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와 미국내 교단 회의가 미국의 버지니아주에서 열렸습니다. 내친 김에 뉴욕을 한번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생전 처음 가보는 동부지역이어서 설레였습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을 가봤습니다. 백악관이 있고 마틴 루터 킹 목사님이 백인과 흑인이 우리 아이들과 당신의 아이들이 손잡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연설했던 링컨기념관이 있었습니다. 공연히 200년밖에 안된 미국의 역사가, 전통이, 저력이 부러웠습니다.

내친 김에 뉴욕 맨하탄을 가봤습니다. 내심으로 미국 니들이 잘난 체하고 깝쳐 봐야 한방에 무너졌지 하는 생각도 조금은 가지고 페허가 되어 주눅이 들었을 맨하탄을 가보았습니다. 세계무역센터는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부와 힘이 주눅들진 않은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무너진 무역센터는 호랑이 가죽처럼 그 명성을 팔고 있었습니다.

뉴욕은 초라(?)했습니다. 한국인의, 내 기억 속의 미국은 이래서는 뭔가 부족했습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은 영화 속에서 혹은 소설 속에서 혹은 남의 나라의 역사적 건출물들을 옮겨온 급조된 전통이었습니다. 세계의 힘이라고 할 수 있는 자본을 움직이는 맨하탄도 그저 그랬습니다. 美國 얼마나 아름다왔으면 미국입니까?

뉴욕의 월가를 가보았습니다. 그곳에는 말로만 들었던 나스닥건물도 있었고 제이피모건이라는 회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익숙한 금융회사들이 있었습니다. 저 초라한(?)한 빌딩이 우리나라의 목을 쥐고 흔들었단 말인가? 하는 생각을 하니 억울하기조차 했습니다. 이게 그 유명한 월 스트릿이란 말인가? 생각하니 사기당한 기분조차 들었습니다.

뉴욕은 그래서는 안되었는데, 마치 천당에 가면 금으로 길이 되어 있고 수영장은 우유로 되어 있고 집들은 다 먹어도 되는 과자로 되어 있다는 어릴 적의 이야기를 굳게 믿고 있었던 어린아이 같은 심정입니다.

어릴 적 미군들에게 납작한 팩으로 된 우유를 받아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정사각형 팩의 서울우유보다 좀 더 납작한 미국우유는 그 맛부터 틀렸습니다. 점점 세월이 변하면서 아니 제 나이가 들면서 초코렛, 과자, 우유 따위나 던져주는 나라 미국에서 이제는 우리의 생존권마저 좌지우지하는 나라 미국으로 바뀌어갑니다.

이제껏 거대한 거인이 내 목을 흔들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 나하고 비슷한 덩치의 녀석이었다는 느낌입니다.

아는 분 중에 함께 사업을 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두 분 다 그 사업에는 아무런 경험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가'는 '나'를 믿고 따르고 의지했습니다. '가'도 '나'도 서로 아무 것도 모르지만 어느 한쪽이 의지하니 당연히 한쪽은 미지의 길을 걸어가며 혼자 스스로 많은 것을 깨우쳤습니다. 의지한 쪽은 그대로이지만 의지를 당한 쪽은 처음에는 버거웠지만 점점 강해졌습니다.

마치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처음에는 미국이 던져주는 배부름에 만족해왔고, 그것에 기대고 보니 어느새 우리는 너무나 익숙한 기댐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새 대통령을 뽑아도 미국의 고개짓이 있어야 우리네는 안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이 없이도 살아가는 나라들이 얼마나 많이 있습니다. 스스로 제 무덤을 파고 있는 격이지요.

기사에 나온 것처럼, 한국교회에도 영어열풍이 불고 있답니다. 넉넉하지 못한 살림의 누이도 아이들 영어학원비로 꽤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답니다. 우리에게 미국이라는 존재는 어떤 존재입니까?

기대면 기댈수록 힘은 커지기 마련입니다.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버겁던 백수가 결혼을 해서 아이 낳고도 가정을 이끌어나는 원리와 비슷하지 않겠습니까?

오늘날 우리 한국이 느끼는 미국의 힘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들의 자유와 정의 평등 자본 이런 것들에서 그 힘이 나올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에게 느껴지는 미국이라는 힘의 실체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 준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알고 보면 별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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