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2일 MBC PD수첩은 '사랑의교회 건축 특혜 논란, 그 진실은'을 방영했다.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 게시판과 트위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다. 한쪽에서는 사랑의교회와 서초구청을 문제 삼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랑의교회를 마녀 사냥했다며 MBC와 PD수첩을 비판했다. 하지만 사랑의교회 건축에 대해 오랫동안 문제를 제기해 왔던 사람들은 이들과 조금 달리 아쉬워했다. 기존에 알려진 의혹에서 더 확인된 것도, 심층 취재된 것도 없는 내용 때문이다. 어떤 이는 PD수첩이 취재하느라 고생은 했지만, 옛날 같은 날카로움이 없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 PD수첩이 사랑의교회 건을 취재하면서 생긴 일을 안다면 조금은 이해할지도 모르겠다.

<문화방송노보> 156호(4월 20일)에 PD수첩 취재 과정이 공개됐다. 이들은 '사랑의교회 건축 특혜 논란'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윗선으로부터 압력을 받았다고 전했다. 압력은 "교회는 민감한 소재이므로 문제가 안 되게 방송하라", "이 정부가 기독교 정부인데 왜 기독교를 공격하려 하느냐" 등의 내용이었다.

<문화방송노보>에 따르면, 방영 6일 전 책임프로듀서(CP)는 사랑의교회 건 방송 분량이 30분도 안 될 것 같다며, 한기총 금권 선거와 길자연 목사 문제를 다뤄 보라는 지시를 했다. 사랑의교회 건을 취재하던 PD가 분량이 충분히 나온다고 했지만 의견은 묵살됐다. 한기총과 길자연 목사 문제는 지난 MB 무릎 기도 사건 때 다루려다 취재 PD가 곤욕을 치른 건이다. 그 당시에는 안 된다던 문제를 지금은 취재하라는 것이었다.

PD들은 일단 CP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그런데 방송 5일 전 CP는 의견을 번복했다. 한기총과 길자연 목사 문제가 워낙 시끄러우니 다루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에 PD들이 반발했다. 하지만 CP는 "한기총 문제를 다루면 방송이 교회 이야기로만 되니까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다.

▲ <문화방송노보> 156호에 실린 PD수첩 취재 과정. (<문화방송노보> 갈무리)
방송 4일 전에는 CP가 카이스트 자살자 문제와 등록금 문제를 아이템으로 내밀었다. PD들은 다른 프로에서 다뤄질 예정이라며, 구제역 이후 고통받는 축산 농가를 다루겠다고 했다. 하지만 CP는 "칙칙하다", "서울 사람들은 관심 없다" 등의 말로 일축했다. CP는 이미 국장에게 카이스트 등록금 문제를 다루겠다고 보고했으니, 그 아이템을 취재하라고 지시했다. PD들이 사례자 섭외 등 취재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CP는 "어설프게 방송해도 된다"고 말했다. 결국 방송 2일 전에야 구제역 아이템을 취재해도 좋다는 승인이 났다.

<문화방송노보>는 "4월 12일 PD수첩이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방송된 것이다"고 했다. CP의 우려와는 달리 사랑의교회 건은 분량이 모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PD들은 진이 빠지고 사랑의교회를 취재하던 PD가 상처를 입었다.

<문화방송노보>는 이 취재 과정 논란의 핵심은 사랑의교회 건이 민감한 문제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CP가 "분량을 줄여라", "다른 아이템으로 모자라는 시간을 메우라" 등을 요구하는 목적은 사랑의교회에 쏠리는 관심을 누그러뜨리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CP가 '이 정부가 기독교 정부인데 왜 기독교를 공격하려 하느냐'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며, "결국 윗선에서 이 아이템이 민감하니 절대 문제가 안 되게 방송하라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문화방송노보>는 이처럼 (방송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고 했다. MBC는 지난 3월 2일 소망교회 건을 취재하던 PD를 인사이동한 바 있다. <문화방송노보>는 방송 나갈 때마다 매번 비슷한 실랑이가 벌어지곤 한다며, PD들은 소란이 싫어서라도 민감한 아이템을 회피하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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