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 근무시대에도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7월
부터 금요예배를 드리고 있는 갈릴리교회. ⓒ뉴스앤조이 김승범

주5일 근무제가 대세로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휴일개념의 변화와 함께 교회 주일예배 패턴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주일 예배 참석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전체 교인 수 역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일부 교계 인사들은 주5일 근무제 도입 자체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갈릴리교회(인명진 목사, 서울 구로구 구로5동 1268)는 지난 7월 12일부터 주일 1부 예배를 금요일 저녁 7시로 옮기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갈릴리교회 인명진 목사(예장통합, 58)는 "신학이나 교리적인 문제는 없다"며 "단지 주5일 근무제 도입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맞춰 교인들의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을 감안해 취한 조치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갈릴리교회 금요 '주일 1부 예배'는 약 100여명의 교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별다른 이견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오히려 이런 저런 이유로 주일 예배에 참석하지 못하는 30명 정도의 교인들이 더 나오고 있어 변화에 따른 적잖은 효과까지 누린다.

그러나 안식일적 주일성수 개념이 아직도 '정통'으로 자리잡고 있는 한국교회 시각에서 갈릴리교회의 변화는 어쨌든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 목사도 자신이 먼저 개척한 낯선 주일예배 시도를 놓고 교계의 진지한 논의가 벌어지기를 내심 환영하는 눈치다.

일단 신학적으로 인 목사의 시도는 금기의 대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미 주일을 과거처럼 특정한 한 날을 택해 구약의 안식일처럼 지켜야 한다고 보는 시각은 최근 들어 많이 희석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금요일에 드리는 예배에 '주일'이란 표현을 도입한 것에 대해선 다소 이견이 나오고 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정장복 교수(설교학)는 "금요일에 예배를 드릴 수 있지만 '주일'이라는 명칭을 붙인 것은 편법이다"라고 말한다. 즉 신약시대의 '주일'은 주님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작은 부활절'이라는 점에서 구별돼야 한다는 것이다.

▲ⓒ뉴스앤조이 김승범

총신대 김지찬 교수(구약학)의 경우는 "금요일에 주일예배를 드린다고 해서 신학적인 문제를 삼기는 어렵다"고 밝히면서도 "주일은 일상적 삶의 흐름을 잠시 정지하고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를 살피는 '안식'의 의미가 있다"며 "금요일에 드리는 예배에 이런 주일의 의미가 제대로 살아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명진 목사는 "어떤 상황이든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다"고 말하고 "금요일에 주일 예배를 드리는 것이 완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일의 의미와 뜻을 제대로 담아 낸다면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또 "한국교회 좋은 전통을 반드시 깨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전제하고 "단지 시대적 변화에 따라 내용물과 뜻을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담는 그릇을 바꾸는 것뿐이다"는 비유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성기문 총무(건강교회운동본부)는 인 목사의 결정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쪽이다. 성 총무는 "한국교회가 추종하는 안식일적 주일개념은 어떤 성경적 뒷받침도 없다"고 말하고 "주5일 근무제에 따른 교인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목회차원의 시도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성 총무는 "칼빈과 루터 등은 주일을 안식일처럼 지키는 것은 미신이라고까지 말했다"고 덧붙인다.

주5일 근무제 도입과 관련, 내심 많은 걱정거리를 안고 있는 목회자들의 입장에선 인명진 목사의 모험(?)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단 것'과 같은 효과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서 반대 못지 않게 찬성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은 앞으로 제2 제3의 갈릴리교회가 계속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주말 나들이에 나서는 교인들 양심에 면죄부를 주기위한 주일예배 날짜 변경은 개교회 주의의 또 다른 연장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즉 도시교회 교인들이 주말에 타지역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도 주5일 근무제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주일예배 날짜를 변경해버릴 경우 아예 이런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

정장복 교수는 "주말 여행을 떠나는 교인들에게 그 지역 교회 주보를 가져오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지적한다.
  
갈릴리교회의 생소한 금요일 '주일예배' 시도는 주5일 근무제 시대를 맞는 한국교회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것인지 혹은 성스런 주일을 훼손하는 편법으로 불릴 것인지는 '형식'이 아닌 '본질'적인 '주일의 의미'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될 새로운 과제로 생각된다.


<인명진 목사 인터뷰>

▲인명진 목사. ⓒ뉴스앤조이 이승균
-어떤 효과가 있나

조금 더 지나봐야 효과 얘기할 수 있겠지만 교인들 가운데 어쩔 수 없이 주일에 어디에 가야 하거나 직장에 나가는 이들에게 여유를 줄 수 있는 잇점이 있다. 또 처음엔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주5일 근무제 실시로 오히려 주말 근무가 늘어나는 사람들이 상당수 생기게 된 것을 알았다. 주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인데, 이들에겐 특히 금요 '주일예배'가 도움이 된다.

-금요 주일예배를 시도한 이유는 무엇인가.

솔직히 목회자 입장에서 교인에 대한 욕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일에 놀러 가는 교인들 보면 은근히 속상하다. 그런데 주5일 근무제가 본격화되면 이런 현상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그리고 교인들 가운데 시험에 드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교인들이 주일 잘 지키고, 헌금 잘 내고, 봉사 잘했으면 하는 것이 목사들의 솔직한 바람이다. 그런데 주5일 근무제 시대는 목사들이 이런 바람이 실현되기 더 어려워진다.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야외로 나가데 되면 어른들 역시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일을 지키기 힘들어질 것이다. 이럴 때 교회가 계속 주일성수를 강조하면 오히려 교인 내 쫓는 격이다. 죄의식과 부담만 가중시킨다. 그래서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내가 온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현실적 대안을 내놓았을 뿐이다.

특히 갈릴리 교회는 주5일 근무제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30-40대 중산층이 교인의 80%다. 주일 성수를 계속 고집할 경우 현실적으로 너무나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발생할 것이다.

-목사님 입장에선 어떤 변화가 있는지.

막상 해 놓고 보니 내 입장에선 더 힘들어지게 됐다. 말하자면 주일이 두 개 생긴 것 아닌가. 예배와 설교 준비에 두 배로 힘이 든다.  

-교리적이나 신학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나

로마제국 당시의 일요일은 세속적이고 이단적인 절기였다. 기독교인들이 그것을 과감하게 복음화시켜 주일로 만들지 않았는가. 날짜 고집하는 사람들은 기독교의 역사 잘 모른다고 생각한다. 예수님 당시에 안식일 논쟁이 가장 많이 있었다. 바리세파는 형식과 제도를 절대화시켰지만 예수님은 내용과 뜻을 중요시했다. 상대화할 것과 절대화할 것은 구별해야 한다. 어떤 상황이든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내용이다. 복음은 내용을 담는 그릇이다. 그릇을 바꾼다고 말씀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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