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선거와 대선이 있는 해다. 선거가 민주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더군다나 정치적 변혁기에는 공정한 민주 선거를 치르기 위한 언론의 사명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감시 견제의 주체가 되어야 할 언론은 사회 공기로서의 막중한 역할을 저버리고, 과거의 예와 같이 오히려 앞장서 선거를 상품화하는 언론 상업주의를 부추기고, 경마식 기상예보식 선거보도 양태를 지속할 것이라는 우려는 선거철마다 지적되는 문제다.

선거보도감시연대회의(이하 선감연)은 양대 선거보도 감시의 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근거하여, 언론이 바람직한 선거문화를 창출하고 유권자의 올바른 정치적 참여와 선택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선거보도를 감시하고자 5월 11일 프레스센터에서 발족했다.

'2002 선감연'은 6월 지자체 선거와 12월 대통령 선거 보도 감시활동을 주임무로 하는 한시적인 연대기구로, 시민언론운동단체 뿐만 아니라 관심 있는 시민사회단체를 포괄하는 전국네트워크 연대기구다.

매주 4회에 걸쳐 신문과 방송 모니터를 감시, 보고해온 선감연은 여러 시민단체의 모니터인원 30여명을 두고 매주 선거보도흐름를 감시, 견제하는 역할을 해 왔다. 최근의(5월 17일~23일) 주요 일간지(조선, 경향, 대한매일, 동아, 중앙, 한국, 한겨레) 모니터 결과를 보면, 여전히 주요 일간지 보도 성향은 자사의 형편대로 가고 있어 모니터 활동의 수고가 영 무색하지 않나 싶다.

중앙, 다시금 대통령 만들기 나서나?

조중동의 편파보도가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 '편파보도의 왕'은 단연 중앙일보였다. 18일자 중앙시평 <노무현 후보 시장주의자?>나 21일자 남덕우 칼럼 <국가이념 분명해야>는 모두 노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사는 노 후보의 이념적 성향을 문제삼으면서 노 후보의 대북관에 대해 "당혹감을 금할 수 없다"며 정면으로 노 후보의 이념적 정체성을 문제삼고 있다. 그런가 하면 23일자 중앙포럼 <노 후보가 링컨을 닮으려면>은 노 후보에 대해 "통합을 말하지만 실제 행태는 그 반대쪽에 머물러 있다"거나 "(민주화운동) 늦깍이의 유별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역사의 흐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등등의 문장을 통해 노 후보에 대한 불쾌한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이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복원을 다루고 있는데 반해 증앙일보만 20일자 <민주-자민련 충청연대 파열음>이란 기사를 통해 '공조복원'보다는 '불협화음'을 강조했다.

반면 중앙은 이회창 후보에 대한 애정수위를 조절하려 하지 않았다. 이회창 후보의 정치분야 대선공약을 17일자 1면과 5면에 4단기사로 실어 신문매체 중 가장 크게 다루는가 하면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와 관련해서는 18일자에 기사는 물론 사설까지 실어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천계획이 따라야 한다>는 제목의 18일자 사설은 '구체화 현실화의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구상 자체에 대해서는 "가위 혁명적"이며 "해결책은 대개 여론의 공감을 얻은 방향과 맞춰져 있고 문안상으론 시빗거리가 별로 없다"고 지나칠만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크기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의 신문이 내용을 요약하는 정도로 보도한 것과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반면 한겨레의 경우 17일자 2면에 간단히 보도, 지나치게 소홀히 취급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대한매일의 경우 유일하게 각 분야별로 전문가 평가를 곁들여 독자들의 판단에 유용한 도움을 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선일보의 경우 '조선일보식 편파보도의 단골메뉴'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조선일보가 20일자에 '대통령 후보 평가'를 하면서 어김없이 색깔론 덧씌우기를 되풀이한 것. 두 대선후보의 경제철학을 다룬 이날 보도는 '공약과 비전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을 다짐하고 있음에도 공기업 민영화, 실업문제 등에 대해 두 후보와 각 정당의 입장을 단순 수치로 환산, 정보를 주기보다는 특정후보의 이념을 '붉게 덧칠하기'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각 정책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실현가능성 및 그 여파를 분석하기보다는 "노 후보는 참여연대나 민노당에 가까웠다" "자민련은 이 후보와 같았다"는 식으로 서술해 인위적이고 억지스러운 좌·우 나누기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언론의 이중잣대는 안부러지나

노 후보의 정계개편 주장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였던 조중동이 함석재 의원의 자민련 탈당과 관련해서는 단순보도에 그쳐 여전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의 이중잣대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향과 대한매일 등은 <'충청발' 정계 지각변동 예고-대한매일><충청발 정계개편 서곡 출렁-경향> <한, 역정계개편 시동 걸었나- 한국>으로 정계개편의 의미를 짚어주고 있고 한겨레와 한국은 사설을 통해 강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한국은 <또 의원 빼가기 시작됐나> 사설과 만평을 통해 일침을 가하고 있고 한겨레 역시 <인위적 정계개편 안된다더니>라는 사설에서 철새 정치인과 한나라당의 뒤바뀐 태도를 강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 동아, 중앙은 탈당 사실과 자민련의 반발을 단순보도하는 데 그쳤을 뿐 '한나라당식 정계개편'을 비판하는 기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조선은 20일자 8면에 자민련 지역구 의원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 충북 지역 민심이 자민련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그 원인을 "DJP 공조"와 민주당과의 공조복원에서 애써 찾음으로써 한나라당의 정계개편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로 돌리는 교묘함을 드러냈다.

노 후보의 검찰 공정성 요구 발언에 대해서도 조중동은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중앙은 <검찰을 흔들지 마라 - 20일자 칼럼>, <검찰수사 흔들기인가-21일자 사설>에서 "노골적으로 검찰을 비난하고 '치고 빠지기'식의 공격을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가장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조선과 동아 역시 17일 <노 후보 "검찰이 청와대만 몰아붙여"> <노무현 후보의 이런 말>이라는 사설을 실어 노 후보를 비판했다. 20일에 조선은 사설을, 동아는 '기자의 눈'을 통해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한다. 한국도 17일, <검찰수사 왈가왈부 안돼>라는 사설을 실었다. 검찰을 압박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공방이나 논란 정도로 다룰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흔들기' '때리기'로 몰아가는 언론의 태도는 지나치다는 것이 독자들의 일반적인 시각.

한나라당의 경우 과거는 물론이고 현재도 정연씨 병역 대책회의와 관련 '정치검찰' 운운하며 검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데도 불구하고 그대로 받아써주는 것과 비교하면 형평성 측면에서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혼탁과 과열이 사상 최대? - 언론은 어디 었었나

지방선거가 가까워오면서 불법양상이 점차 늘어나 적발된 건수만 4년 전의 10배가 넘는다고 한다. 경향의 18일자 <민선2기 지자체 '부패도 2배'> 기사나 <선관위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중앙의 20일자 사설은 혼탁 과열 선거 양상을 질타하며 유권자의 관심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언론 역시 비판의 대상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혼탁 타락선거를 비판하면서도 공정선거를 위한 지속적인 감시와 개선 노력에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언론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꺼리가 생기면 슬쩍 건드리고 가는 식의 보도형태에 비판의 소리가 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한겨레 21일자 <6.13 광역단체장 판세 분석>과 같은 유형의 기사들이 줄을 잇는 등 후보간의 우열을 예측하는데 치중하는 기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서울과 경기단체장 선거에 관심이 집중돼 서울 중심 보도 관행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 쟁점을 발굴하고 정책대결을 유도하는 선거보도가 아쉬운 와중에 소수정당이나 여성후보 관련 보도가 늘어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향은 22일자 20면에 작게나마 서울시장 후보로 나온 소수정당 후보들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지방선거에 대한 보도량 자체가 타 매체에 비해 많은 한겨레의 경우 민노당 등 소수정당의 후보자에 대해 프로필과 공약을 빠뜨리지 않고 기사화해 독자들의 판단에 도움을 주었다. 이들 두신문의 보도는 소수정당의 움직임을 구색 맞추기 정도로 한정해 보도하거나 지방선거에 무관심하다가 '사상 최대의 타락선거' 하는 식으로 지방 선거 분위기를 몰고가는 타 신문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으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정당법에 일정 비율의 여성공천을 의무화하고 있음에도 여성진입이 어려운 현실의 문제를 비판하는 사설을 싣거나 대통령 후보의 정책보도에서 여성관련 부분을 따로 다룬 점 등은 여성문제에 대한 한겨레의 관심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앞으로 지방선거와 관련한 언론 모니터 기사가 연속적으로 게재될 예정입니다. / 기사 내용 중 구체적 모니터 사례는 선감연 신문 4차 모니터 '조중동의 이중잣대는 안부러지나'를 인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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