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숭배와 무신론, 물질주의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
"대지진은 일본의 미신 타파 기회."
"죄가 많고 교만한 일본을 흔드신 하나님."

지난 3월 11일 일본을 강타한 진도 9.0의 대지진과 쓰나미에 대해 한국 개신교를 대표하는 일부 목사와 장로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하나님의 심판'을 운운했다. 일본 대지진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관련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던 트위터와 페이스북 사용자 및 인터넷 누리꾼들은 이런 발언을 접한 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오늘 목사들이 무슨 말을 할까 너무 궁금해서, 5년 만에 교회를 다녀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일본은 하나님의 벌을 받고 있는 거라는 설교를 하더군요. 더 무서운 건 신도들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아멘을 하고 있었다는 거." (@ri***on)

"설교 중에 일본 지진 이야기가 안 나오니 왜 감사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나는지… 오늘 수많은 교회에서 쓰나미 재해석 강의가 있었겠지." (@logo***ader)

"기독교 신자분들께 정말 죄송하지만 제 딸들은 절대 교회 못 다니게 할 겁니다! 일본의 참사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를 용서할 수 없네요." (@simin***ihyun)

▲ 일본 대지진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던 트위터와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한국 개신교를 대표하는 목사와 장로들이 '하나님의 심판'을 운운하자 다양하게 반응했다. (<뉴스앤조이> 트위터 페이지 갈무리)
"하나님은 조 목사에게는 어떤 경고를 하실까요?" (@hoo***ong)

"참 일부 개신교들 트위터를 보니까 할 말이 없습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작년과 올해 발생했던 구제역도 아직 우상화가 많이 있는 나라라서 그렇다고 해 보시지요. 이것들은 종교를 믿는 인간들이 아니라 진짜 개독들입니다." (@MOVIEJ***)

대지진과 쓰나미는 과연 '하나님이 심판한 결과'인가. 이에 대해 안동교회 원로인 유경재 목사(73)는 3월 14일 페이스북에 인상적인 글을 남겼다.

"일본의 끔찍한 재난을 보면서 그것을 '우상숭배, 무신론, 물질주의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라고 한 목사의 기사를 보면서 '성경을 읽을 때 욥기는 빼놓고 읽었나' 라는 생각이 든다. 욥이 재산과 가족과 자기 건강까지 잃은 것이 그의 죄 때문이라고 우기는 그 친구들을 한국의 목사들이 닮았나 보다. 제발 좀 한국교회 망신을 그만 시켰으면 좋겠다."

▲ "(인류에게 닥치는 재난은) 막바지로 치닫는 현대 물질문명에 대한 경고로 보고 우리 모두가 재에 앉아 회개해야 하지 않을까." (유경재 목사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일본이 당한 대 재난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가 당할 형벌을 저들이 대신 받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열도가 막고 있어 한반도는 대지진의 영향을 면하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저들은 인류의 죄를 대신 감당하는 대속의 희생양일지도 모른다. 막바지로 치닫는 현대 물질문명에 대한 경고로 보고 우리 모두가 재에 앉아 회개해야 하지 않을까"

"성경은 죄의 결과로 재앙이 닥친다고 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유경재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나 일본에 닥친 재앙은 인류가 저지른 죄악 때문에 하나님이 심판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또 유 목사는 "욥이 당한 고난은 그가 저지른 죄의 결과가 아니라 또 다른 하나님의 계획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내 생각에는 일본이 한국보다 특별히 죄가 크기에 이번 재앙을 겪은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렇다면 최근 중국과 칠레, 아이티와 뉴질랜드 등 전 세계적으로 연이어 일어나는 재앙의 문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유경재 목사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구제역 및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재앙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은 한 국가나 민족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으로 빚어진 모든 잘못에 대한 재앙의 결과이자 물질문명을 추구하는 현대인 전체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라고 했다.

유독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이 이런 재앙에 대해 '하나님의 심판'을 운운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유 목사는 "2004년 인도네시아에 닥친 쓰나미가 죄악의 결과이며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한 김홍도 목사나 이번 일본 대지진에 대해 우상숭배와 무신론의 결과라고 말한 조용기 목사는 성경을 잘못 읽고 잘못 이해한 것이다"며,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단순한 교리에 사로잡혀 현재의 사건에 대해 하나님의 뜻을 온전하게 읽지 못한 것을 지적했다. 또 유 목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목사들이) 인류의 재앙을 죄의 결과로, 인과응보적인 해석을 주장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했다.

▲ 유경재 목사.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마지막으로 유경재 목사는 "일본의 재앙을 안타까워하며 온 국민이 돕자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사실 교회가 더 앞장서서 고난을 겪는 이웃을 위로하고 격려해야 한다"며, 이번 재앙으로 슬퍼하고 실의에 빠진 일본을 위해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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