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기 목사 친인척 내의 세력 다툼이 <국민일보> 경영권 분쟁을 통해 드러났다. 이로 인해 '국민일보 노사공동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국민일보>는 내홍을 겪고 있다.
조용기 목사 친·인척 내의 세력 다툼이 <국민일보> 경영권 분쟁을 통해 드러났다. 어느 일간지는 이를 두고, 특정 교회와 한 목회자 일가의 힘이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지배 구조가 언론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 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조용기 목사 일가의 <국민일보> 경영권 분쟁은 10월 18일을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민문화재단 이사회(이사장 박종순 목사)가 조용기 원로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를 <국민일보> 발행인 겸 회장으로 선임한 것이다. 조 목사가 등장하면서 표면으로 드러났던 가족 내 갈등 구도가 해결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가족 간의 총성 없는 분쟁

<국민일보> 사태는 조 목사 일가의 경영권 다툼으로 보인다. 제일 먼저 노승숙 <국민일보> 회장 겸 발행인을 방문해 사퇴를 종용한 것은 조용기 목사의 장남 조희준 씨다. 7월부터 노 회장에게 사퇴할 것을 종용했다. 조 씨는 전 <국민일보> 회장으로, 2005년 탈세·횡령 혐의로 징역 3년, 집행 유예 5년, 벌금 50억 원, 사회봉사 240시간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하지만 벌금을 내지 않고 2005년 3월 해외로 도피했고, 2년이 지난 2007년 12월 일본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수감 중이던 조 씨는 2008년 2월 주변 사람들이 벌금 50억 원을 대납해 석방됐다.

지난 8월 초, 노 회장을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검찰에 고발한 설상화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전 (재)순복음선교회 상임이사)는 친(親) 조희준 파다. 설 장로가 소속된 엘림직업전문학교를 <국민일보>가 기사화한 것에 대한 반발이라는 추측도 있지만, 설 장로의 고발 배후에는 조희준 씨가 있다는 게 '국민일보 노사공동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공동위원장 백화종 부사장, 조상운 노조위원장) 측의 주장이다. 비대위가 발간한 '특보'에 따르면, 조 씨의 사퇴 종용을 노 회장이 거부하자 설 장로를 동원했다고 했다. 설 장로는 조 씨의 고모부다. <한겨레>에 따르면, 설 장로는 평소 '장자 승계'를 주장해 왔다.

조 목사의 아내 김성혜 총장(한세대)도 노 회장의 사퇴를 강요했다. 8월 28일 김 총장은 노 회장을 집무실에 불러 직접 작성한 사퇴 각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했다. 4시간 동안 감금되었던 노 회장은 사퇴 각서에 서명하고서야 집무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이 뒤에도 사퇴 압박은 계속됐고, 노 회장은 끝내 9월 17일 사의를 표명하는 글을 인트라넷에 올리고 잠적했다.

현재 <국민일보>를 이끌고 있는 조민제 대표이사 사장은 조 목사의 차남이다. 노 회장은 조 사장의 장인이다. 조 사장이 노 회장의 사표를 한동안 수리하지 않았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조 사장이 발행인을 겸직할 가능성도 거론했다. <시사저널>은 미국 국적의 조 사장이 발행인을 겸직하기 위해 국적 회복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현행법상 언론사 발행인은 한국인이어야 한다. 결국 <국민일보> 경영권을 놓고 드러난 가족 간 갈등 구도는 크게 조 목사의 장남 조희준 씨와 차남 조민제 씨의 분쟁이라는 양상이 되었다. 그래서 <시사저널>은 이를 '왕자의 난'이라고 비유했다.

비대위, "사유화 반대"

<국민일보>사 측과 노조는 즉각 공동 대응을 시작했다. 비대위를 구성하고 "<국민일보> 사유화를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조희준 씨에게 경고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7월 15일 발표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조 씨가 지난 1997년 <국민일보> 4대 사장으로 취임한 후 독단적 경영과 횡령으로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친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조희준 씨 정신 못 차렸나?', '김성혜 총장은 그만 노욕을 거둬라' 등의 성명을 발표했다. 비대위도 '<국민일보>를 흔드는 세력에 경고한다', 경영권 침탈 야욕 즉각 포기하라' 등의 성명을 발표했다.

노조와 비대위의 계속되는 경고에도, 사퇴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노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자, 비대위는 끝내 조희준 씨를 10월 7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발한 내용은 △벌금 납부용 50억 원 증여에 따른 증여세 20억여 원 탈루 △계열사 돈 38억여 원 배임 △국민일보 노승숙 회장 감금 및 사퇴 강요 혐의 등 3건이다.

조용기 목사가 해결책(?)

이처럼 가족 간의 갈등과 비대위의 반발에 대처하기 위한 타협안으로 제시된 사람이 조용기 목사다. 그렇게 조 목사가 <국민일보> 발행인 겸 회장이 되어서 가족 간 갈등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마무리됐다. 그러나 <국민일보> 노조나 외부의 시각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우선 비대위는 재단 이사회의 결정은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 목사가 경영 및 인사에 관여하는지를 계속 지켜보기 위해 비대위를 존속하기로 결정했다. 조희준 씨를 조세 포탈 및 배임 혐의로 고발한 것도 취하하지 않고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 노조는 20일 성명을 발표했다. (<국민일보> 노조 홈페이지 갈무리)
노조는 20일 성명을 발표했다. "조용기 목사의 회장 선임은 '장인 회장-사위 사장' 체제에서 '아버지 회장-아들 사장' 체제로 바뀐 것"이라며, "3개월 넘게 이어진 '난리'의 결과물이 이것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노조는 조 목사 가족 사이에서 생긴 분쟁 때문에 왜 <국민일보>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혼란을 겪어야 하느냐며, 가족 문제는 집안에서 해결하라고 주장했다.

개혁연대, "조 목사 약속을 어겼다"

그동안 사태를 지켜봐 오던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백종국·오세택)도 이제는 움직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개혁연대는 그동안 조용기 목사는 은퇴와 함께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야 하며, 모든 친·인척들도 관련 기관의 주요 요직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을 주장해 왔다.

2007년 조 목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 홍보국장 여인태 장로를 앞세워 개혁연대에 각서를 제출했다. 여인태 장로가 날인하고, "위 사항은 당회장 조용기 목사님에게 보고된 것임을 확인하여 드립니다"라고 명기했다. 각서에는 조용기 목사가 국민문화재단 명예 이사장직도 거절하는 등 <국민일보>와 관련된 어떤 직도 맡지 않기로 한다는 내용이 있다. 조 목사는 이 각서를 쓰고, 2008년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직에서 물러나는 조건으로 당시 개혁연대가 제기한 각종 의혹에 대한 고발을 피할 수 있었다.

▲ 개혁연대는 그동안 조용기 목사는 은퇴와 함께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야 하며, 모든 친·인척들도 관련 기관의 주요 요직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을 주장해 왔다. 2007년 조 목사가 개혁연대와 각서를 체결했다. 당시 조 목사는 <국민일보>와 관련된 어떤 직도 맡지 않겠다고 했었다.(뉴스앤조이 자료 사진(위), 개혁연대 제공(아래))
남오성 개혁연대 사무국장은 "<국민일보>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들의 헌금으로 세워지고 유지되는 기관으로 사회 공공재다. 그런 <국민일보>를 조 목사의 친·인척이 서로 갖겠다고 분란을 일으켰다. 결국 성도의 헌금을 갖겠다고 싸우는 행위로, 십계명의 '도둑질하지 말라'를 위반하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했다.

개혁연대는 곧 성명을 발표하고, 늦어도 11월 초에는 <국민일보> 사태에 대한 포럼을 열 예정이다. 남 사무국장은 "'조용기 목사와 친·인척이 <국민일보>를 사유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포럼으로, 기독교윤리·경영·언론·교회 등이라는 측면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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