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회사를 경영하는 사업주는 직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뛰어난 직원들에게는 당근을 주고, 실적이 저조한 직원들에게는 채찍을 들어서 전반적인 생산성을 높이려 한다. 더 열심히 일한 만큼 더 많은 보상을 해 주지 않으면, 생산력을 높이려는 동기 유발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을 아마도 가장 체계화한 것은 회사 내에서 직원을 상중하로 평가해서 하위 10%를 내보내는 방식(Forced Ranking System)일 것이다. 이 제도는1981년부터 2001년까지 제너럴일렉트릭(GE)사의 회장을 지낸 잭 웰치가 사용했던 방식이었다. 잭 웰치는 이렇게 직원들을 구분하고 실적이 부진한 직원을 퇴출하였다. 그렇게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수한 인재들이 남게 되어 회사의 생산성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마르크 무슬리(Marc Mousli)라는 경영 컨설턴트는 Alternatives Economiques에 기고한 '경쟁 부추기다가 회사 망친다'는 글에서, 회사의 직원들을 서로 경쟁하게 만들어서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이 오히려 회사 전체의 생산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바 있다. 매출 실적 면에서 가장 뛰어난 직원이 자신의 동료에게 대하는 태도는 거만하게 되고, 심지어 동료의 고객을 가로채거나 동료들 사이에서 협조적이지 않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직원들 사이에 경쟁하게 만드는 방식이 회사 전체를 생각하게 하기보다는 개인의 실적을 우선하게 만들어서 회사에는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 글의 요지이다.

어떤 점포에서는 매출 실적이 가장 좋은 어떤 유능한 점원을 해고하였다고 한다. 그랬더니 오히려 점포의 총매출액이 30%나 증가했다고 한다. 그동안 회사에서 가장 매출 실적이 좋았던 그 직원은 그동안 조직에 위화감을 조성해 전체 직원의 판매 실적을 저조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미국 경영학의 귀재 피터 드러커는 경쟁은 다른 기업과 하는 것이지, 기업 내에서 서로 경쟁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조직을 구성하는 이유는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비범한 일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스포츠 경기에서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같은 편에 있는 것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 선수가 너무 뛰어나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은 자신들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자신들이 기량을 발휘해야 할 순간에도 다른 선수에게 의존해 버리다가 결국 게임의 흐름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다른 선수에게 믿고 공을 맡기지 못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서 과도하게 경기장을 뛰어다니는 결과일 수가 있다(이 글을 쓰면서 마음이 찔린다. 스포츠를 할 때면 내가 그런 모습을 항상 보여 왔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교회 창립 기념일을 맞이하여 성도들과 함께 모여 우리 교회의 미래를 생각해 보는 자리에서 우리의 싸움의 대상은 '사탄의 세력'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다른 교회와 경쟁해서 다른 교회보다 더 큰 교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리는 함께 협력해서 영적인 전쟁을 같이 해야 할 동료 전우들이다. 우리 동료 전우가 전쟁에서 뛰어난 공을 세워서 무공훈장을 받는다면, 그것을 시기하고 질투할 것이 아니라, 우리는 함께 기뻐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협력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함께 협력해서 이 세상을 파멸시키는 영적인 세력과 싸워야 할 것이다.

종종 나는 우리 교회가 다른 교회들과 협력하는 일에 질문을 받곤 한다. 우리 교회는 필라델피아 지역에 있는 몇몇 교회와 합하여 '참된 그리스도인, 참된 한국인, 참된 세계인'이라는 기치를 가진 '한국학교'를 세웠는데, 우리가 그 학교를 위해서 적지 않은 재정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학교는 우리 교회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다른 교회에 위치하고 있다. 결국 모양새로만 보면, 그 교회의 한국학교를 위해서 우리가 재정적으로 돕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종종 왜 "우리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다.

또한 우리 교회는 필라델피아 지역에 있는 몇몇 교회와 협력해서 말씀 컨퍼런스에 참여하고 있는데, 역시 이를 위하여 우리가 적지 않은 재정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금년에도 이 컨퍼런스는 우리 교회가 아닌 다른 교회에서 열리기 때문에, 똑같은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하지만 다른 교회와 경쟁해서 다른 교회를 이겨 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유익이 되는가?'하는 것이 우리가 던질 질문이 아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의 적(敵)은 다른 교회가 아니라, 사람들을 사로잡아 파탄으로 몰고 가는 사탄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에게 유익이 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의 확장을 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선교사들도 돕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 교회의 멤버가 될 것 같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다가가서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교회 내에서 다른 구역과 비교도 되지 않도록 최고의 구역을 만들고 싶은 야망이 있는 구역장이 없기를 기대한다. 물론 우리 구역을 좋은 구역으로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우리의 경쟁 대상이 다른 구역이 아니다. 교회 내에서 다른 어떤 부서보다 가장 멋진 부서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우리 교회의 부서 담당 교역자가 아니길 빈다. 탁월한 교역자보다는 협력하는 교역자가 우리에겐 필요하다.

오늘날 대형 교회들은 많아지는데, 오히려 전체적인 교세가 감소 추세에 있는 것은 어쩌면 이런 이유가 아닐까? 여기에 모든 이유가 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우리의 전투가 사탄의 세력과의 전투이길 중단하고, 이웃 교회와 경쟁해서 더 멋진 교회를 만들어 놓고 그래서 그 교회의 성도들을 슬며시 흡수해 버린 결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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