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이란 무엇인가. 분명한 것은 신앙이란 살아있는 그 무엇이다. 학문의 언어로 혹은 교리나 교회 지도자들이 획일적인 말로 설명하는 그 이상의 것이다. 우리의 머리나 관념으로 알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신앙이란 몸의 언어요, 삶이요, 생명이다.

신앙은 흔히 교회 안에서 하는 것이며, 늘 교회와 연결되어 있으며 교회의 지도에 따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앙이란 우리의 삶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교리나 교회, 성경책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출발해야 하고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는 어디에 오셨는가? 경전 속으로 오셨는가? 교회 안에 오셨는가? 교리나 교회 지도자들의 입으로 오셨는가? 예수는 말구유에 오셨다. 말구유는 우리의 삶의 상징이다. 말구유는 밥을 나누어 먹는 밥통이다. 우리는 매일 매일 온 가족이, 사랑하는 친구들이 밥통에 둘러앉아 밥을 나누어 먹는다. 밥을 나누어 먹는 밥통의 자리, 그것은 우리가 매일 몸 비비고 살아가는 일상의 삶의 자리이다.

예수께서는 33년의 공생애를 사시면서 성경이나 성전, 교회 지도자들의 말에 머물지 않으시고, 가난하고 병든 하나님의 백성들의 삶의 자리에 머물며 그들과 더불어 사셨다. 분명한 것은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오신 주님은 바로 우리의 생활 속으로 오셨다는 것이다.

생활(生活)의 주관자 되시는 하나님
우리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생활(生活)을 한다. 생활(生活)이란 '살아서(生) 움직임(活)'을 의미한다. 생명이 살아 움직이는 모든 행위가 곧 생활이다. 생명(生命)의 활동이 곧 생활(生活)이라 할 것이다.

농부가 들녘에 나아가 일하는 것, 어머니가 부엌에서 밥짓는 것, 아이가 뒷동산에서 뛰어노는 것, 이른 아침에 참새가 짹짹 소리내며 잠을 깨우는 것, 부엉이가 달빛 아래에서 부엉부엉 우는 것, 이쪽 시냇가에서 저쪽 동산까지 무지개 다리가 아름답게 펼쳐지는 것, 이 모든 아름다운 생명의 몸짓들이 생활이다.

이렇게 사람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만드신 모든 생명체들이 각각의 고유한 생명을 활동을 통하여 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의 마을 살림터에서부터 무궁한 우주만물에 이르기까지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들의 움직임이 생활이라 할 수 있다.

각 생명들의 활동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생명 창조자인 하나님이시다.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은 태초로부터 지금까지 우주만물 속의 뭇생명에게 더 풍성한 생명을 얻게 하시려고 생명 활동을 해 오신 생명의 주관자시요, 모든 생활의 생활자이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우리는 하나님 안에서 생활자로 부름을 받았고 생명을 살리는 생활에 참여한다. 생활자는 생명의 활동을 통하여 궁극적인 구원에 이른다. 생활이란 생활자가 생명의 자유롭고 풍성하며 아름다운 몸짓을 통해 하나님과 하나되게 하는 생명체들의 구원방식이다. 그러기에 생활이란 신앙의 출발이며 종착점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예수는 하나님을 모시고 생활하셨다
요한복음 14장 10절에서 예수께서는 하나님을 모신 이가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말씀하셨다. "너는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는 것을 믿지 않느냐? 내가 너희에게 하는 말도 나 스스로 하는 말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면서 몸소 하시는 일이다."

예수는 자기 안에 하나님이 계시다고 말씀하셨고 자기가 하는 일은 자기의 일이 아니라 예수 안에 계신 하나님이 친히 하시는 일이라 말씀하셨다.

이 말씀은 참으로 놀라운 말씀이요, 우리의 신앙의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생명의 말씀이다. 그것은 내 안에 하나님이 계신 것처럼, 너희 안에도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라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신앙생활하는 우리에게 "내 안에 하나님이 계시다" "내가 하는 일은 내 안에 계신 하나님께서 몸소 하시는 거룩한 일이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신 것이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요한복음 13장 4절에서 제자들의 더러운 발을 씻어 주셨다. 그것은 예수뿐만 아니라 제자들도 하나님을 모신 거룩한 존재로 여기셨기 때문이다. 마가복음 12장 33절에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 하신 것 또한 나 자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이웃들도 역시 그 안에 하나님을 모시고 사는 거룩한 존재하는 사실을 알려주신 것이다.

우리가 내 안에 살아계신 하나님을 보게 되면 우리의 몸은 거룩해지고, 우리의 삶도 거룩해지며, 우리의 생활은 신령해진다. 우리가 숨 한 번 들이쉬고, 내쉬는 일, 손가락 한 번 움직이는 일, 눈 한 번 떴다가 감는 일, 들녘에 나아가 땀 흘려 땅을 일구는 일, 어머니가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일, 이 모두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계신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다. 이렇게 각성된 영성을 통하여 우리의 생활은 거룩해지며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계신 아버지께서 사시는 거룩한 삶이 되는 것이다.

이제 삶의 성화, 생활이 거룩해진다. 들녘에 나아가 일하고 밥 먹고 설거지하고 똥 싸고 일하고 바느질하고 아기 낳고 기르는 모든 일상의 생활이 거룩해진다. 뿐만 아니라 내 어머니, 내 아버지의 일이 거룩하며 내 이웃과 친구의 일이 거룩하다. 언덕 위 꽃 한 송이, 시냇물에서 물장구 치는 물방개가 거룩하다. 논과 밭의 알곡이 거룩하며 산과 강과 바닷가 거룩하다.

하나님을 내 안에 모시지 않고는 어떤 생명의 활동도 있을 수 없다. 모든 생활은 생명이신 하나님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신앙이란 하나님께서 내 안에서 일(생활)하신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며, 그것을 잊지 않고 내 몸을 소중하고 거룩하게 여기며 사는 것이 신앙생활이라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