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 비록 소수이지만 이날 모인 이들의 눈물샘이
마르지 않는 한, 언젠가 주님의 몸은 건강을 회복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건강교회운동본부(운영위원장 박득훈 목사)가 두 번째로 마련한 한국교회 갱신을 위한 기도회 주제는 '한국교회의 성 윤리 회복을 위해'. 좀더 솔직하자면 '목회자의 성 윤리'로 범위를 한정하는 게 옳겠다.

5월 23일(목) 저녁 강남교회에 모인 인원은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20명이 좀 넘는 이들도 대부분 행사 관계자, 취재기자, 피해를 입은 몇몇 교회 교인 들이 전부였다. 철저하게 외면 당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싶다.

▲시흥교회 김진웅 집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순서를 맡은 이들의 입에서는 깊은 탄식의 얘기들이 이어졌다. "성도들은 지쳐서 쓰러질 지경입니다. 우리 기도가 헛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우리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시고, 해결의 길을 열어주십시오." 시흥교회 비상운영위원회 부위원장 김진웅 집사는 절규하듯 기도했다.

고린도전서 5장 1-절을 본문으로 '교회 내의 음행'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송태근 목사는 "본문은 고린도교회에서 벌어지는 음행사건을 지적하기보다는 이런 사건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한히 여기지 않는 고린도교회의 도덕적 마비현상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목사는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성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도덕적 기준이 무너졌기 때문이고, 이는 본문이 얘기하는 대로 교회 지도자가 교만해질대로 교만해졌기 때문"이라고 질책했다.




강남교회 송태근 목사 기도회 설교


이어 기독교여성상담소 전문위원인 박성자 박사가 '교회내 성폭력의 실태와 대책'을 주제로 한 시간 가까이 얘기했고, 박득훈 목사의 진행에 따라 합심해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진웅 집사의 기도 내용처럼, 이 교회 교인들은 지쳐 보인다. '시흥교회를 사랑하는 모임'(교사모)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장로님들, 교우 여러분! 조금만 참읍시다. 일시적이고 눈앞에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저 먼 곳, 안 보이는 곳까지 보기 위하여 힘을 모읍시다. 어려움을 참고 이겨서 5년, 10년 후에 오늘을 돌아보고, 아 그때 참 잘했구나 하는 자부심을 가질 날이 오도록 합시다.…" 하는 어느 교인이 글이 이들의 지금 모습을 반영한다.

▲박성자 교수 ⓒ뉴스앤조이 신철민
박성자 박사는 한국교회 만연한 성폭행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절대적 위계관계 때문에 피해자가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다. 따라서 증거 부족으로 인해 법적 대응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교회내 성폭행의 경우 근친상간(친족상간)과 똑같은 경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법은 간단치 않다. 교회법에 성폭행 가해자에 대한 엄중처벌 항목을 넣어야 한다는 것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과 같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한 교단에 목회자윤리위원회를 신설하자는 제안도 마찬가지다. 예방차원에서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시키는 일이 가능할까. 박성자 박사의 얘기는, 당위성에 있어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현실성에 있어서는 거의 불가능한 해법으로 보인다. 박 박사나 송 목사가 "결국 평신도들이 똑똑해야 한다"고 한 얘기에서, '평신도가 깨어야 교회가 산다'는 단순한 진리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

▲20명이 좀 넘는 이들도 대부분 행사 관계자, 취재기자, 피해를 입은 몇몇 교회 교인
들이 전부였다. 철저하게 외면 당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싶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참가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 비록 소수이지만 이날 모인 이들의 눈물샘이 마르지 않는 한, 언젠가 주님의 몸은 건강을 회복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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