가 서있다. 따라서 자연의 숲이 그대로 강단의 배경이 되고 그 숲을 배경으로 유리 밖에 서 있는 십자가는 예수님이 달리셨던 갈보리 산상의 십자가를 연상시킨다.
또한 외부의 자연 속으로 확장된 예배실 공간은 내부공간이란 인공의 벽에 의해 외부와 단절된 공간이라는 통념을 깨뜨리기에 충분하다. 예배실 안에서 바라보는 숲으로 이루어진 외부세계는 자연을 밖에서 보던 맛과는 또 다른 자연의 새로운 해석이며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예배실 외부의 숲을 배경으로 한 십자가. |
예배실의 제단인 성찬상은 유리 밖의 자연을 배경으로 그 숲의 한가운데에 서 계신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십자가와 중첩되면서 회중을 향해 서 있다. 설교단은 전면의 한쪽 끝에 벽돌벽을 배경으로 둠으로써 그리스도의 옆으로 비켜섰고, 반대측에 세례단을 두어 성찬상을 중심으로 한 강단의 균형을 잡았다. 또한 이들 모든 성구들은 가느다란 철제 각 파이프로 후레임만 둘러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유리벽 밖의 자연과 십자가를 향한 시선을 막지 않도록 하고 있다.
▲우측에 어스름하게 보이는 것이 파이프 오르간. |
한편, 입구 맞은편 벽으로 막힌 상대적으로 어두운 부분에 파이프 오르간을 설치하여 유리를 통한 역광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이 모든 설계상의 배려는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에서 인간의 모습을 감추고 그리스도를 드러내고자 하는 건축가의 특별한 의도로 보인다.
따라서 예배실 밖의 그 십자가는 예배실의 시각적 중심이 되고 건축공간과 자연의 공간이 하나로 통합된다.
예배실은 직사각형에 천장이 높고 강단을 향해 경사진 형태와 목재 트라스로 구성된 주공간과, 그 뒤에 천장이 낮고 작은 부공간 등 2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입구 통로로부터 두 공간으로 각각 직접 출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따라서 두 개의 공간들은 필요에 따라 하나로 통합되거나 가변 칸막이에 의해 둘로 나누어 사용될 수 있다. 이때 작은 공간은 예배실과는 다른 기능 즉 친교나 교육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공간의 가변성은 당시 유럽의 교회당들에서 흔히 나타나는 모습이다. 즉, 유럽에서는 이미 이 시기에 공간의 다목적 활용을 위한 융통성과 가변성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교회건축에 반영되고 있었다는 증거이다. 실제로 유럽교회들은 20세기 중반에 지역사회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했으며, 이제 성당(聖堂)이 아닌 지역사회의 회당이며 코뮤니티센터(community center)로서의 교회를 만들어 갔다. 이는 오늘날 우리 교회들이 새롭게 변화하려고 내세우는 열린 교회의 원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