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림교회의 일개 구역에도 못 미치는 숫자지만 '열방의 빛된 교회' 교인들의 얼굴엔
뿌듯한 자부심이 배어 있다. 그들에겐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교회다운 교회를 가
꾸어 나간다는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뉴스앤조이 이승균

담임 목사 세습, 불투명한 재정 운용, 당회장 목사와 그 측근에 집중된 교회 권력, 그리고 낯뜨거운 추문 등 용납될 수 없는 부조리한 현상 앞에 서슴없이 반란의 기치를 높이 든 소수들.

여의도순복음교회(당회장:조용기 목사) 투명한 재정운용과 개혁을 부르짖었던 '교회사랑장로모임(교사모)', 충현교회(당회장:김성관 목사) 세습과 무원칙을 비판하고 있는 '충현교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충사모)', 광림교회(담임:김선도 목사) 세습과 불투명한 재정 운용을 비판하고 나선 '광림사랑평신도연합'.

그리고 비교적 최근 담임목사의 비도덕적 성 추문 앞에 과감하게 일어선 시사모(시흥교회사랑모임)와 참사모(참좋은교회사랑모임), 대원감리교회에서 발생한 부자세습 철회와 헌금전용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사모(대원감리교회사랑모임), 자양교회 최대준 담임목사와 관련된 여러 의혹을 과감하게 비판하고 나선 5인의 집사 등.

이들은 무소불위의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수많은 성도들 위에 군림해 온 대형교회 목사를 거침없는 비판하며, 상식이 통하는 교회 상을 정립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대표적인 평신도 그룹이다.

신의 대리인임을 자처하며 추태를 자행하는 성직자를 향해 '잘못'이라고 말하는 평신도 그룹들. 이들의 등장은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고 까지 비판받고 있는 한국교회 개혁을 위한 밝은 징조의 하나다. 뉴스앤조이는 이런 평신도 그룹의 반란(?)을 진한 애정을 갖고 집중보도해 왔다.

이제 이들 평신도 그룹은 마치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은 허탈감 속에 속속 교회를 떠났는가 하면 아예 독립적인 교회를 설립해 모순과 부조리가 없는 이상주의적 교회를 설립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교회 개혁이라는 험란한 화두를 위해 희생과 좌절을 반복한 이들 평신도 그룹의 활동이 현재 어디까지 와 있는지 혹은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 각 단체별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광림사랑평신도연합>
▲정기용 권사 ⓒ뉴스앤조이 이승균
광림사랑평신도연합(광평연) 회장 정기용 권사는 '열방의 빛된 교회'(일산시 마두동 781-2)에 출석한다. 정 권사와 함께 광평연 핵심인 조성철 집사도 마찬가지. 이들은 광림교회의 극심한 따돌림 앞에서 도저히 광림교회에 계속 출석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현재 출석하는 열방의 빛된 교회는 어떤 교회일까. 지난 6월 설립된 이 교회는 교인 60여명의 미니교회. 하지만 설립 후 한달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60명이라는 숫자는 결코 작게 느껴지지 않는다.

더구나 수 만명 교인을 자랑하는 광림교회의 일개 구역에도 못 미치는 숫자지만 정 권사를 포함한 교인들의 얼굴엔 뿌듯한 자부심이 배어 있다. 그들에겐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교회다운 교회를 가꾸어 나간다는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김홍관 목사 ⓒ뉴스앤조이 이승균
열방의 빛된 교회 교인들 80%는 전 광림교회 교인들이다. 말하자면 광림교회 교인 일부가 수평 이동한 셈이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제각기 신앙과 영적인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평연 회원들처럼 적극적으로 광림교회 부자세습 및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속앓이만 해왔던 이들이다.

이런 특징이 있는 교회기에  이들의 상처를 감싸주는 것은 물론 영적인 욕구까지 해결할 수 있는 목회자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열방의 빛된 교회 초대 담임 김홍관 목사(42)는 '이보다 더 절묘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교인들과 찰떡궁합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김 목사는 91년부터 96년까지 광림교회 부목사로 재직할 당시 교인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었으며, 97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미네소타 UTS(united theological seminary)에서 선교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지난해 12월 귀국, 현재 대전 목원대에 출강하고 있다.

김 목사는 상처받은 교인들에게 새로운 위안을 주고 신앙의 본질을 찾을 수 있는 평신도 중심 교회를 이루려는 희망을 품고 있다. 목회자의 잘못된 독주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고 목회자와 평신도 간의 계층과 계급을 없애는데 주력하겠다는 것.  

이런 김 목사의 목회관은 교인들의 절대적인 환영을 받고 있다. 광림교회에서 담임목사의 신과 같은 카리스마가 낳은 부조리를 이미 신물이 날 정도로 목격한 때문이다.

정기용 권사는 "광림교회 교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광평연 활동에 찬사를 보내고 심적으로 동조하고 있었다"며 "우리들이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광림교회를 떠난 만큼 이 교회에서 하나님 앞에 인정받을 수 있는 신앙생활을 하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말한다.

또 정 권사는 광림교회를 의식한 듯 "당회 위에 담임목사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담임목사의 일방적 주장이 관철되지 않아야 하며 성도와 목회자 위에 교회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광헌 권사 ⓒ뉴스앤조이 이승균
광평연 멤버는 아니었지만 열방의 빛된 교회 설립에 많은 영향을 미친 한 권사(60)는 과거 일산 광림교회 출석할 당시 광평연 사람들을 머리에 뿔난 사람들로 알았으나 실제 만나고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광림교회 내에서 광평연을 향해 어떤 식으로 비난해 왔는지 잘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세습 이후 바꾸어진 교회 분위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관계가 껄끄러워지자 과감히 교회를 나온 한 권사는 여러 교회를 전전했지만 어느 교회에도 마음을 붙이지 못했다. 그때 한 권사는 대형교회 출석 교인들이 쉽게 그 곳을 빠져 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절실하게 깨달았다. 대형교회의 좋은 시설과 자유로운 분위기를 맛본 교인들은 마치 대형차를 타다가 소형차를 타기 힘든 것과 비슷하다는 것.

하지만 막상 김홍관 목사와 광평연 멤버들의 교회관을 접하고 함께 교회를 개척하고 다녀본 결과 과거보다 기독교인의 사명을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으며 신앙적인 만족도 훨씬 크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교회가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외면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죠. 이 교회가 한국교회 개혁에 일조하길 바랍니다. 그래서 교회 발전을 위해 전보다 헌금을 더 충실하게 내게 됐어요. 전도도 열심히 합니다."

▲조성철 집사 ⓒ뉴스앤조이 이승균
광평연 회원 중에 가장 상처를 많이 받은 이를 든다면 당연 조성철 집사다. 그는 교회 앞에서 주일예배 참석을 거부당했고, 권사인 모친은 교회 관계자로부터 공개적인 모욕까지 당했다. 그러면서도 쉽게 다른 교회에 정착하지 못한 것은 광림교회가 그와 어머니에게 신앙의 고향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수십년 동안 한 교회에서 성장했다면 다른 교회로 옮기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열방의 빛된 교회를 통해 조 집사는 비로소 영적인 위안을 받게 됐다. 광림교회에서 못다 이룬 신앙적 열정을 마음껏 발산하면서 평소 꿈꾸어 왔던 이상적 교회를 이루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조 집사는 광림교회 세습과정에서 교회를 떠났지만 다른 교회에도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는 많은 교인들이 있다고 말하고 이들이 열방의 빛된 교회로 오게 되면 안정될 것이라고 말한다.

거대한 광림교회를 향해 '아니다'고 외쳤던 광평연 회원들, 그리고 속으로 분노를 삭혔던 전 광림교회 교인들은 이제 열방의 빛된 교회를 통해 진정한 예수님의 빛을 이 세상에 비추기 위해 작게나마 기지개를 펴고 있다.

<시흥교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시흥교회 ⓒ뉴스앤조이 이승균

99년 전통과 웅장한 팔각형 건물을 자랑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소속 시흥교회(서울 금천구 시흥본동 841-25)에서 발생한 낯뜨거운 담임목사 불륜 사건. 이 사건은 전체 교인 90%의 분노를 샀고, 이 분노를 바탕으로 시사모(시흥교회사랑모임)가 결성됐다.

다른 교사모가 비교적 소수로 힘겨운 싸움을 벌여왔던 것에 비해 시사모는 교인 절대다수의 지지 속에 담임목사 사퇴와 교회개혁을 요구, 마침내 수 개월간의 투쟁 끝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교인 절대다수의 응원이 있었지만 당회 과반수를 넘는 장로들이 담임목사를 두둔하고 나서는 바람에 적잖은 난관을 겪었다. 담임목사와 당회에 우선권을 부여한 교회법 때문에 교인 대부분 의사가 번번이 묵살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사모는 비상교인 총회를 개최, 마침내 담임목사 사표 그리고 담임목사를 지지하는 장로들의 시무권을 박탈하는 등 일종의 역성혁명을 일으키고 말았다. 현재 시무권이 박탈된 장로 중 8명이 100여 명의 지지자들을 이끌고 교회를 떠났고, 담임목사 역시 약 1억 2000만 원의 초라한(?) 전리품을 챙겨 다른 곳으로 가 버렸다.

현재 시흥교회에는 관악노회에서 파송한 김기운 목사(고향교회)가 6월초부터 임시 당회장으로 부임해 모든 예배를 정상적으로 드리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최근 당회에서 개혁위원회를 정식으로 구성해 과거와 같은 불상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제도를 개혁할 방침이다.

개혁위원회는 당회장 역할과 당회의 권한 등 포괄적인 교권 구조를 개편하고 재정 투명성 확보 방안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정식 당회장 초빙은 제도가 완비된 후에라도 늦지 않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을 예정이다.

<자양교회 5인>
▲자양교회 ⓒ뉴스앤조이 이승균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소속 자양교회(서울 광진구 자양1동 228-15)의 교인 5인은 98년부터 현재까지 최대준 담임목사(59)와 당회 등 교권을 상대로 길고 외로운 투쟁을 아직까지 계속하고 있다.

자양교회를 20년 이상 출석하며 숱한 봉사를 아끼지 않던 김인성 집사(49) 등 5인은 항존직 선거 과정의 문제점 및 담임목사 자녀 학자금 과다지급 등 여러 의혹을 제기해 왔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차디찬 냉대와 각종 징계 뿐이다.

당회와 노회 및 교단측은 사태의 자세한 진상을 살피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단지 반란을 일으킨 행위 자체가 교회에 분란을 끼쳤다며 서슬퍼런 칼날만을 들이댈 뿐이다.

하지만 이들은 교회측의 박해에도 불구하고 교회 리모델링 예산(당초 9000만 원)이 실제로는 2억 원에서 3억 원 사이로 집행된다는 것에 대해 또 다시 집중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교회와 총회 회계기준에 따르면 '이미 성립된 예산 변경을 위해선 공동의회 승인을 얻어야' 하지만 교회가 이런 기준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그러나 교회측이 이같은 의문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을 해주는 대신 이들이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하라는 압력까지 넣고 있어 의사표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까지 침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양교회 김인성 집사 등 5인의 싸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거의 승산이 없는 것처럼 보이고 있으나, 자양교회 재정의 투명성 그리고 의사구조의 민주화 등 교회개혁을 위해선 꼭 필요한 활동인 것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예심회>
'예심회' 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살겠다는 각오의 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포항에서 역사가 오래되고 규모가 큰 교회 중 하나인 ㅂ교회. 작년 이 교회 담임목사의 설교 표절 사건이 불거지면서 교회 안에서 갈등이 빚어졌다. 담임목사의 설교 표절 사건은 물론이고 목회 내용의 상당 부분이 성경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20여 명의 교인들이 당회에 분명한 조처를 요구했으나, 이것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제를 제기했던 교인 중 일부가 작년 겨울 교회를 떠났다. 가슴에 상처를 안고 있으면서도 차마 교회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절반이 된다. 이들이 뿔뿔이 흩어졌다면 마음 속의 상처는 쉽게 아물어지지 않고 그냥 묻혀 있었을 것이다.

절반은 남고 나머지 절반은 교회를 떠나 각자 다른 교회를 다니지만, 한 달에 한 번은 '예심회'라는 이름 아래 모인다. 교수·교사·연구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으며, 교회에서도 꽤 열심히 봉사하고 전도해왔던 이들이다. 지금은 조용히 예배드리면서 서로의 삶을 나눈다. 지금 출석하는 교회에서 다 꺼내놓지 못하는 가슴 속 아픈 얘기들을 여기서는 끄집어낼 수 있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잘못된 모습에 대해서 회복의 기도도 드린다. 또 다른 모습의 '가정교회'다. 거기서 영적인 회복을 경험하고 새로운 힘을 공급받는 것이다. 이 모임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될 지는 구성원 누구도 예견할 수 없다. 하지만 개인의 영성은 물론이고 한국교회가 새롭게 거듭나는데 작은 모퉁이 역할을 하고 싶은 소망은 간절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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