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순 권사 ⓒ뉴스앤조이 이승균
서울 역삼동 충현교회(김성관 목사)에서 1년 동안 총무과장으로 일하다 부당 해고된 후 노동청으로부터 복직결정을 받고 다시 근무를 시작한 김정순 권사(54)는 복직 후 6개월만에 스스로 사직서를 쓰고 말았다.

남부럽지 않은 외국계 은행의 고객담당 책임자(Customer Service Supervisor)라는 지위를 버리고 교회에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 충현교회 총무과장 직을 택한 김 권사의 소박한 소망은 채 2년도 못돼 단지 '꿈'으로 끝난 셈이다.

충현교회에서 일했던 1년 그리고 복직 후 6개월 동안 김 권사는 어떤 일을 겪었을까.

총무과장으로 일하기에 앞서 10년 동안 틈틈이 영어예배부 봉사를 하던 김 권사는 담당 교역자들이 자주 교체되는 등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을 보고 직장을 그만두고라도 전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김 권사가 15년 동안 다니던 미국은행(Bank Of America)에 사표를 내고 총무과장을 맡게 된 것은 경리과장의 두 차례에 걸친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성관 담임목사가 면접석상에서 '나라면 그냥 거기 다녔을 텐데'라고 말했던 것을 감안하면 김 권사의 충현교회 행은 세상적인 시각에서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그러나 2000년 7월 시작한 김 권사의 충현교회에서의 직장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외국계 회사에서 몸에 밴 합리적 경영관과 투철한 봉사정신을 갖고 있던 김 권사였기에 누구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었을 것으로 여겨졌지만 결과는 영 달랐다.

"나는 이방인이었어요. 그들과 나의 추구하는 방향에는 엄연한 갭이 존재했죠. 나는 끝내 그들의 틀 안에 합류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움을 많이 겪게 된 거예요."

김 권사가 말하는 '그들'은 충현교회에 형성된 배타적 권력구조 내의 핵심 인사들을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충현교회 직원들은 감히 그 같은 권력구조에 대항하지 못했다. 오직 위의 지시가 부당하다고 생각할지라도 '예'라고 말하며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지시가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조목조목 이유를 들어 반박했죠. 아마 그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그들에게 미운 털이 박혔을 겁니다."

김 권사는 교회 사무국장 겸 행정위원장인 김재명 장로가 음영실(교회 음향과 방송 담당 부서)에 채용하라고 추천한 인물을 어쩔 수 없이 총무과 직원으로 채용하면서 더욱 눈밖에 난 계기가 됐다.

"김 장로가 추천한 인물을 면접했는데 갓 대학을 졸업한 데다 음향과 방송에 어떤 전문적인 지식도 없었습니다. 더구나 음영실 일에 관심도 없어서 도저히 채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러나 교회 실세의 추천을 쉽게 무시할 수 없어서 일단 출근을 시키고 적응여부를 지켜보기로 결정했지만 2주쯤 출근하더니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본인 스스로 그만두겠다고 말하더군요."

70세 정년제를 어기면서까지 교회의 각종 노른자위 직책을 두루 맡고 있었던 김재명 장로의 위치는 충현교회 내에서 그야말로 난공불락이다. 그런 김 장로의 낙하산 식 채용이 뜻하지 않게 차질을 빚자, 그 화살이 자연 김 권사에 돌아갔을 것은 뻔하다.

한편 교회식당이 전에 없이 적자를 내게 되자 그 불똥은 기다렸다는 듯이 김 권사에게 튀었다. 총무과 소관인 교회식당의 적자는 총무과장이 우선적으로 책임질 사안일 수 있지만 적자의 원인이 필연적이었다는 점에서 김 권사는 억울하게 도마에 오르고 말았다.

"교회식당이 2001년 6월말 기준으로 230만원의 적자를 냈는데 그 이유는 수입원이 근본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죠. 교회식당은 매일 교직원 120명과 주일 수천명의 교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데 유일한 수입원은 결혼식 피로연입니다. 그런데 제가 총무과장 재임전인 2000년 1월부터 5월까지 44건의 결혼식이 있었지만 일년 후 같은 기간 결혼식은 겨우 19건에 불과했습니다."

충현교회 내에서 결혼식이 줄어든 이유는 교인 수 감소 및 교회 내에서 결혼식을 꺼려하는 교인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김 권사는 "과거 교회에서 결혼식을 하면 김창인 원로목사나 오랫동안 교인들과 생활한 부목사가 주례를 했지만 요즘은 젊은 교구 목사가 주례를 서면서 교인들이 교회 결혼식을 기피하게 됐다"고 말한다. 김성관 담임목사가 주례를 서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이렇게 교회 식당 적자원인이 총무과장의 업무능력과 상관없는 것이었지만 김 권사는 김재명 장로로부터 그해 7월 매일같이 적자책임을 놓고 추궁을 당했다.  

▲ⓒ뉴스앤조이 이승균
"이런 사건이 계속되면서 해고당할지도 모른다는 각오를 하게 됐는데 막상 그들이 그렇게 무식하게 나올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교회측은 김 권사가 근무한지 1년만인 20001년 7월 31일 '총무과장으로 근무하기에는 적합치 않다고 판단되어 면직처분한다'는 통고문을 보내 김 권사를 도려냈다. 명백한 사유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이 같은 면직처분이 노동법에 저촉된 것은 당연한 결말이다.

김 권사는 그해 8월 강남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10월 30일 승소해 복직 및 체불임금 지급 판결을 얻어냈다. 그러나 2달 동안 복직명령을 이행하지 않던 교회측은 김성관 목사가 검찰에 출두해야 하는 다급한 상황이 되자 김 권사에게 또 다시 사표를 강요했으며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마침내 1월 8일 복직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복직 6개월 기간은 그 이전보다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 권사는 사표를 제출한 직후, 충현교회 개혁을 위해 청년들이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 킹지저스넷(www.kingjesus.net)에 직접 자신이 당한 6개월 간의 고통을 담담하게 서술했다. 다음은 김 권사의 글 일부다.    
  

2002.1.5 직원예배후 행정위원장이 광고하면서 내가 8일부터 출근하니 인사도 이야기도 하지 말라고 했음.

2002.1.8 교회로 복직하여 출근했음. ( 물론 일은 하나도 주지 않았다. )

2002.1.10 책상에 전화를 가져갔음.

2002.1.13 주일날 여직원들과 함께 점심 먹었다고 경리과장이 불러 그 여직원들을  야단쳤음.

2002.2.9  24시간 연속기도 명단에서 뺐다고 전화 왔음

2002.2.24 주일 낮시간에 여 집사 한 분이 사무실에 왔다가 나를 보고 반갑다고 인사했다. 그 자리에서 경리과장이 그 여집사 불러서 나하고 인사하고 아는 척 할 필요 없다고 했다. 그 여집사가 아는 사람을 어떻게 모른 척 하느냐고 별걸 가지고 다 이야기한다고 했다.

2002.2  직원 예배후 인사복무규정을 새로 바꿨다고 한 10분 정도 바뀐 부분을 읽어주고 직원 전부 서명하라고 했다. 그 내용중 나처럼 대기 발령 받은 후 6개월 이내에 보직을 못받은 사람은 나가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음.

2002.3.20 교회에서 구조 조정한다고 사무국장과 행정위원장이 불러 다시 사표 쓰라고 강요했음.

2002.4.20 사무실 중앙에 있던 내 자리에 다른 사람이 온다고 창가 구석 끝에 작은 책상으로 옮기라고 했음.

2002.4.23 아무런 알림도 없이 상여금이 지불되지 않았음.

2002.5.15 퇴근길에 집이 같은 방향인 직원과 함께 했다고 여직원들을 경리과장이, 남직원은 사무국장이 불러 나한테 눈길도 주지 말라고 다시 엄포를 내렸음.

2002.6.29 행정과장 대기직을 사직.

이상과 같은 글을 적어 내려간 김 권사는 "하나님과 성도 그리고 직원들이 모두 보는 가운데서 이런 일들이 이루어 졌습니다"고 회상하고 "복직후 지난 6개월간 출근하면서 아무와도 이야기 할 수 없었으며 점심시간에 갈릴리 홀에서 기도하는 것말고는 아무곳도 갈수가 없었고, 직원들을 만나면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굴어야 했다"고 고백했다.  

또 그는 "이런 일들은 생각있는 어른들이라면 절대 할 수없는 일입니다"며 "미성년자 몇몇이 뒷골목에 모여서 '쟤는 나쁜 얘니까 우리편에서 빼고 너희들 쟤하고 놀면 죽어'하는 짓이다"고 말한다. 그런데 "미성년자들을 지도해야 할 선생님 격인 교회의 지도자들이 이런 일을 주모하고 서슴없이 자행했다"고 마음 아파했다.

김 권사가 자신이 겪은 일을 글로 쓰고 인터뷰에 응하는 것은 "하나님이 그 많은 충현교회 성도 중에 나를 총무과장으로 불러주시고 다들 보는 가운데 철저하게 당하게 하시면서 이 모든 것을 드러나게 하시려는 뜻이라고 믿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목사와 장로 성도들이 구름같이 모인 대형교회 안에서 자행된 김권사를 향한 '왕따'행위에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받은 2000년전의 교회 지도자와 이스라엘 민족의 행위를 연상하는 것은 어쩌면 무리한 비약이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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