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에 있는 유명한 복음주의 신학교이며 한국교회에도 아주 잘 알려진 풀러(Fuller) 신학교의 리처드 마우(Richard Mouw) 총장은 지난 4월 8일, 자신의 블로그에 힌두교인도 예수를 구주로 영접하지 않고 천국에 가는 경우도 있다고 글을 올려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리차드 마우가 이런 글을 쓰게 된 것은 최근 로브 벨(Rob Bell)이라는 목사가 자신의 책 <Love Wins>에서 지옥이 없다고 주장했고, 이 책에 대해서 마우 총장이 추천사를 쓴 것을 계기로 현재 많은 논란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마우 총장은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를 거론하면서, 거기에 보면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자 중에서도 구원을 받을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힌두교도들도 불교도들도 구원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마우 총장이 인용하고 있는 것은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 10장 3절인데,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Elect infants, dying in infancy, are regenerated, and saved by Christ, through the Spirit, who worketh when, and where, and how he pleaseth: so also are all other elect persons who are incapable of being outwardly called by the ministry of the Word(택함받은 영아(嬰兒)가 영아기에 죽을 경우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성령에 의하여 중생하게 되어 구원을 받는다. 이 경우에 중생케 하시는 성령께서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역사하시든지 그의 임의로 하신다. 그밖에도 택함을 받기는 하였지만 하나님 말씀의 사역에 의한 외적 부르심을 받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에서 고백하고 있는 것은 '만일 하나님께서 그들을 구원하신다면'이라는 조건문(protasis)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믿음을 고백할 수 없는 인지 능력이 부족한, 신실한 크리스천들의 자녀들이 유아의 상태에서 죽었을 때, 우리는 그들이 과연 구원을 받았는지 혹은 구원을 받지 못했는지에 대해서 알 수 없다.

다만 만일 그들이 구원을 받는다면(조건문), 그들이 구원을 받는 이유는 그들에게 죄를 지을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죄가 많지 않다거나, 혹은 죄가 전혀 없어서 구원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무조건적으로 선택하시는 하나님의 자비하신 예정하심과 또한 그들을 위하여 피를 흘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그 구속의 사역을 개인들에게 적용하시는 성령님의 역사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구원을 받게 되는 경우에 그 이유는 오로지 하나님의 자비로운 선택이라는 것이지, 모든 유아가 구원을 받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유아뿐만 아니라 인지 능력이 없는 상태에 있는 자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에서 고백하고 있는 것은 '만일 하나님께서 그들을 구원하신다면'이라는 조건문(protasis)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는 주어를 Elect infants(선택받은 유아들), 그리고 all other elect persons(다른 모든 선택받은 사람들)이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만일 선택받은 유아가 있고, (인지 능력이 없어서 고백을 할 수 없는) 선택받은 사람이 있다면(가정법!), 그들이 구원받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님의 자비하심과 그리스도의 대속의 사역, 그리고 성령의 사역 때문이라는 것이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의 요점이다.

이것을 확대 해석하여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의 고백이 없이도 구원의 가능성이 무한히 열려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를 잘못 읽은 것이며, 성경의 가르침과는 동떨어진 것이 될 것이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 10장은 '하나님의 효과적인 부르심'에 대한 설명인데, 하나님의 효과적인 부르심이란 하나님께서 예정하여 선택하신 자들을 하나님께서 부르신다면 인간 편의 어떤 조건에 의하여 하나님의 예정이 실패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하나님의 선택하신 자가 영아의 상태에서 혹은 복음을 알아들을 수 없는 상태에서 죽음을 당한다면 과연 하나님의 예정과 선택은 실패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이때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은,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유아라면 그들이 아직 죄가 없다는 사실 때문에 구원을 받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그리스도의 대속적 사역 때문에 가능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이 가르침은 예수님을 영접하고 믿음으로 신앙을 고백할 수 있는 정상적인 인지능력이 없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지, 충분한 인지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복음을 전해 들은 적이 없다는 이유로, 혹은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예수님을 영접하지 못하고 신앙을 고백하지 못하는 불신자들마저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은 결코 아니다. 에스겔서의 말씀처럼, 하나님의 메시지를 듣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죄로 인하여 멸망당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또한 이 가르침은 언약의 공동체 안에 들어와 있는 유아들이나 인지능력이 없는 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될 것이다. 성경의 가르침은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 한 것이기 때문이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는 모든 인간이 죄로 인하여 타락한 존재가 되었으며, 따라서 이 세상에 그 누구도 죄를 짓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혹은 선을 행했다는 사실 때문에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이 지옥의 형벌 가운데 들어가는 것이 디폴트(default)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무조건적 선택에 의하여,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사역으로 인하여, 그리고 성령의 적용하시는 사역에 의하여 구원이 가능할 뿐임을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구원의 역사는 사람 편에서 믿음의 반응으로 나타나게 되어 있다.

물론 우리는 누가 구원을 받았는지 못 받았는지에 대해서 섣불리 말하는 것은 신성모독적인 행위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하고, 또한 우리가 다가가야 할 이웃들에 대한 무례한 일이 될 것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특히 상을 당해 슬퍼하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여전히 구원은 사람 편에 달린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에 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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