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어렸을 적에는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이 기쁘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것이 가슴 벅찬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서부터인가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그렇게 흥분되지 않기 시작했다. 그때가 언제부터인가 모르겠지만.

한국교회의 전통에 따라 우리 교회에서도 2010년을 보내고, 2011년을 맞이하는 시점에 송구영신 예배를 드렸다. 송구영신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데, 한 청년이 내게 말했다. "목사님, 새해가 되었는데 전혀 새해 같지 않아요." 새해가 되었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 것은 그 청년의 마음만이 아니다. 사실 이것은 인류가 가지고 있던 오랜 숙제였다.

전도서에서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는 새 것이 없나니,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 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 오래 전 세대에도 이미 있었느니라(전 1:9~10)." 그렇다면 2011년을 맞이하면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일까? 이 세상은 전혀 변화가 없이 움직이고 있으니까.

창세기를 보면,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셔서 하나님이 살아 계셔서 역사하고 계심을 보여 주셨고, 그 아들인 이삭과도 함께하셨고, 또 그 아들인 야곱과도 함께하셨고, 또 그 아들인 요셉과도 함께하셨다. 하지만 요셉 이후로는 하나님께서 어떻게 역사하셨는지 구체적인 기록이 없다. 나중에 출애굽기에 들어서서 이스라엘 민족이 고통을 당할 때, 모세를 통해서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요셉과 모세 사이의 간격이 약 400년 정도일 것인데, 어쩌면 하나님은 그 400년 동안 역사하시지 않으신 것처럼 보인다.

그 400년 동안에 사람들은 하나님에 대해서 잊었을 수도 있다.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것처럼, 새해가 되어도 큰 감동이 없었을는지도 모른다. 새해가 되었다고 해서 그들의 삶이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었을 테니까. 어제는 오늘과 똑같았을 것이고, 내일은 오늘과 똑같은 그런 세월이 약 400년간 지속되었다면, 사람들은 거기서 무슨 흥을 찾을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내일에 대한 무슨 소망을 느꼈을 것인가?

그런데 출애굽기 1장 7절에 보면,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이스라엘 자손은 생육이 중다하고, 번식하고, 창성하고, 심히 강대하여, 온 땅에 가득하게 되었더라." 이 말씀은 야곱(이스라엘)과 함께 이집트로 건너간 가족들이 모두 70명이었는데, 약 40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 자손들의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을 읽으면서 우리는 창세기에 기록되어 있는 하나님의 약속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께서 갈대아 우르(오늘날의 이라크 지역)에서부터 아브라함을 불러내실 때 하셨던 약속은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케 하리니, 너는 복의 근원이 될지라(창 12:2)"는 것이었다. 아브라함을 통해서 큰 민족을 이루시게 하시겠다던 그 약속은 롯과 헤어진 뒤에도 다시 반복되었고(창 13:16), 아들이 없어 낙심하고 있는 아브라함에게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셨고(창 15:5), 99세가 되어도 아직 아들이 없던 아브라함에게 또 다시 약속하셨고(창 17:6), 나중에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 했던 후에도 확인하셨다(창 22:17). 이 약속은 아브라함을 넘어서서 그 아들인 이삭에게도 주어졌고(창 26:4), 또 그의 아들인 야곱이 형 에서를 피하여 도망가던 때에도 다시 한번 그에게 약속하셨다(창 28:14). 그렇게 하나님께서 약속해 주셨는데, 그 약속이 공수표가 아니고 그 말씀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출애굽기 1장 7절에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창세기와 출애굽기 사이의 약 400년 동안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기대하지도 못했고, 느끼지도 못했을 수 있지만, 하나님은 그 하나님의 약속을 신실하게 지키시고 역사하고 계셨던 것이다.

역사는 아무런 소리도 없이 묵묵하게 흘러가는 것 같고, 아무런 특별한 움직임도 없어 보인다. 그래서 어쩌면 이집트에서 살아가고 있던 이스라엘 사람들의 생각 속에는 과연 하나님이 계실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일상이 반복되고, 아무런 변화가 없는 그 모습 속에서 어쩌면 하나님은 잊혀진 존재였을 수도 있다. 하나님은 영이시니까 우리의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우리의 손으로 만질 수도 없으며, 우리의 육신의 감각으로는 전혀 감지할 수 없다. 그래서 세월이 흘러가는구나 했을 것이고, 그냥 시간이 지나가는 거겠지 했을 것이다.

하지만 출애굽기 1장 7절에서 이스라엘 민족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 말씀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서 담대하게 외치는 것이다. "아니다. 하나님은 살아 계시며, 역사하고 계신다. 하나님은 역사의 뒤편에서 아무 손도 쓰지 못하는 퇴물이 아니다"고 말씀하고 계신 것이다. 출애굽기는 모세와 더불어 10가지 재앙을 내리시는 시점에서부터 하나님의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이미 400년 동안에도 있었다.

2011년을 시작하면서, 아마도 우리의 마음속에 그저 또 다른 일상의 반복이겠지 생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새해가 되었다고 우리에게 무슨 소망이 있으며, 새해가 시작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는가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출애굽기 1장 7절의 말씀을 묵상해 볼 필요가 있다. 하나님은 살아 계셔서 역사를 주관하고 계시며, 우리의 삶을 컨트롤하고 계신다.

전후좌우를 살펴보아도 아무런 소망이 없고, 내 안에 가능성을 살펴보아도 아무런 소망이 없다 생각할 때 좌절할 것이 아니라, 만유의 주이시며 창조의 하나님이시고,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 우리의 삶을 맡기며, 2011년을 주님과 동행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특히 절망의 소식들이 더 들려올수록, 여전히 일하고 계신 하나님을 의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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