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이 무엇일까? 호랑이, 사자, 공룡, 상어, 악어 등 온갖 짐승들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사실은 사람이다. 세상의 다른 모든 짐승들은 아무리 난폭하고 사나워도 생존과 안전에 대한 눈앞의 위기가 사라지면 스스로 멈추지만, 사람은 당장의 욕구를 충족한 뒤에도 멈추지 않는다. 끝까지 간다. 그러다가 남도 죽이고 결국 자기도 죽는다.

요즘 한국교회의 내로라하는 목회자들의 행태를 보면 함께 죽더라도 끝까지 가고야 마는 야수성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조용기 목사도 결국은 끝까지 갔다. 자기 가족들의 끝없는 돈과 권력을 향한 욕구를 여기서 잠재우고 정당한 세대교체를 통해 가장 아름답고 책임 있는 은퇴를 선택하는 대신, 얼마 후 다시 터질 가족과 가신 그룹의 논공행상을 그대로 두고 시간만 연장했다. 조 목사의 선택은 자기와 가족, 그리고 한국교회도 함께 죽이는 비참한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더 비참한 것은 전병욱 목사 성추행에 대한 본인과 삼일교회, 교인들의 막장 행태다. 전 목사는 공개 사과와 복귀 부인 비슷한 발언을 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삼일교회 측의 태도다. 피해자도, 전 목사와 안타까운 그 가족들도, 그리고 삼일교회와 한국교회의 재출발을 위해서도 이쯤에서 교회가 명백히 전 목사의 잘못을 인정하고 공적 치리를 발표하고 사임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러나 교회 측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되지도 않을 파장 줄이기에만 급급하여, 대책이랍시고 내놓은 게 너무 힘든 사람에게 휴식을 주는 '안식년'(성경의 안식년 정신을 오염시키지 말라)을 갔다느니, 수원지교회운동을 구상하러 갔다느니 했다. (지금도 교회 홈페이지를 살펴보라) 책임지고 사임하겠다는 목사의 사표를 한사코 수리하지 않는 당회 등 교회 측의 논리는 '전병욱 목사가 없으면 삼일교회 망한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정통의 허울을 쓰고 '하나님의 은혜'를 소리 높여 외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목사님 없으면 교회 망한다'는 진짜 신앙 고백을 내놓는다. 조용기 목사 주변에서 우리는 이미 지겹도록 보지 않았나? 그렇다면 자격 없는 삼일교회 장로들도 함께 물러나야 한다.

교회 재발 방지 대책이라는 건 목양실 침대를 치우고 CCTV를 설치하는 것이란다. 무슨 뜻인가? '목사를 더 이상 믿지도, 존경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교회 경영을 위해서는 당신이 필요하다.' 이런 뜻이다. 이건 분명 인본주의다. 전 목사의 대학 전공처럼 경영학적으로는 탁월한 조치일지 모르나 교회는 아니다. 이들은 교회 목회가 아니라 기업 경영을 하고 있다.

지금도 삼일교회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가장 큰 화면에 젊은이들이 활짝 웃고 있다. 그러나 저들은 결코 복음 청년이 아니다.

"그리고…그렇게 맨 앞에서 치열하게 싸우다가…유탄을 맞으셨습니다. 전 목사님…그렇게 앞에서 싸우지 않으실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가장 앞에서 싸우시는데…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전 목사님…힘내시고 다시 시작합니다."

전병욱 목사가 그날 도대체 무엇을 위해 앞장서 싸우다가 유탄을 맞았는지 모르겠지만, 이와 비슷한 격려 글들이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고, 내가 교회 게시판 보고 있는 1분 사이에도 교회 측과 다른 견해 글은 바로 삭제되고 있었다.

정말 묻고 싶다. 전 목사를 믿는다는 그대들은 이 사건의 내용을 얼마나 알고 있나? 사건의 대강이나 알면서 "힘내세요", "믿습니다"를 떠들어 대는가? 교회가 흔들린다고? 이 지경을 당하고도 교회가 흔들리지 않으면 그건 거룩한 하나님의 교회가 아니라 이데올로기 집단이며, 고치지 않으면서 동요만 막으려 한다면 그건 신앙 공동체가 아니라 정치 집단이다.

삼일교회는 미자립 교회들을 기도와 물질로 돕는 저수지교회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한다. 삼일교회가 정말 미자립 교회를 돕고 싶으면 돈 모아 줄 생각하지 말고, 먼저 이번 일을 납득할 수 있도록 잘 처리하여 교회와 목회자에 실망하여 떠나는 수많은 낙심자들이 더 이상 없도록 할 일이다. 이런 일 당할 때마다 답답한 것은 문제는 대형 교회 목회자들이 일으켰는데 타격은 동네 작은 교회들이 받는다는 것이다. 저수지교회 깃발 들기 전에 미자립, 작은 교회들을 생각해서라도 삼일교회는 이제라도 바로 처리해야 한다. 
 
누구나 크고 작은 죄를 짓는다. 문제는 죄 지은 후 처리 과정 중에, 자주 더 큰 2차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다윗은 밧세바와 간통하였지만 그 후 파장을 줄이려다가 결국 살인 교사를 하고 말았다. (삼하 11장)  다윗의 아들 암논도 이복누이를 강간하였지만 욕심을 채운 후 누이를 쫓아냄으로 더 큰 죄를 저질렀다. (삼하 13:15~19) 

나도 목사로서 "나는 자신 있다"고 결코 큰소리 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 같은 목회자가 은밀히 더 큰 죄악들을 서슴없이 저지르지 않도록 교회는 더 조심시켜야 한다.

당회는 더 이상 얼버무리지 말고 사건의 본질을 바로 설명하고, 그에 따른 공식적 징계를 분명히 발표해야 한다. 그리고 피해자와 교회, 전병욱 목사와 그 가족을 더 이상 힘들게 하지 말고 사표 수리를 해야 한다. 삼일교회 교우들도 그저 교인(敎人)이 아니라 성도(聖徒)가 맞다면, 목사가 아니라 그를 도구로 사용하시는 거룩한 성령에 의지하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 그러나 그것은 삼일교회와 교우들, 전병욱 목사 스스로 바른 선택을 함으로써만 가능한 일이다. 그것만이 이제라도 사태를 수습할 유일한 길이다.

구교형 / 목사, 찾는이광명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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