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바닥을 친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뉴스앤조이 이용준
3년째 해 오니 별 감정 없다. 주최 측도 이제는 '누가 듣기는 하나', '이런다고 누가 반응하나'라며 회의적이다. 그래도 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어디쯤 서 있는지 알아야 주제 파악을 하기 때문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사장 우창록)은 12월 15일 오후 2시 '2010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 발표 세미나'를 명동 청어람 5실에서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올해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동시에 지난 3년 동안 이뤄진 1단계 조사를 마무리하며 그 결과를 구체적으로 비교·분석했다.

다시 '바닥'이다

▲ (표1)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도는 41.48점(100점 척도)으로 집계됐다. (자료 제공 기윤실)
기윤실의 의뢰를 받은 GH코리아(대표 지용근)는 지난 11월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여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 조사(이 가운데 개신교인은 18.3%, 비종교인은 47.0%)를 했다. 표본 오차 ±3.1%에 95%의 신뢰 수준을 보인 이번 조사 결과,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도는 41.48점(100점 척도)으로 2008년(40.95점)에 비해 5.41점 올랐던 2009년(46.36점) 대비, 4.88점이나 다시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이하에서 3년째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매우 신뢰한다거나 약간 신뢰한다는 긍정적 신뢰도는 17.6%. 참혹한 성적이다.

응답자들이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면, 교회와 교인의 행실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언행일치의 모습을 볼 수 없어서(15.6%) △교인들의 비윤리적 행동 때문에(14.9%) △타 종교에 대해 편파적이어서(7.7%) △교회의 전도 유치 활동이 심해서(6.6%) △목회자와 교인이 믿음과 신뢰를 못 줘서(6.3%) △돈에 집착해 이익만 챙기기 때문(5.5%) 외에 불투명한 재정 사용, 교회의 대형화, 형식적이며 사랑이 부족한 모습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향후 교회가 신뢰를 받기 위해 개선해야 할 점과도 일맥상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목회자와 교인의 언행일치(38.8%) △타 종교에 대한 관용(29.7%) △재정 사용의 투명화(13.0%) △교회의 성장 제일주의(5.8%) 중 특히 '타 종교에 대한 관용'이 이전 조사보다 월등하게 높아진 점(2008년 25.8%, 2009년 20.5%)이 눈에 띈다.

▲ (표2) 사회를 대표하는 계층인 50대의 신뢰도는 작년 대비 9.3%나 급감했다. (자료 제공 기윤실)
이렇게 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전체적으로 하락한 가운데 사회적 약자와 블루칼라 계층의 신뢰도(작년 대비 10.6% 하락), 교회 내 가장 많은 계층인 50대의 신뢰도(작년 대비 9.3% 하락)가 하락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여론조사의 책임 연구원으로 활동한 김병연 교수(서울대 경제학부·기윤실 정직신뢰성증진운동 본부장)는 "20~30대의 신뢰도가 작년에는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이번에 급감한 것은 다른 연령대보다 유동적임을 시사한 것"이라며, "50대 신뢰도의 하락은 사회의 대표적인 중년층이 한국교회에 크게 실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비종교인의 절대다수,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아"

▲ (표3) 비기독교인은 교회활동(2.83점) > 목사(2.75점) > 교인(2.60점) 순으로 신뢰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 제공 기윤실)
특히 일반 국민과 기독교인의 시각 차이가 크다는 점은 신뢰도 조사의 여부를 떠나 현재 상황을 더욱 비관적이게 만든다. 기독교인들은 목회자에 대해 비기독교인에 비해 높은 신뢰(목사(66.7%) > 교회활동(65.1%) > 교인(50.5%)를 보였다. 반면 비기독교인은 교회활동(2.83점) > 목사(2.75점) > 교인(2.60점) 순으로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모두 한국교회의 낮은 신뢰도 문제가 결국 교인 때문이라고 한 것이다.

특히 개신교인을 제외하고 가장 신뢰하는 기관을 묻는 항목에서 교회는 시민단체(59.5%) > 언론기관(11.9%) > 정부(9.8%)보다 한참 뒤떨어진 3.2%의 신뢰도를 얻었다. '신뢰하는 기관이 없음(6.9%)'이라는 항목보다 더 신뢰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국회에 대한 신뢰도(1.4%)보다 겨우 1.8% 높을 뿐이다.

▲ (표4) 한국교회를 신뢰하는 수준은 국회를 신뢰하는 수준과 별 차이가 없다. (자료 제공 기윤실)
기윤실은 특히 언론에 보도된 주요 사건과 신뢰도를 비교하며 소통의 문제와 언행일치의 문제가 한국교회의 신뢰도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분석했다. 소통의 문제로 지목된 사건들로는 △사랑의교회 건축(2010.1.7) △김 모 목사의 박근혜 의원 비판(2009.12.20) △봉은사 땅 밟기(2010.10.27) 등이 선별되었다. 교인들의 삶과 행동의 문제가 신뢰도에 영향을 준 사건으로는 △캐나다 한인 교회 성폭력 제소(2010.3.20) △목사가 아들 친구 폭행(2010.6.25) △옥한흠 목사 장례식(2010.9.6)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 성추행(2010.11.2) 등이 지적됐다.

이번 조사를 총괄한 GH코리아의 지용근 대표는 "신뢰도가 20%도 안 되는 교회는 기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번 조사로) 비종교인의 '절대다수'가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윤실은 이번 여론조사 결과 발표 자료집을 홈페이지(바로가기)에서 공유한다고 밝혔다.

▲ 김형국 목사(나들목교회)는 "교회의 본질은 예배 집단이 아니라 공동체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준
교회의 본질은 예배 집단이 아니라 공동체다. 그렇기에 교회는 공동체로 회복해야 한다. 김형국 목사는 "오늘날 교회는 일요일 예배 집단으로 전락했다"며, "교회 안에서 고통받는 사람들도 돌보지 못하는데 어떻게 사회 문제를 다루겠다고 하는가"라고 일침을 했다. 블루칼라 계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이유를 해석한 것이다.

신뢰도가 낮아진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신뢰도는 이미 바닥을 쳤고, 한국교회와 교인들에게는 이미 '고통의 문제'다. 김형국 목사는 "그리스도인들은 사랑의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데 교회는 사랑을 하는 구체적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성경은 명확하게 말하는데 교회는 기복주의 신앙만 말할 뿐 무지하고 대안도 없다"며, 교인은 지성적이며 실제적인 성찰을 통해 진실하고 적절한 삶을 살고, 교회는 예배 집단이 아닌 공동체로서의 모습을 회복해야 자정과 해결 능력이 생길 것이다"고 역설했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추락하는 한국교회에서 새로운 부흥은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김병연 교수는 "한국 개신교의 수준은 국회 수준이다. 그만큼 교회에 대해 사회는 불신의 벽이 높다"며, "한국교회는 사회와 소통하는 기제를 찾고 교회의 바른 모델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GH코리아의 지용근 대표는 "비종교인의 절대다수가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준
지난 3년간 기윤실이 실시한 교회 신뢰도 여론조사는 한국교회가 정말 교회다운 교회인가를 진단하는 '1단계 건강검진'의 의미가 있다. 검진 결과는 참혹했다. 신체 곳곳에서 종양이 발견되었는데도 3년째 건강검진만 하고 있다면, 이제는 그 의사를 의심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환자가 더는 손쓸 수 없는 말기 암환자라고 치부하고, 죽기 전까지 좋은 음식이나 먹고 여행이나 다닐 것을 권유나 할 일이다.

임성빈 교수(장신대 기독교와문화․기윤실 공동대표)가 지적한 것처럼,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 그 진리로 돌아가야 한다. 개혁교회는 계속 개혁되어야(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da est)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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