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중앙교회가 최종천 목사의 여교인과의 스캔들과 재정 문제로 논란에 빠졌다. ⓒ뉴스앤조이 백정훈
1991년에 설립돼 현재 장년 교인 수가 6,000여 명에 이르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중앙교회(최종천 목사). 교회 성장은 빨랐다. 설립 14개월 만에 종교 부지 363평을 매입하고, 교회 설립 6년 만에 헌당 예배를 했다. 빠른 성장 말고 인재 양성에 주력하는 교회로도 주목받았다. 설립 초기부터 '인물을 키워 세상을 변화시키는 교회'라는 사역 방향을 정했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박사 과정에 있는 해외 유학생들에게 지급한 장학금이 14억 원이고, 총신대학교·총신대신대원 학생들에게는 매년 5,000만 원 정도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이런 사역은 최종천 목사의 의지에서 비롯했다. 최 목사는 교회 창립 10주년을 맞아 "교회 성장을 건물이나 외형적 수치에서 찾지 않는다. 하나님나라에 필요한 인물을 키우는 일에 교회 1년 예산 중 점진적으로 가용액의 20%를 할애하겠다"고 선언했다. 최 목사는 빠른 교회 성장과 인재에 대한 과감한 지원으로 교계의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았다.

그런데 '출세' 가도를 달리던 최종천 목사가 돌연 '하나님과 교인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안식년에 들어갔다. 이유가 무엇일까. 문제는 작년 10월 교인들과 함께 갔던 미국 여행에서 불거졌다.

미국 '목회 구상 여행'이 사건의 발단

최종천 목사는 지난해 10월 '목회 구상'을 이유로 16박 17일 간의 미국 여행을 다녀왔다. 최 목사와 평소 친분이 있던 교인과 부목사 등 11명이 동행했다. 그런데 동행한 여교인들이 최종천 목사와 오 모 집사 간에 교역자와 교인 사이라고 보기에 힘든 언행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미국 여행에 동행한 전 모 집사는 '여행 내내 (최 목사와 오 모 집사의) 연인으로 연상되는 행동으로 인하여 마음이 힘들었다'고 했다. 전 집사가 작성한 '여행 기록문'에 따르면, '담임목사(최종천 목사)가 운전할 때는 반드시 오 집사가 조수석에 앉았다. 수시로 서로 반말로 이야기했다. 식당에서는 꼭 두 사람이 마주 앉았고, 각각 음식을 시켜서 반반씩 섞어서 나눠 먹었다. 담임목사가 오 집사의 엉덩이를 아래서 위로 만졌다.' 또 일정 중에 라스베가스에서 반라의 무희들이 등장하는 '쥬빌리쇼'를 관람한 것도 구설수에 올랐다.

미국 여행을 다녀온 뒤 최 목사와 오 모 집사의 관계에 대한 소문이 교회에 퍼졌다. 이와 함께 최 목사의 재정 사용과 관련한 일들도 불거지기 시작했다. 최 목사가 2007년 당회의 허락 없이 교회 기금 100억 원으로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또 일부 교인들이 목회비와 자녀 유학비로 과다한 금액이 지급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최 목사, "안식년 뒤 거취 여부 교인들에게 묻겠다"

결국 최종천 목사는 12월 12일에 열린 제직회에서 "교인들에게 상처를 준 것을 사죄한다"며 1년간 안식년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사죄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사과 내용을 밝히라는 교인들의 요구에 대해 최 목사는 해명 때문에 교회가 분열될 수 있다며 대답하지 않았다. 교인들의 항의가 그치지 않자 이날 제직회는 정회됐다.

▲ 최종천 목사. (설교 동영상 갈무리)
논란이 확대되자 최종천 목사는 19일에 속회된 제직회에 참석하지 않고 수석 부목사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최 목사는 △미국 횡단 여행을 하며 적절치 못한 행동과 판단을 한 것 △교회의 제반 기금으로 적립식 펀드에 가입한 것 △목회비와 자녀 유학비를 과도하게 지출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최 목사는 사과문에서 "저에 대한 모든 제반 문제들을 당회와 성도 여러분들의 결정에 맡기겠다. 1년 후 교인들의 담임목사 수행에 대한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또 최 목사는 "무엇보다 큰 잘못은 교인들의 사랑의 권면을 귀담아 듣지 못한 것"이라며, "1년간의 시간을 통해 잘못을 성찰하고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제직들은 최종천 목사의 사과를 고려해 교회 자체적으로 문제를 수습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교인들은 교회의 재정 전반에 대해 감사하고 운영 방법을 개선하기 위한 '교회발전위원회'를 구성했다. 재정 감사 팀은 교인들 중에 대기업의 회계 업무를 담당했던 사람과 감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포함시켰다. 

최 목사가 교회 내부 감사 거부하며 다시 갈등

그런데 교회 내부적으로 문제를 수습하려던 시도는 최종천 목사가 교회발전위원회의 감사를 거부하며 벽에 부딪쳤다. 안식년 중인 최종천 목사는 12월 31일 열린 임시 당회에 참석했다. 최 목사는 임시 당회에서 교회발전위원회가 자신을 담임목사직에서 끌어내리려 한다고 주장했다. 최 목사는 올해 1월 3일에 열린 임시 당회에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최 목사는 교회발전위원회의 감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노회에서 임명하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받자고 제안했다. 결국 최 목사의 제안은 참석한 전체 당회원 14명 중 찬성 10명, 반대 4명으로 의결됐다.

이에 대해 교회발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교인들이 반발했다. 교회발전위원회 관계자는 "재정 감사는 전문성이 필요한데 노회는 전문성이 없다.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질지 미지수다"고 했다. 또 다른 위원인 한 집사는 "최 목사가 교회발전위원회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말하는 것은 재정 감사에서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안식년에 들어간 최 목사가 당회에 참석해 회의를 진행하는 것도 부적절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여성도와의 스캔들과 교회 내부의 재정 감사를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 최종천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최 목사는 취재를 거부했다. 대신 수석 부목사를 통해 입장을 들었다. 부목사는 "담임목사(최종천 목사)는 교회발전위원회가 자신을 끌어내리기 위해서 활동하는 거라고 의심하고 있다"며 최 목사의 입장을 설명했다. 또 미국 여행 중 불거진 여성도와의 스캔들에 대해서는 함께 산행을 하며  친해졌을 뿐 특별한 관계는 아니라고 했다. 다만 교인들이 오해할 수 있는 행동을 한 것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노회에 감사를 요청한 것은 최 목사와 교회발전위원회 간의 불신 때문이라고 했다.

교인들과 최 목사가 서로를 불신하며 교회 내부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일까. 교회 분쟁 사건을 수차례 맡았던 박종운 변호사(법무법인 소명)는 "서로의 불신이 깊다면 양측이 어떤 대안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양측이 동의만 한다면 외부 회계 법인에 전문적인 감사를 맡기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분당중앙교회가 소속된 예장합동 평양노회는 분당중앙교회의 요청에 따라 재정 감사를 위한 5인 위원회를 구성했다. 5인에는 노회 서기, 정치부 서기, 회계, 시찰장, 감사부장이 임명됐다. 위원회에 참여한 노회 관계자는 "당회의 요청에 따라 위원회를 구성하기는 했지만 위원들이 전문가가 아니고 교회 내부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재정 감사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교회발전위원회 관계자들에게 재정 감사와 관련해 도와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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