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깽판’이니 ‘빠순이’니 하는 듣기 거북한 말들로 한 동안 정치판이 시끄러웠다. 또 이것을 놓고 ‘현장의 논리’라느니, ‘대중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거리언어를 쓴 것뿐’이라느니 하며 변명도 구구하였다.
  
이런 시비가 저절로 잦아든 것이 아니다. 이 논쟁의 결론을 지방선거가 내려주었다는 주장도 있다. 어느 정당의 최고 간부 연석회의 석상에서도 ‘대통령 후보의 뒷골목 언어가 패배의 원인’이었다는 자성의 소리가 있었다.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말이 많으면 실수가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실수를 지적하고 여론화 해주는 언론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길거리 언어는 정치판에만 난무하는 것이 아니다. 설교 가운데도 그 폐해가 심각하다. 어찌된 일인지 일상생활에서조차 쓰기 민망한 길거리 언어가 예배현장에서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용되고 있다.

지적하고자 하는 이런 문제들이 혹여 일부의 부적절한 사례를 들어 전체 설교자를 폄훼(貶毁)하지는 않을까 하여 망설여진다. 전체 상황에 대한 상술(詳述)없이 단장취의(斷章取義)하는 누를 범하지는 않을까 우려도 된다. 그러나 이런 말들은 어떤 경우에도 강단언어로써 부적절한 것들이다.
  
외래어가 남발되고 있는 것은 비단 설교 현장만이 아니다. 그러나 ‘오야지’니 ‘앗사리’ 같은 일본말은 아직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다.  ‘뿅갔다’느니 ‘나는 그런 소리를 들으면 뚜껑이 열린다’는 말은 사석에서 조차 입에 올리기 만망한 말들이다. 조폭 영화에서나 들을 법한 말들이다.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졌다’는 말은 세상 법정에까지 올랐던 말이다. 그 지역주민의 명예를 손상시킨다고 하여 도시 이름을 아예 사천으로 바꾸지 않았던가.

아무리 성경을 읽으라는 권면의 말이라도 ‘신문을 읽으면 밥이 생기느냐?’는 말은 다분히 감정적이며 언어폭력이다. 그 외에도 X자를 섞어가며 아무리 젊잖게 표현하려고 해도 차마 입에 올릴 수 없는 욕이나 반말을 수 없이 들어왔다.

하나님의 말씀을 성도들에게 풀어 설명하는데 언어 사용을 제한 받을 수는 없다. 또 솔직함이나 친근감을 주기위해 의도적으로 거친 말을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저자거리 언어들이 과연 ‘하나님 말씀의 인간적 표현’(Anthropomorphism)인지는 목회자 스스로가 대답할 문제이다. 말에는 뭐든 그 사람의 인격과 감정이 묻어나게 마련이다.

성경(개역판)의 비속어(卑俗語)도 설교 언어를 거칠게 만드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일반사회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성경은 아직도 쓰고 있다. 문둥병, 장님, 심지어 병신(눅 14:13)이란 말까지 아무 의식 없이 사용하고 있다. 성경에 기록된 단어라는 사실 때문에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조차 모른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이런 번역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겨 붙들고 사수하겠다는 분들이다.

문제는 이런 설교언어를 순화시킬 수 있는 자정장치가 교회 안에는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설교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주여 말씀 하옵소서, 종이 듣겠나이다’이다. 언제나 내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일에 잘 훈련되어 있다.

그래서 말씀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아멘’으로 받아 화답한다. 설교가 끝나면 ‘은혜 많이 받았다’는 말로 설교자를 격려한다. 이런 평신도의 태도가 말씀을 더욱 황폐하게 만든다.

정치권의 저질언어 시비는 언론의 자정장치가 있어 쉽게 순화되었다. 그러나 교회 안에는 설교말씀을 순화시킬 자정장치가 그 어디에도 없다. 정치판의 저질 언어보다도 몇 배나 농도 짙은 말을 연일 쏟아내는데도 성직자의 자질 검증을 이야기하는 곳은 없다.

성직자의 성폭력 문제는 교회 안팎의 여성단체들에 의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말씀의 언어폭력 문제는 모두 침묵으로 일관한다. 가시적 피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에 하나이다.

유네스코는 언어를 ‘인간의 사고와 세계관을 이해하는 도구’로 규정하고 언어 지키기에 힘쓰고 있다. 언어의 오염은 인간사고(思考)를 오염시킨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오염된 말씀을 통해 우리의 마음은 더욱 강퍅해진다. 결국 우리는 말씀을 듣고 저자 거리로 내몰리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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