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교회와 하나님 앞에 죄를 범했다'며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의 소식은 교계 언론뿐 아니라, <조선닷컴>, <동아닷컴>, <한겨레>, <경향닷컴> 등 유력 일간지의 인터넷 판에도 보도됐다. 교회 홈페이지에 올린 전 목사의 사과문을 근거로 성추행 혐의를 인정했다고 보도한 언론이 있는가 하면, 전 목사의 성추행이 단순히 안마를 요구한 것이라고 보도한 언론도 있었다. 이로 인해 포털 사이트에서는 성추행 수위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단순히 안마를 요구한 것이 성추행 논란으로 발전했다'는 식으로 보도한 언론은 <이투데이>, <아시아투데이>, <동아닷컴>, <경향닷컴>, <매경닷컴> 등이다.

가장 먼저 보도했으면서 허위 사실이 가장 많이 담긴 곳은 <이투데이>다. <이투데이>는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 성추행 진위 논란, '어깨 주물러 달라'에 성적 수치심 느낀 성도",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 죽이기? '안마 서비스' 왜곡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두 개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투데이>는 "전 목사는 2009년 11월 중순 자신의 집무실에서 30대 초반의 여신도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가을 집무실에서 전 목사는 어깨를 주물러 달라는 말을 했고, 이에 30대 여인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온라인에 글을 게재한 데서 사건은 비롯됐다. 또 이에 더해 '전 목사가 단기 선교를 갈 때마다 여자 청년들에게 안마 서비스를 받아왔다'며 한 여자가 게시한 글도 문제의 글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전 목사의 성추행 의혹은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에서 비롯됐다"며, "친밀함의 표시로 친한 남녀 청년들에게 어깨를 좀 주물러 달라고 자주 언급하는 (전 목사의) 평소 생활을 음란성을 가장한 안마 서비스로 지칭한 것"이라고 단정했다. 또 "전 목사가 여자 교인이 자신의 행동에 수치심을 느꼈다면 이것은 본인의 잘못이라며, 사임을 표하고 자숙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그런 글을 남긴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가해자가 그렇게 대답한 적도 전혀 없다.

<아시아투데이>는 "'어깨 주물러 달라'가 성추행? 전병욱 목사 사과 글 게재"라는 제목으로 "당시 어깨를 주물러 달라는 전 목사의 요구에 성도가 수치심을 느껴 온라인에 글을 게재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고 보도했다. <동아닷컴>과 <매경닷컴>은 "당시 인터넷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전 목사가 집무실에서 이 여성에게 어깨를 주물러 달라고 했고, 이에 이 여성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했다. <경향닷컴>은 "지난 2009년 11월 중순 자신의 집무실에서 30대 초반의 여신도에게 어깨를 주물러 달라는 말을 해 성추행 논란이 일어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고 했다.

하지만 인터넷에 올라왔다는 글은 기사에서만 언급될 뿐, 이를 진실이라고 입증할 만한 내용은 없다. <뉴스앤조이>는 11월 2일 오보를 한 여러 매체에 일일이 전화해서 보도 근거가 무엇인지 확인했다.

<이투데이> 김 아무개 기자에게 안마 요구를 듣고 수치심을 느꼈다는 여자 교인의 글이 어디에 있는지 물었더니,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블로그 등에서 그런 글들을 봤다. 삼일교회 교인들에게도 들었다"고 했다. 성추행 당사자가 아닌 교인들의 주장이나 교회에 떠도는 소문을 듣고 기사를 쓴 거 아니냐고 묻자, "소문이라고 하긴 그렇다. 교인들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했다. 전병욱 목사에게 들은 거냐고 묻자, "전 목사를 만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뉴스앤조이> 기사는 너무 편파적이다. '안마 서비스' 같은 단어가 어떻게 기사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뉴스앤조이>는 목표 의식을 가지고 '교회 때리기'에 앞장서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의 기사가 왜곡되었다고 보도한 <이투데이>는 다음날인 11월 3일 자신이 쓴 기사를 삭제했다. 왜 삭제했는지 물었더니, 김 아무개 기자는 "사실이 아니라서 기사를 내렸다. 더 정확히 취재할 계획이다"고 했다.

<아시아투데이> 송 아무개 기자는 안마를 요구했다는 부분은 삼일교회 교인의 제보 메일을 받고 작성했다고 밝혔다. 피해 당사자가 제보한 거냐고 질문하자, "당사자는 아니고, 삼일교회 교인이다. 제보자 보호를 위해서 누가 보낸 것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시아투데이>는 11월 3일 안마 부분을 삭제했다.

<동아닷컴>, <경향닷컴>, <매경닷컴> 등은 <연합뉴스>의 기사를 받아서 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연합뉴스> 기사에는 어깨를 주물러 달라는 요구가 성추행 논란이 되었다는 내용이 없다. 어떻게 안마 부분이 추가되었느냐고 기사를 작성한 <동아닷컴>과 <경향닷컴> 기자에게 물었다. 이들은 "다른 언론을 참고해서 기사를 썼다. 사실과 다르다면 그 부분을 삭제하겠다"고 답했다. <매경닷컴> 기자는 "다른 언론 기사를 보고 썼다"고 했다. <동아닷컴>과 <경향닷컴>은 11월 3일 해당 기사에서 안마 부분을 삭제했다. <매경닷컴>은 4일 삭제했다. 이로써 <이투데이>를 시발로 해서 사실과 다른 글을 썼던 언론들은 모두 기사를 삭제했다.

이처럼 '회전문' 식 허위 보도가 난무했다가 하루 이틀 만에 지워졌으며, 상당수 삼일교회 교인들이 이런 허위 기사에 근거해 '어깨를 주물러 달라고 요구했을 뿐인 전 목사가 억울하게 희생당하고 있다'며, 전 목사의 복귀를 열망하는 내용의 글들을 교회 홈페이지에 올렸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글들도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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