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1동에 있는 청량리중앙교회(김성태 목사)는 1934년에 창립했다. 교인들은 자자손손 대를 이어 교회의 사명을 감당했고, 교회 공동체 안에서 오랜 세월 동안 가족처럼 지냈다. 청량리중앙교회는 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가 청년 시절을 보내면서 사역을 시작했던 곳이자, 고(故) 임택진 목사(예장통합 제62회 총회장)와 이용식 목사(현 원로목사·서울 동노회장) 등 세 명의 노회장을 배출한 교회다.

▲ 담임목사의 자질 시비로 내홍 겪는 청량리중앙교회 ⓒ뉴스앤조이 이용준
지금 청량리중앙교회는 편이 갈린 채 집안싸움을 하고 있다. 교회 홈페이지에는 연일 하소연하는 글이 올라온다. 일부 교인들은 작년 말부터 주일 예배 때마다 현 사태를 성토하는 유인물을 배포 중이다. 결국 2011년 1월 2일, 시무장로와 은퇴장로들은 연석회의를 하고 '교회 수습을 위한 제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을 파악하려면 현 담임목사인 김성태 목사가 부임한 시기로 돌아가야 한다.

부교역자에게 성 추문 혐의를 씌워 퇴출 시도

김성태 목사는 2007년 12월 30일에 원광기 목사(잠실교회)의 추천을 받아 소속 노회(서울동노회)의 파송 형식으로 청량리중앙교회에 부임했다. 김 목사는 당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을 진다면서 '자기 사람'을 부목사로 청빙했다.

2009년에 부임한 ㄱ 목사(남·43)는 김성태 목사가 영국에서 공부할 때 만났던 사이다. 김성태 목사가 국내에서 '팀 프리칭 설교 학교'에서 활동할 때 알게 된 ㅇ 목사(여·49)는 2010년도 1월에 청빙했다. ㅇ 목사의 증언에 따르면, 김성태 목사는 ㄱ 목사를 '감시'하라며 그녀를 청빙했다고 한다. 하지만 ㄱ 목사와 ㅇ 목사가 김 목사의 뜻대로 '수족'이나 '운검'처럼 움직여 주지 않자, 김 목사는 두 사람에게 성 추문 혐의를 씌워 당회에 거짓 보고를 하며 사임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2010년 6월 26일 토요일 오후, 본당에서 기도하던 두 부목사는 김성태 목사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ㅇ 목사는 "Are you crazy?(당신 미쳤어?)"라는 문자를, ㄱ 목사는 "남녀가 유별한데 밤늦게 기도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당장 내려와라"는 문자를 받았다. 다음날, 김성태 목사는 두 부목사에게 강제로 휴가를 가라고 지시했다. 각자 가정이 있고 부부 간 왕래가 잦았던 이들은 배우자에게 동의를 구한 뒤 충남의 한 기도원에서 금식 기도를 했다.

강제 휴가를 다녀온 두 부목사는 김성태 목사의 명령 때문에 7월 4일 주일 예배도 하지 못한 채 사무실 책상에 앉아만 있어야 했다. 당일 김성태 목사는 목회지원위원회와 당회에 두 부목사의 성 추문 건을 보고해 이들을 사임시키려 했다. 그러나 일부 장로가 김성태 목사의 일방적인 판단과 보고는 신중치 못한 처사이며 이렇게 했을 경우 교회가 덕스럽지 못하다고 판단, 대화로 해결할 것을 권유하면서 이들의 사임 처리는 좌절되었다.

▲ 김성태 목사. (청량리중앙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개가 주인을 물면 총살이야"

그러자 7월 6일 화요일 새벽, 김성태 목사는 ㄱ 목사에게 기도원 현장 검증을 할 목적으로 교회 밖으로 불러내 강원도 백담사까지 동행할 것을 지시했다. 오고 가는 차 안에서, 그리고 화성휴게소에서 김성태 목사는 ㄱ 목사에게 온갖 폭언과 협박, 회유 그리고 사임 압력을 가했다.

김성태 목사는 ㄱ 목사에게 "미친개가 담임목사 물려고 그런 거지, 응? 미친개가 정신 안 차리면 몽둥이밖에 없다. 너도 영국에서 살아 봐서 알겠지만 개가 주인을 물면 그냥 총살이야, 총살. 죽이는 거야"라고 말했다. 또 김 목사는 "X 같은 XX네. 입이 있다고 막 얘기하냐? 어? 네가 나를 위해서 뭘 죽었어? 그렇게 한심하게 쳐다보지 말고, 너의 하나님께 가서 얘기해!"라고도 했다. 또, "내가 두 번째 경고하는데 혼자 풀어라.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해 봐야 너 돕는 놈들 다 다친다. 어떤 장로 XX든지, 어떤 목사 XX든지 너하고 함께 다니는 XX들은 다 이번에 제명이니까"라며, 자신을 '배반한' ㄱ 목사더러 조용히 혼자 교회를 떠나라고 협박했다.

ㄱ 목사는 평소 김성태 목사가 당회와 교인들 앞에서와 부교역자들에게 대하는 행동이 다르고 수시로 말을 바꾸는 문제 때문에 늘 불안과 위협 속에서 살았다고 했다.

부임 후 저지른 치부도 드러나

김성태 목사와 관련한 추문은 이전부터 있었다. 2010년 7월 4일 주일 예배 때는 설교하다 말고 휴대전화로 문자를 하거나, 같은 해 여름 성경 학교 개회 예배 때 주일학교 교장으로서 설교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사전에 연락 없이 잠적한 일도 있었다.

이 외에도 교회 장로들로부터 △2009년도 6월부터 8월까지 교인의 출석 통계를 부풀리도록 지시 △명절 때마다 사무원과 청소부, 집배원 등에게 주는 상품권 횡령 △주일 예배 설교 표절 △심방 헌금 및 새벽 예배 헌금 유용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 작년 10월 2일에 열린 정책 당회에서 무릎을 꿇고 작금의 사태를 호소하는 ㅇ 장로. (청량리중앙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김성태 목사는 2009년에는 부교역자들에게 비전 공유 서약서, 일명 '노예 계약서'도 쓰게 했다.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서약서에는 "담임목사님의 위기가 왔을 때 이유를 불문하고 담임목사님과 함께 죽을 것이며, 그에 따른 어떠한 책임도 감수하겠다", "위 사항에 대해 불순종하여 책임에 대한 사임을 권고할 시, 모든 책임을 지고 스스로 사임하겠다"는 항목이 명시되었다.

2010년에는 '담임목사가 5계명에서 10계명의 죄를 범할지라도 충성할 것'을 부교역자에게 구두로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자 청량리중앙교회의 부교역자 1명과 교육전도사 6명은 김성태 목사의 목회자로서 자질을 의심하며 그에게 항의하는 뜻에서 작년 8월에 집단으로 사퇴했다. 김성태 목사는 이를 무마할 목적으로 당회 서기를 앞세워 사과했지만, 사태는 더욱 확산됐다.

교인들, 뒤늦게 사태의 진실 깨달아

김성태 목사와 관련한 여러 추문에도 불구하고 교인들은 교회 내에서 은혜롭게 처리되기를, 그가 변화되기를 오랫동안 기도하며 인내했다. 그러나 김 목사가 부교역자를 음해한 사건이 터지고 그 진상이 밝혀지자 더 좌시할 수만은 없었다.

▲ 교육관 입구에는 시무장로와 은퇴장로가 발표한 '교회 수습을 위한 제안문'이 나붙었다. ⓒ뉴스앤조이 이용준
청량리중앙교회의 일부 장로와 권사, 안수집사들은 김성태 목사와 관련된 유언비어를 조사할 목적으로 '진실규명위원회'를 만들었다. 그 결과, 담임목사가 부목사를 쫓아내기 위해 성 추문을 조작했으며 두 부목사에게는 혐의가 없음이 제직회와 당회에서 밝혀졌다.

이 일이 알려지면서 은퇴장로 14명 중 12명, 안수집사 30명 중 24명, 권사 46명 중 31명, 교인 334명은 서명을 하고 김성태 목사의 사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2010년 7월 25일, 안수집사회 회원들은 "김성태 목사가 주의 종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행위를 한 것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사임 권고 건의서를 제출했다.

같은 날, 은퇴장로 12명은 간담회를 하고 김성태 목사와 당회 서기에게 △가을 노회 회기로부터 1년간 시무는 보장하되 기간 내 사임케 할 것 △6개월간 주일 예배 설교 금지 △책임지는 자세로 교회를 회복하게 할 것 등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또한 8월 1일에도 김성태 목사가 6개월간 기도원에서 기도하고 1년간 유예한 이후 자진 사임할 것을 건의했다.

2010년 10월 27일, 안수집사회에서는 '교회 현안에 대한 질의서'를 발표, 당회 측에 담임목사 및 기타 문제의 처리 건에 대해 공식 문서로 답변해 줄 것을 요구했다. 시무장로 8인은 11월에 '존경하는 원로들께 드립니다'는 장문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12월 21일에는 청량리중앙교회 '다윗남선교회'와 '요셉남선교회'가 공동 결의문을 발표,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당회 공개 방청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시무권사와 여전도회원들도 서명을 받고 공동 결의문을 지지했다.

하지만 당회에는 김성태 목사를 옹호하는 장로들이 많아 제직회 및 안수집사회가 건의한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청량리중앙교회 당회는 작년 12월에 김성태 목사를 담임목사로 2년간 시무한다는 유예안을 찬성 9명, 반대 7명으로 가결했다.

김성태 목사, "실수는 인정하지만 사임 사유는 아니다"

이에 대해 청량리중앙교회 당회 서기 권영화 장로는 <뉴스앤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도덕성 문제를 떠나 교회에 분란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김성태 목사가 목회를 계속하기는 어려우니 결단을 내려 주는 게 좋다는 데에는 당회도 공감을 한다. 하지만 몰아치는 식으로 목사를 사임시키는 것은 명분이 없다. 교회가 안정되면서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는지 고민 중이다"고 했다.

특히 권 장로는 "법으로 위임목사를 사임시킬 수 있는 판결의 확신이 있다면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김성태 목사가 자기방어를 하고 법적 검토를 하기 시작하면 어쩔 수 없다. (담임목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교인들이 강하게 밀어붙이지 말고 담임목사와 대화할 시간을 주면 2년까지는 안 가겠나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청량리중앙교회 주일 예배 시간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준
당사자인 김성태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도 사람이고 부족하다. 외국 생활을 오래 해서 한국에 잘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변화하려고 애를 썼지만 서로 스타일과 정서가 달랐던 점도 인정한다. 여러 가지 실수한 것도 부인하고 싶지 않다"며 그간의 추문을 인정했다.

하지만 김 목사는 부목사의 성 추문 조작 사실에 대해 "처음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예상치 못하게 전개됐다. 이렇게까지 발전할 문제는 아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또 김 목사는 "조작이 아니라 (남녀 두 부목사가) 정규 시간이 아닌 때 기도한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표현의 문제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부목사에게 강제로 휴가를 보내고 당회를 소집해 사임시키려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감정적으로 안 하려고, 얼굴을 보면 안 될 것 같아 휴가를 줬다. 휴가를 다녀와서 이분들이 새벽 기도회를 빠지고 거짓말을 했다. 그래서 화가 많이 났다. 타이르고 야단친 것을 그 사람들은 뒤집어씌운 것으로 오해했다. 사실을 조사하는 차원에서 당회에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고 했다.

교인들의 사임 요구에 대해서는 "파송을 노회로부터 받았으니까 가장 좋은 방법을 찾고 있다"며, "사임의 사유는 감정적인 것보다 교회법에 위배됐는지가 중요하다. 제 양심이 보기에 그런 문제까지는 아니다"고 밝혔다.

상처받은 교인들만 교회 떠나

문제는 교인들이 김성태 목사와 그를 옹호하는 장로들을 더는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 청량리중앙교회 교인들은 자발적으로 순번을 정해 매주 금식 기도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교인들은 교회 안에서 '은혜롭게' 해결되기를 더는 기대할 수도 없게 됐다. 교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김성태 목사는 강단에서는 하나님의 은혜와 위로를 말하고, 뒤에서는 욕을 하거나 음모를 꾸몄기 때문이다.

▲ 현재 교인들은 자발적으로 순번을 정해 금식 기도를 하고 있다. (청량리중앙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1월 9일 비상대책위원회 간담회에서는 "외부 사람들, 심지어 교회 내부에서조차 이 사태의 진실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 진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 "그동안 당회 서기의 말만 믿고 기다리다가 이 지경까지 왔다. 이번에도 1월 말까지 기다려 달라고 한다. 믿을 수 없다", "그간 청량리중앙교회 교인들은 노회 교회들과 외부로부터 상종 못 할 교회라느니, 쓰레기 교회라느니 하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부터 회개하고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성태 목사를 반대하는 장로와 안수집사들은 예배와 헌금 위원을 거부하고 있다. 교회 학교 교사들은 집단 사퇴를 한 상태다. 교인들은 김성태 목사와 관련한 추문들을 볼 때 인격적인 목회자로서의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고, 김 목사에게 교회의 미래인 자녀들의 신앙 지도도 맡길 수 없다고 했다. 결국 가족같이 지내던 교인들만 예배에서 위로를 받을 수 없고 지쳐서 정든 교회를 떠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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